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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후보 뽑고 자해한 국힘, 2030 양떼 취급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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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흠집 띄운 1주일, 경선 연장전하나
책임당원 24만 급증 흥행에도 진 쪽은 黨心 탓
출처불명 경선여론조사 통계, 청년층 이탈 과장
역선택논쟁에 "2030조롱" 프레임 개연성 의문
입·탈당 통계, 여론조사 딴판…2030 몰이용 아냐
[한기호의 정치박박] 후보 뽑고 자해한 국힘, 2030 양떼 취급 불편
지난 11월8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왼쪽)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1·5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제20대 대선후보를 선출한 뒤 일주일간 노출한 행태가 정말 기이하다. 당 공식 선거관리위원회 출범 전 경선준비위를 앞세운 미등록 대선주자 토론 압박 갈등, '역선택 방지 룰을 방지하라'는 기묘한 압력이 부른 민주당심 논란, 총 16회에 걸친 소모전 토론회까지 '폐허플레이' 경선의 2라운드인가 착각이 들 정도다.

"민심과 거꾸로 간 당심(黨心)", "민심의 100분의1도 안 되는 당심". 홍준표 의원이 2위 후보로 낙선 후 나흘간 쏟아낸 메시지의 일부다. 1위 윤 후보보다 국민여론조사 10%포인트차 우위였다고 강조하면서 나왔다. 3분의1 이상 지지를 보낸 책임당원 선거인단에겐 어떻게 들렸을까.

지난 6·11 전당대회 이후 입당자 급증과 경선 투표를 위한 책임당원 자격 문턱 낮추기로 선거인단 수(32만8283명→56만9059명)와 투표율(45.36%, 14만9194명→63.89%, 36만3569명) 모두 급증해 새 표밭이 만들어진 게 아니었나. 적어도 8만명이 넘는 20대~40대 책임당원 증가 등으로 '당원투표율이 높을수록 유리하다'고 자신하던 태도에서 표변했다. 여론조사는 총 6000명 표본에, 휴대전화 면접조사 100%를 채택했으며, 통상 여론조사와 달리 재질문까지 거쳐 유보층을 최소화한 결과물이었다.

반대당 지지층 집단 개입에 의한 '역선택' 방지 문항도 반영되지 않았다. 6000명 조사 결과엔 급증한 당원투표자 수가 그대로 곱해져 1표의 가치가 더욱 부풀려진 채 최종 결과에 합산(선거인단 득표와 50%씩)됐다. 이 부분에만 당원 선택 100배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게 정당정치인가.

전대 직후인 6~7일엔 출처 불명의 경선 국민여론조사 연령 세대별 결과표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집중 유포됐다. 홍 의원이 20대~40대에서 윤 후보를 3~5배 수준으로 압도했다는 수치가 분포돼 있다. 30대 당대표가 버젓이 임기 중인데 '노인의 힘', '틀니의 힘' 비하물과 댓글 등 지지층 위장 여론전 의혹이 잇따르는 소재가 됐다.

이 와중 홍 의원은 2040이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며 청년의꿈 플랫폼 신설을 공언했다. 여론조사 세대별 지지율 공개 여부에 전임 선관위 관계자들은 11일 사실관계 문의에 "애초 공표한 적이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일축했다. "자료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거나 '가짜뉴스' 의도로 만들었는지 의심하는 말도 나왔다. 공표 사실과 인용 근거가 없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2030 엑소더스(대탈출)' 프레임도 이쯤 시작됐다. 이준석 당대표는 6일 페이스북으로 "(윤)후보는 2030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7일엔 "보수정당에게 있어 2030으로의 확장과 호남에서의 지지세 확보는 어떤 경우에도 포기해선 안 된다"며 "조롱과 역선택 주장으로 폄훼하면 돌아올 것은 역풍밖에 없다"고 했다. 비판 대상을 밝히지 않은 채 2030·호남 취약 책임론을 들었고, 애초 정당 지지층 동향에서 기인하는 역선택 논란에 2030을 덧씌웠다. 이 대표는 8일 공식 당무를 개시한 윤 후보가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선 "젊은 세대 중 경선 결과에 아쉬움을 가진 당원들"을 언급, "경선이 끝난 이후로 당 안팎에 일부 인사들이 2030 세대에 대한 조롱과 비하"를 하고 있다며 앞서의 주장을 거듭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일부 언론에 '중앙당 집계 기준 11·5 전대 이후 탈당 40명'을 언급한 김재원 최고위원을 공박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당내 시·도당 집계 문건을 부분 공개하며 수도권 선거인단 탈당 1800여명, 탈당자 75% 이상이 2030세대라고 했다. 2030 조롱, 허위사실 공표 등 날선 언급과 함께 "심기 경호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쏘아붙였다. 대선후보 심기 경호가 문제 거리인 걸까. 9일 YTN라디오에서도 이 대표는 "보수진영의 몰상식한 분들이 (2030 탈당에) '애초부터 역선택한 분들', '2030이 한줌밖에 안되느니'라는 비하적 발언을 했다"고 열변을 토했다. 탈당 전국 통계에 대해선 "당대표가 자해(自害)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함구했는데, 자해의 기준을 다시 생각케 한다. 이 대표는 10일부터 일반·책임당원을 아울러 '전국 선거인단 탈당자가 6500여명이지만 입당자가 6846명으로 더 많았고, 2030세대 탈당자는 2100여명에 입당자가 1700여명'이라는 당내 통계가 보도되자 불편한 모습을 감추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8일 무렵부터 윤 후보가 대권 지지율 다자·양자 가상대결 선두로 치고 나가며 40%를 넘나드는 20대 지지를 확보했다는 각종 여론조사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재·공표돼왔다. 일부 ARS 여론조사는 '20대 남성'의 윤 후보 지지율이 50%를 넘기도 했다. '2030'을 유독 앞세우던 정치인들이 이를 주목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MZ세대'로도 불리는 2030은 집단논리보다 개인으로서의 각성과 합리성·공정성 추구로 취사선택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정치인들이 2030을 통째로 전리품·양떼 취급하며 여론몰이해온 것은 아닌지 위화감이 들던 차이기도 하다. 이 와중 이 대표는 당원 증감 문제에 말을 아끼면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옆에 낀 선대위 지분 협상 이슈로 윤 후보 압박을 이어갔다. '비단주머니 1호'로 대선 국면 댓글 조작을 감시한다는 '크라켄' 가동을 예고하기도 했지만, 운영 주체의 관점과 태도 문제가 선결 과제 아닐까 싶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기호의 정치박박] 후보 뽑고 자해한 국힘, 2030 양떼 취급 불편
지난 11월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 김재원 최고위원의 '중앙당 집계 탈당자 40명' 발언을 시·도당 탈당원서 접수 현황 집계를 들어 반박하면서 "(윤석열 대선후보의) 심기 경호 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발언한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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