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통일후 남북간 의식차이 혼란 불보듯… 보편적 가치 합의 선행돼야

통일, 민족적 대의이지만 현실문제
관습적인 장밋빛 전망만 공유해와
통일비용·사회적 갈등 직면 불가피
70여년 이질적 체제와의 통합 과제
민주적 과정통해 합리적 조율 필요
경제적 균형위해 자유 개념 확립을
통독과정과 한계 다시 한번 곱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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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0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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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통일후 남북간 의식차이 혼란 불보듯… 보편적 가치 합의 선행돼야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일러스트 윤소영)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통일후 남북간 의식차이 혼란 불보듯… 보편적 가치 합의 선행돼야
지리적·민족적 구분과 상관없이 그어진 아프리카 국가의 경계 (출처: 유튜브 채널 '와이퍼: 깔끔하게 훑어주는 이슈' 캡처 화면)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통일후 남북간 의식차이 혼란 불보듯… 보편적 가치 합의 선행돼야
윤지환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

통일한반도를 향한 한 걸음…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⑥ 북방 이해를 위한 지리적 사고 - 군사분계선 지리적 해석과 통일 의미(5)


70년의 분단 기간 속에서도 남한과 북한은 통일에 대한 염원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 이질적인 체제 속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은 통일 이후 심각한 분열의 씨앗을 키우고 있다. 통일이 몰고 올 사회경제적 혼란과 분열에 대비하기 위한 경제성장은 더욱 추진력을 받아도 모자랄 상황이지만 인구 감소와 노동인구의 부족은 대한민국의 경제 체력을 갉아먹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자유 의식을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옵션 중의 하나가 아니라 반드시 선택하고 실천해야만 하는 필수 사항이다.

공동기획

한국외국어대학교 HK+ 국가전략사업단

디지털타임스




◇'통일'이라는 신화

필자는 통일이 언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많은 사람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우리의 소원'이라는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 역시 학교에서 배웠던 이 노래가 비록 크게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잔잔한 멜로디와 함께 시작하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가사를 가끔 머릿속에서 떠올릴 때가 있다. 습관이라는 것은 무서워서,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되뇌는 가사는 우리의 가치관마저도 사로잡곤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한국인은 통일을 언젠가는 당연히 이뤄야 할 민족의 대의로 여기곤 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든 북한 사람이든 통일은 한반도 인구의 대부분이 염원하는 미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관습적인 학습에 의한 열망은 통일을 향한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지 않게 만들었다. 통일 효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대중적으로도 상당 부분 공유되어왔다. 대표적으로는 남북한의 통합 시 얻게 될 7000만의 인구 시장, 북한의 광물자원과 값싼 노동력, 국방비에 쏟아 온 예산 절약과 경제성장으로의 투자, 대륙과의 육로 연결을 통한 북방 외교의 활성화 등이 통일 효과로 거론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필자의 솔직한 생각이다.

우선 7000만은 국제적으로 봤을 때 그리 거대한 인구 규모로 보기 어렵다. 한반도의 좌우만 바라봐도 우리는 14억의 중국과 1억 2000만의 일본을 이웃으로 두고 있다. 북한의 광물자원이 남한에 비해 풍부하다고는 하지만 다른 자원 부국들과 비교했을 때 보잘것없는 수준임은 분명하다. 통일 이후 마주하게 될 중국과 러시아는 결코 우리의 국방비를 절약할 수 없게 할 것이며 북방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와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진 두 국가가 통일 한국에 호의적일 것이라 보장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껏 자유 민주주의를 표방했던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안을 선택할 수도 없다. 북한의 노동인구는 인건비가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오랜 기간 체제적 억압 속에 자율과 책임 의식을 거의 잊고 살았기 때문에 결코 생산성이 좋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한창 개성공단이 가동되었을 당시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 대비 생산성은 중국이나 베트남 노동자들과 비교해 턱없이 낮았다.

통일에 대한 염원은 이렇듯 현실에 대한 고려보다는 '민족'이라는 공동체적 의식의 산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통일과 관련하여 한 번쯤 들어봤을 '우리민족끼리'라는 수사는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만약 한반도의 경제, 정치, 이데올로기 등과 관련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통일이 이뤄진다면 준비 부족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이 경우 그동안 민족이라는 환상의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구축되었던 '통일'이라는 신화는 사람들의 원성 속에 무참히 짓밟히고 한반도는 거대한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다.

