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전통시장과 청년몰의 만남… "맛집 집중 유치 `신의 한 수`였죠"

1950년부터 정기시장 형성… 1970년대에 상설 시장으로 발전
2030 청년들 모집… 텐동 등 주변에 없는 메뉴로 차별화 성공
스마트 시범상가 지정으로 LED 전광판·스마트오더 속속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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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전통시장과 청년몰의 만남… "맛집 집중 유치 `신의 한 수`였죠"
'아리락'에는 현재 다양한 전통 디저트와 답례품을 만나볼 수 있는 '연희당', 한상차림 식당 '소담한끼', 향어회와 향어탕 등을 판매하는 '청년향어', 전 전문점 '김제육전', 다양한 분식을 판매하는 분식점 '지평선 그 집' 등 9개 점포가 입점해 있으며, 매장들은 블랙&화이트로 인테리어를 통일해 깔끔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김아름 기자>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전라북도 김제 전통시장 청년몰 '아리락'


◇100년 전통의 김제 전통시장

전라북도 김제시 요촌동에 자리잡은 김제 전통시장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시장이다. 명확하게 시장으로 구획화되기 전부터 시장통으로 불리며 지역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져 오다가 1950년대부터 정기 시장이 들어섰다. 곡물, 주단, 포목, 피복, 일용품 등 각지에서 모인 상품들이 거래되며 김제에서 유일한 대형 상권이 조성됐다. 특히 호남평야의 한가운데 위치한 지리적 여건 덕에 신선하고 질 좋은 농산물들이 저렴하게 거래됐다고 한다.

1970년대 들어 주변에 상인들이 터를 잡으면서 시장은 본격적인 상설 시장의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장날에는 김제뿐만 아니라 인근 부안군, 정읍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이후 2008년 지금의 '김제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전국의 수많은 유서깊은 시장들이 현대화의 바람을 맞아 예전의 모습을 잃었지만 지난 3일 방문한 김제 전통시장은 아직까지 '어릴 적 우리가 돌아다니던' 시장의 모습을 상당 부분 간직하고 있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아케이드 내에는 60여개의 점포가 좌우로 펼쳐져 있었는데, 김장철이 시작된 만큼 고추와 마늘, 무, 배추 등 김장 재료를 파는 청과점들이 활기차게 영업하고 있었다. 정육점과 반찬가게 등은 물론 요즘엔 찾아보기 힘들었던 생활용품 점포 등이 함께 자리를 잡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시장 내에 차량이 운행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차량 2대가 여유있게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은 시장 길 사이로 차량이 드문드문 보였다. 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시장 길 인근에도 상가가 줄지어 있다. 시장을 중심으로 제법 큰 상권이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조정래의 혼 담은 이름

시장 입구에서부터 300m가량을 걸어가면 시장 끝에 보건소 건물과 함께 김제 전통시장 청년몰 '아리락'이 보인다. 아리락은 김제시가 지난해부터 20~30대 청년들을 모집해 문을 연 청년몰이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점포를 매칭해 주고 인테리어비와 임차료 보조, 창업교육 및 컨설팅, 기술 지도 등 창업 전 과정을 지원해 준다.

아리락이라는 이름은 일제 강점기를 다룬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에서 그 이름을 따 왔다. 아리랑의 주 배경이 바로 김제 만경평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즐거울 락(樂)자를 붙여 아리락이라는 이름을 완성했다.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삶의 희망과 즐거움을 선물해 주겠다는 의미다.

