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월간 객석 발행인
![[포럼] 오페라, 절반의 이해 넘어 가야할 길](http://contents.dt.co.kr/images/202111/2021110502102369073001[1].jpg "[포럼] 오페라, 절반의 이해 넘어 가야할 길")
강화자 단장이 이끄는 베세토오페라단이 제작한 풍자와 위트가 가득한 빈 최고의 오페레타 '플레더마우스:박쥐'(9.2·25/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원본의 아리아는 그대로 부르고, 중간마다 등장하는 이탈리아어 대사(레치타티보)를 재치있는 한국어로 바꾸어서 극 전체의 흐름을 굳이 자막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파티 장면에서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랑유 김정아의 겨울 컬렉션 쇼까지 자연스럽게 진행되어 관객들 눈을 호강시켜 주었죠. 그야말로 오페레타와 화려한 디자인의 컬래버레이션이었습니다.
10월 1일부터 9일까지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개최된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의 첫날 공연인 국립오페라단의 '라 보엠'은 공연 시작 30분 전, 서상화 국립오페라단 교육문화팀장이 나와 스토리를 상세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어 시작 전부터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1막과 2막 사이와 3막과 4막 사이 무대 전환 시간에는 평소와 같이 무대막이 내려왔는데요, 그 시간은 그저 막연한 기다림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피에로 분장을 한 연기자가 나와서 진행될 스토리를 재미나게 마임으로 표현하여 시간 가는 줄 몰랐거든요.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인 9일에는 신선섭 단장이 이끄는 노블아트오페라단이 창작오페라 '허왕후'를 선보였습니다. 우리나라 말로 대사와 아리아를 부르는 오페라여서 걱정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만, 대사 처리에서 한 두개의 어색함을 제외하고는 창작오페라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10월 13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경필하모닉과 국립오페라단이 함께 한 '사랑의 묘약'이 올랐습니다. 무대 뒤에 커다란 영사막이 내려와 있었고, 아리아를 번역한 한글 자막과 함께 이탈리아 대사를 위트 있는 한국어 대사로 바꿔놓아 오페라에 낯선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여주었습니다.
사실 재작년부터 코로나 팬데믹과 불경기 탓으로 원작 오페라를 콘서트 버전으로 한 공연이 많이 선보이고 있는데요, 전문공연장과 달리 자막을 위한 전문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공연장에선 성악가들이 아무리 열창을 해도 청중들은 그 노래의 뜻을 몰라 아쉽다고 생각해 왔던 터라 더 반갑게 느껴지는 변화였습니다.
물론 오페라 마니아들에게는 이런 시도들이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울 수 있겠지만, 새로운 청중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 오페라 공연은 더 부단한 변화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국립오페라단 등이 '라보엠' 같은 유명 오페라 아리아 등을 한국어 대사로 바꾸어 부르는 과감한 시도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대를 앞서가기는커녕 퇴보하고 있는 요즘의 현실이 저는 갑갑하게 느껴집니다. 여전히 많은 성악가의 독창회나 콘서트 오페라의 프로그램북들이 죄다 이탈리아어나 다른 외국어로 표기되어 있는 것이 그 예입니다.
참고로 일본에서 열리는 성악 연주회 프로그램 북을 보면 외국어 없이 자국어로만 쓰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한국에서는 외국어를 너무 많이 써서 그 뜻을 전혀 알 수가 없으니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관객들은 친밀함을 느끼기가 정말 어렵죠. 가능하면 한국어 표기를 주가 되게 하고 외국어는 작게 표기하여 괄호 안에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종합예술의 산물인 오페라가 뮤지컬의 인기에 밀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나 곧 준공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 등의 전문 오페라 무대에서 공연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사라졌으면 합니다. 많은 오페라 작품들이 인기 대관 순위에 밀려 다른 공연장을 떠돌아 다녀야 한다면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셈 아닌가요?
좋은 무대를 뮤지컬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오페라 관계자들의 뼈깎는 변화 노력과 함께 관계자들의 이해 및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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