◇통일 청구 비용과 국가적 내분

그렇다면 우리는 보다 현실적인 통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문제들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아마도 통일을 앞두고 마주할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은 남과 북 사이의 경제적 차이일 것이다. 현재로서도 대한민국은 인구 절벽과 함께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으며 은퇴자가 현역 노동자보다 훨씬 많은 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까운 미래에 조세 부담이 급격히 가중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어떻게 해결이 된다고 쳐도 진짜 문제는 북한과의 통일 이후 청구될 비용 문제이다. 현재 북한의 부족한 공공인프라는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 시키는데 필요한 경제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토목 사업과 인프라 구축이 또 다른 경제 활성화의 기회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변변한 산업 시설이 없는 현재의 북한에서 통일 이후 당분간 투자한 금액 이상의 수입을 회수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인프라 구축의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 기약도 없는 상황에서 온전히 남쪽으로부터의 투입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적 피로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누군가는 통일이라는 민족적 대의를 두고 지나치게 이기적이거나 계산적인 생각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기적인 것을 떠나 한반도 주민의 생존과 관련한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로서도 대한민국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스스로 유명을 달리하거나 안타까운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무리 경제력이 뛰어난 국가라도 급격한 변화나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무난하고 능숙하게 모면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우리보다 대내외적으로 훨씬 수월한 통일 조건이었다고 평가받는 독일도 1990년대는 물론이거니와 현재까지 그 후유증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일이 몰고 올 경제적 혼란은 국민의 생계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적 문제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통일 비용을 징수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의견 차이와 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생각만 해도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아마도 남한과 북한 주민 간의 의식적 차이에 따른 혼란과 갈등일 것이다. 최대한 좋게 봐서 경제적 차이야 무슨 수를 써서든 극복할 수 있다 치지만, 강산이 7번이나 바뀐 시간까지 완전히 남으로 지냈던 두 체제의 주민이 통일이 되었다고 순식간에 의식적 통일까지 이룰 수는 없다. 내부적으로 국가 운영과 세계관에서 국민 간에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나라는 치명적인 사회 분열을 피할 수 없다. 민주적 조정의 시스템을 갖춘 나라들조차 중대한 사안을 두고 벌이는 조율 과정은 상당한 진통을 동반한다. 이는 영연방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추진했던 스코틀랜드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민주적이지 않은 정치 환경의 나라가 겉으로 보이는 평화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경우는 대개 강력한 독재자에 의해 내부 분열을 정리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국가적 명분이 모든 차이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벌어진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중동 지역이나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적 혼란은 '90년대 혹은 2000년대 이전까지 독재자가 정권을 잡았을 당시에는 발견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2010년 12월부터 북아프리카 튀니지로부터 불기 시작한, 소위 말하는 '아랍의 봄(Arab Spring)'으로 불리는 민주화 물결은 시리아, 이집트, 리비아, 이라크 등 기타 중동 국가들로 번지기 시작했고 이는 일부 국가에 돌이킬 수 없는 분열과 혼란의 씨앗을 남겼다.

독재와 민주화 사이에서 대중은 후자에 대한 요구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은 이마저도 제대로 얻지 못한 채 중동은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말았다. '봄'이라는 수사에서 드러나듯이 당시에는 민주화의 물결을 중동의 변화를 향한 희망으로 인식하였지만, 현재 이들 국가는 내부 분열로 인한 차디찬 시련의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로서는 이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이 무엇일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체제적 통일과 의식적 통일

아무리 정치적 안정이 중요하다 해도 과거 중동 국가들처럼 독재자에 의한 분열의 진압을 기대할 수는 없다. 더욱이 지난 반세기 간 민주화 과정을 경험한 대한민국은 통일 이후 예상되는 혼란을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조율할 필요가 있다. 사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여러 국민적 의견을 모으고 일정한 국가 방향성을 설정하는 작업은 매우 까다롭다. 다양성과 보편적 가치 사이에는 분명 합의를 통해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율의 과정이 없다면 국내적으로는 집단 간의 끊임없는 반목과 심하게는 유혈사태를 동반한 비극으로 귀결될 것이다.

