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우주로 발사해 700km 고도까지 성공적으로 비행한 누리호(KSLV-ll)와 관련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4일 "21일은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세계 7번째로 자체 우주 발사체를 보유한 우주 강국에 진입한 날이고, 대한민국 우주시대의 꿈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연재하고 있는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 22번째 포스팅에서 "이날의 성취는 오롯하게 '항우연 연구자들'을 비롯한 우주산업 관계자들의 공로"라면서 누리호 발사 과정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일화를 소개했다.
박 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이 비행 시험 종료 후 데이터 분석을 기다리는 도중 박수경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부터 '궤도 안착 실패 예상' 소식을 문재인 대통령이 보고받고, 대국민 연설문을 직접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보좌관은 '졌지만 잘 싸웠다'는 컨셉의 톤 다운된 버전의 연설문 수정을 제안했으나, 문 대통령이 '1·2단 연소와 분리, 페어링까지 다 성공한 만큼 과장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축하하겠다'며 연설문을 직접 손봤다는 것이다. 박 수석은 "연설문 곳곳을 이루지 못한 성과보다는, 달성한 목표를 강조하는 문장들로 채워 나갔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만약에 발사에 완전히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더 큰 격려와 응원이 필요해 현장참관을 결정했다'고 한 평소 말처럼 "자랑스럽다"는 말로 연설문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위성 속도가 충분하지 못했지만 위성의 목표 고도를 성취한 것은 국민께 알려야 한다"며 "발사체를 (3단 설계로) 고도 700km까지 도달시킨 것은 대단한 성취"라고 말했다.
이후 별도로 연구원들에게 일일이 격려 메시지를 전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도 "우리가 이룬 성취를 국민들께 잘 전달하고 연구진들의 사기를 북돋워 드리라"고 재차 당부했다는 게 박 수석의 설명이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은 (누리호 발사) 실패 시에도 직접 대국민 연설을 하겠다고 결정했다"며 "실패 시에도 직접 생방송 연설을 할 것이고, 내용도 현재까지 우리가 확보한 기술의 축적과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도전과 의미를 담겠다는 지시를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성공률이 30%가 안 되는 첫 발사체 비행시험에 문 대통령이 실패 대국민 연설을 어떻게 하느냐는 참모진의 우려가 있었으나, 문 대통령이 이를 물리치고 연설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설사 누리호 발사가 실패를 한다고 하여도 우주개발은 실패를 통해 소중한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고 성공은 결국 시간의 문제"라며 "실패하더라도 지속적인 우주개발의 도전을 격려하기 위해 누리호 발사 현장의 참관을 결정한 것"이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수석은 "항공우주산업 연구진과 참여기업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고, 우주로 깊이 뻗어 나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감격하며 응원한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지난 21일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페이스북 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