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공과 평가도, 인식도 말라"는 전체주의 논리

'전두환 정치 잘했다' 논란 자초 尹 고개숙여
與 비유 미러링에 野 경선은 오징어게임化
尹 정치적 실언에 보수당 무원칙 대응 더 위험
全처럼 박정희 오염돼도 평가·인식 막을 건가
자유 훼손 무감각…기울어진 운동장 맹종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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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공과 평가도, 인식도 말라"는 전체주의 논리
지난 10월 21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전두환 옹호 발언과 관련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하신다…이분은 군에 있으면서 조직을 해봤기 때문에 맡긴 것이다. 경제는 돌아가신 김재익(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말 몇 마디가 한주 내내 정치권에 불을 질렀다. 제1야당 대선 경선주자가 지난 19일 내뱉은 이 말은 이틀 만인 21일 그가 두차례 '유감',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힌 뒤에야 진압되다시피 했다.

그 기간 윤 전 총장은 정치권 안팎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그럴 만은 했다. 용인술(用人術)을 시사하면서 스스로 '정치'로 뭉뚱그린 것부터 의문인 데다, 그동안 일련의 실언과 마찬가지로 각 분야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국정운영을 시사하는 데 불필요하게 전두환 정권을 비유 대상으로 삼았다. 빈틈투성이 정견 표출에 당연히 공세가 뒤따랐다. 전 전 대통령과 구원(舊怨)이 깊을 소위 '586 운동권' 세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나아가 언론계까지 세력을 중심으로 '망언'이란 조롱과 '직접 사과' 요구가 빗발쳤다. '이완용에게 친일 빼곤 잘했다는 격', '히틀러·스탈린도 시스템 정치라고 부를 거냐' 등 여권에선 거침없는 비유가 나왔다.

같은 국민의힘 대선주자들까지도 발언 첫날부터 타이밍을 놓칠 수 없다는 듯, 비판 가담을 넘어 앞장서는 데 이르렀다. 함께 경기 중인 후보의 사퇴를 종용한다든지, "이런 사람을 대선후보로 뽑는다면 보수정치도 끝장"이란 적대감 섞인 말마저 나왔다. 과거 대선후보 때 전 전 대통령에게 세배를 올리려 찾아갔었다든지, 4년여 전 보수정당의 대선 참패 직후 당대표 선거에서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뒤를 잇는 대구경북의 희망이 돼보고자 한다"던 현직 경선주자들도 '망발' '망언' 목소리를 연이어 높였다. 과정이야 어떻든 상대를 제거하길 주저하지 않아야만 살아 남아 거액의 상금을 독차지하도록 하는 '오징어 게임'을 방불케 해 뜨악했지만, 정치공방의 허용 범위겠거니 했다.

그러나 도무지 간과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하나를 꼽자면 자유민주주의를 대변해야 할 보수정당의 무원칙이다. 윤 전 총장이 자연인으로서 할 말, 대선주자로서 할 말을 구분 못 한 실언을 했다지만 당 유력정치인들까지 '자연인으로서의 표현의 자유'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입막음을 조장했다. 지난 20일 오후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본경선 5차 TV토론회에서 유승민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도 공(功)과 과(過)가 있다. 가난으로부터 해방시킨 것은 공이지만 전두환은 '공과가 있다'고 평가 안 한다"고 전제하며 윤 전 총장에게 "제2 전두환이 될 생각이냐"고 했다. 21일 홍준표 의원도 페이스북으로 "전두환이 공과를 따질 인물이냐, 히틀러시대도 찬양하냐"며 윤 전 총장을 제명 대상으로 거론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전남 여수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윤 전 총장이) 어떤 의미로 발언했는지 설명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그 인식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 평가'와 고(故) 전문가 등용 평가라는 '인식' 자체를 차단 대상으로 공언한 것이다. '전두환 독재 반대'가 명분인데, 또 다른 독재만 파생된 듯하다. 만약 운동권 진영 여론전에 밀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전두환씨'와 같은 처지로 전락하면, 이번 TK 토론회만 해도 민망할 정도로 박정희 찬사 경쟁을 벌이던 그들이 어떻게 표변할지 궁금하다. 이 대표가 '통치행위 기념'의 기준으로 삼은 당대표실 초상들(이승만·박정희·김영삼)도 하나씩 걷어 치우게 될지도. 최근 공안 못지 않은 입막음 정국에 답답함을 느꼈다는 당 소속 한 일꾼은 "야당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어야 하는 건 맞지만, 그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한 운동장'이라 믿는 건 다른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중앙당 대변인으로 발탁된 인사는 "전두환은 대통령이라기보단 범죄자"라고 단언했다. 전 전 대통령도 안 당한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비슷한 수사가 뒤따르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굳이 따지자면, 전체주의 독재는 기본에다가 대한민국의 시각에선 여전히 심판받지 않은 6·25 전범(戰犯)세력인 북한 정권 수뇌부에 '불상·미상의 평화공세'만을 추구하는 여권엔 그만큼 냉대와 제재를 하려 한 적 있는지 의문이다. 해당 인사는 오히려 지난달 북한과 공동전범 격인 6·25 당시 중공군 미화 영화 수입 논란 속 "이게 자유로운 사회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자유가 다시 한 번 자랑스럽다"는 메시지부터 냈었기도 하다.

제1야당 지도층은 도대체 자유를 무어라 믿고 있고, 원칙을 지녔긴 한 걸까. 차라리 늦게라도 "독재자의 통치행위를 거론한 것은 옳지 못했다"며 "원칙을 가지고 권력에 맞설 땐 고집이 미덕일 수 있으나, 국민에 맞서는 고집은 잘못"이라고 스스로 입장을 정리한 윤 전 총장이 개선 여지가 더 커 보인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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