'아랍의 봄' 이후 시작된 중동 지역의 내전 사태는 수많은 난민을 유럽으로 몰았다. 이전부터 과거 식민지 지역으로부터의 이주민 유입으로 인종적, 민족적 구성이 다양해지던 유럽은 한때 프랑스의 관용 정신으로 대표되는 포용 정책을 추구했지만,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2015년이 지나고 2016년 새해를 맞이했던 독일 쾰른 시민들은 1000여 명의 중동 출신 난민 신청자들이 광장에서 행했던 집단 성폭행 소식에 경악했다. 당시 1200여 명의 여성들이 경찰에 성폭행과 강도 피해를 신고했으며 수십 건의 강간 사례가 보고되었다.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유럽과 판이했던 중동 문화를 마냥 포용으로만 품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자신과 다른 문화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객관적 논의의 부족은 많은 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이다.

1960년대 아프리카 국가의 대부분은 다양한 민족 집단의 실제 분포와는 상관없이 유럽인에 의해 그어진 경계에 따라 독립이 이뤄졌다. 식민 시절 유럽인의 통치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민족 간의 갈등은 독립 이후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두고 무력을 동반한 충돌로 번져갔다. 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내전과 주민 학살의 배경이 되는 것이다. 국내의 분열과 갈등은 경제적 빈곤에 더해 많은 아프리카 주민들의 삶과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국가 구성원의 이질성이 보편적 가치로 포섭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혼란을 확인할 수 있다.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은 사실 어떤 문화 집단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개념이다. 마초적 남성성을 강조하는 중동 난민의 특수한 문화적 맥락은 이를 무시할 수 있는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아프리카 부족들의 개별성과 정체성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내전을 통한 인권유린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들의 존재감이 우선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과 인권에 대한 위협은 국가 구성원이 보편적으로 따라야 하는 가치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을 때 더 두드러진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길어지는 분단 상황 속에서도 통일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로 통일의 시스템적 완수와 주변 정세와의 활용 등을 중심으로 다각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그보다 중요할 수 있는 통일 국가 내부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과 북 주민들의 이데올로기적 이질성은 단순히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수준에서 무마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사람들이 가장 예민하게 접근하는 실질적인 삶의 문제,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주지했다시피 한반도 통일 비용은 얼마나 소요될지 가늠이 되지 않을 만큼 막대한 양을 필요로 한다. 이는 주로 대한민국의 국민이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여러 계층에서의 사회적 불만이 표출될 것이다. 통일 이후 인프라 구축 작업을 펼치는 와중에도 북한 주민들의 노동 생산성, 자유, 책임에 대한 이해와 사유재산 개념의 확립은 북한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고 남한과의 경제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무리 예산을 투입하여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해도 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협력과 경제적 자립에 대한 인식이 정착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생활 개선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남한에서의 탈북민 실태는 통일 후 남과 북 주민의 의식적 차이와 차별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킨다. 탈북민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2010년 설립된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은 매년 탈북민의 정착 상황에 대한 조사를 수행한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탈북민들의 정착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을 일으키는 요소는 크게 남한 주민들의 편견과 차별,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자립에 대한 동기 부족이 꼽힌다. 이는 어느 한쪽만의 책임으로 전가할만한 문제는 아니다. 북한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남한 주민들의 폭언, 무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이러한 행동은 탈북민들의 정착 의지를 더욱 위축시킨다.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임대주택에 대한 보조금 지급, 취업 알선, 고용 지원금, 사업자금 대출 등 금전적 정책만을 중심으로 한 지원사업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탈북민의 대다수는 대한민국 1가구 평균 수입의 1/3에 지나지 않는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 정도의 수입만으로도 탈북민의 대부분은 북한에서의 열악했던 삶과 비교하며 대체적인 만족감을 나타낸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 지원에 의존한 자발적 무직과 지속적이지 않은 직장생활은 세대에 걸친 탈북민 가족의 빈곤과 사회적 차별의 악순환을 되풀이한다.

소수를 차지하는 탈북민의 빈곤이 아직은 크게 사회문제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통일 이후 7000만의 주민이 뒤섞이는 상황은 북한 출신에 대한 차별과 심각한 내부 분열을 동반할 것으로 예상한다. 통일 이후 30여 년이 지난 독일은 여전히 동독 출신에 대한 차별이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유와 책임에 대한 개념이 정착하지 않은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동독보다 훨씬 폐쇄적인 환경에서 살아왔던 북한 주민이 통일 후 이에 따른 스트레스와 정신적 외상을 겪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유와 책임은 북한의 생산성 향상과 사회경제적 혼란의 방지를 위해 공유되어야 하는 핵심 가치이다. 문제는 대한민국마저 자유에 대한 개념을 갈수록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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