◇시장에 없는 맛집만

발열체크, 방문자 명부 작성 후 들어선 청년몰의 첫 이미지는 '깔끔 그 자체'였다. 매장들은 블랙&화이트로 인테리어를 통일했고 중앙 공간에는 키오스크와 테이블이 자리했다. 정문 쪽에도 테이블과 의자 등 휴게·취식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40~5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었다. 벽면에는 조정래 작가의 일러스트와 소설 아리랑의 일부가 그려져 있어 김제가 '아리랑의 고장'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아리락이 다른 청년몰들과 비교해 돋보이는 점은 '현실적인 매장 구성'이다. 기존 청년몰들은 특이한 점포 구성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모아 이를 전통시장으로 되돌려 보내는 선순환을 노리다가 관광객도, 지역 주민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아리락은 기념품 매장이나 특산물 매장 등 두 번 찾기 어려운 '관광용 매장'을 들여놓지 않고 지역민들이 언제든 방문해 이용할 수 있는 식당과 카페를 집중적으로 오픈했다. 겉보기에 아름답고 눈길이 가지만 실제 지역 주민들의 이용률이 떨어지는 매장들보다는 주민들의 니즈는 있지만 미비했던 '맛집'들을 들여 더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정병희 김제전통시장 청년몰활성화 사업단 단장은 "오래된 상권이라 주변에 젊은이들이 맛있게 먹을 만한 식당이 적은 편"이라며 "이에 스시, 텐동 등 인근에 없는 메뉴를 내세운 맛집을 많이 유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념품 매장이나 디퓨저, 방향제 등을 파는 매장은 막상 지역 주민들에게는 방문 요소가 되지 못한다"며 "차라리 매일 방문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맛집을 들이는 것이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리락에는 현재 앙금플라워 떡케이크와 수제 전통과자, 도라지 정과 등 다양한 전통 디저트와 답례품을 만나볼 수 있는 '연희당', 비트를 사용해 절인 연어 요리 그라브락스를 내세운 '미유스시', 제육볶음과 쌈채소를 곁들인 한상차림 식당 '소담한끼', 김제에서 난 쌀과 김제전통시장에서 나오는 채소·고기를 사용한 텐동을 판매하는 '연교텐동', 김제의 대표 수산물 중 하나인 향어를 이용한 향어회와 향어탕 등을 판매하는 '청년향어', 김제산 쌀로 만든 다양한 떡을 판매하는 '달나라 방앗간', 육전, 모듬전, 파전 등을 판매하는 전 전문점 '김제육전', 짜장떡볶이·중화떡볶이와 다양한 분식을 판매하는 분식점 '지평선 그 집', 천천히 내린 슬로우커피와 건강차를 판매하는 카페 '들녘' 등 9개 점포가 입점해 있다.

대부분의 점포가 시장 내, 혹은 주변에 비슷한 업종의 매장이 없어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이뤄졌다. 실제로, 김제시 내에서 텐동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연교텐동이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다른 매장들 역시 시장 내 식당들과 겹치는 메뉴가 없다.

정 단장은 "시장 내에 있는 밥집들은 국밥집 등 주로 중장년층이 즐겨 찾는 식당"이라며 "인근 시청 등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청년몰에 입점한 식당들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점심시간이 되자 하나 둘 손님들이 들어차기 시작했고 10여 분이 지나자 모든 자리가 꽉 찼다.

대부분 20~30대 청년층이었다. 저녁 시간대에는 막걸리를 판매하는 전집이 있는 만큼 중장년층의 방문이 많아진다는 귀띔이다.

주변 상인들 역시 청년몰 상인들이 다양한 식재료를 구매해 주는 만큼 '윈-윈'이라는 분위기다. 청년몰 바로 앞 시장에서 장을 보는 만큼 동선도 줄일 수 있고, 상인들도 청년몰을 이용하며 식사와 커피를 즐기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관아부터 향교까지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도 기대해 볼 만한 부분이다. 아리락 바로 앞에는 김제의 옛날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김제 옛 관아가 자리하고 있다.

김제 옛 관아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 60호인 김제 동헌(조선시대 고을 수령이 업무를 보는 건물)과 61호인 김제 내아(수령이 가족과 살던 생활공간), 비지정문화재인 피금각이 있다. 특히 김제 옛 관아는 동헌과 내아가 잘 보존된 드문 사례로 알려져 있다.

관아를 지나 조금만 더 가면 김제 향교를 만날 수 있다. 김제 향교는 조선 태종 때 세워진 역사 깊은 향교로,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 9호, 사적 제 482호로 지정된 곳이다.

아리락은 지난해 지원자를 모집하기 시작해 올 초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사실상 코로나19의 한복판에 있었던 만큼 그동안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못했다.

더군다나 김제 보건소와 같은 건물을 쓰면서 청년몰을 알리는 데 더 큰 어려움이 있었다. 보건소가 코로나19 선별진료소로 지정되며 청년몰 정문을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까지 후문을 이용해 청년몰을 이용해야 했고 건물 외관에도 청년몰 관련 간판 등을 부착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김제시는 향후 청년몰 외관에 청년몰임을 알리는 간판 등을 부착하고 관련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내년에 김제전통시장을 찾는다면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김제전통시장이 '스마트 시범상가'로 지정되면서다.

스마트 시범상가로 지정되면 시장 내에 LED 전광판, 무인판매기, 스마트오더 등 복합형 기술이 도입된다. 또한 상가 내 상점의 위치와 취급 제품, 지역 명소 등을 종합적으로 안내해 주는 디지털 사이니지도 보급된다.

김제/글·사진=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전통시장과 청년몰의 만남… "맛집 집중 유치 `신의 한 수`였죠"
김제 전통시장 전경.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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