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아프간 주민들 `자유`로의 탈출… 韓, 자유·문화·경제 공유 협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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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정권 장악 이후 극심한 혼란
현지 공항에 인파 몰려 사상자 속출
이슬람 공포 정치 악몽에 고국 버려
韓, 희생과 고통 감내로 자유 만끽
문화·경제·민주화 영역서 급성장
북·중·러시아 위협에도 저력 발휘
한반도 주변 정세 지리적 감각 필요
불안한 경제 속 일상적 행복에 집중
남북 통일, 강요·무리없이 이뤄져야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아프간 주민들 `자유`로의 탈출… 韓, 자유·문화·경제 공유 협력해야
미군 수송기에 매달려 탈출을 시도하려는 아프가니스탄인들 (출처: 미국 CNBC 유튜브 채널 캡처 화면)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아프간 주민들 `자유`로의 탈출… 韓, 자유·문화·경제 공유 협력해야
신북방정책 대상 14개 국가 (적색 원은 대한민국, 출처: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아프간 주민들 `자유`로의 탈출… 韓, 자유·문화·경제 공유 협력해야
윤지환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


통일한반도를 향한 한 걸음…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⑥ 북방 이해를 위한 지리적 사고 - 아프가니스탄과 자유 대한민국(1)


최근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은 주민들의 패닉 속에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카불 국제공항에 한꺼번에 인파가 몰리면서 안타까운 사상자들이 속출하고 있고 미군 수송기는 정원을 훨씬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많은 인원을 탈출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를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것이 미안할 정도이지만, 그들이 고국을 버리고 저렇게 필사적으로 탈출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목숨에 대한 위협도 그렇겠지만 무엇보다도 필자는 그들의 탈출 의지를 자유에 대한 절실한 갈망으로 본다.

공동기획
한국외국어대학교 HK+ 국가전략사업단
디지털타임스




미군의 주둔 속에 제한적이나마 자유를 맛본 아프간인들은 이슬람 근본주의로 무장한 탈레반의 공포 정치 악몽을 두렵게 회상하는 것이다. 사상의 자유가 없는 땅은 문화, 경제, 정치 등 기타 어떤 자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의 대한민국은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처럼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자유를 누리고 있는 상황은 숨 쉴 수 있는 공기에 대한 감사와 사색이 없는 것처럼 우리가 어떻게 자유를 얻게 되었고 그러한 자유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하지 않게 만들었다. 우리도 분명 자유라는 가치를 얻기 위해 희생했던 생명과 감내해야 했던 고통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한반도의 남쪽 절반만이 자유 진영에 속해 있는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괄목할 성장을 이뤄왔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으며 북방정책이라는 장기 로드맵을 차근차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오랜 기간 공을 들이고 있는 북방정책을 통해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둬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신북방정책 대상 지역을 보면 아쉽게도 문화 발전의 기반이 되어야 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가 없다. 물론 문화 발전, 경제성장, 민주화를 측정할 절대 지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이 이 세 영역에서 상당한 성장을 이뤘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자리한 대한민국은 어찌 보면 자유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가 북방과의 관계 설정에서 어필할 수 있는 가치는 자유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문화와 경제적 요소이다. 북방 지역 주민들은 독재와 어려운 생활 환경 속에서 무엇보다도 자유와 문화, 경제적 안정을 원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이 경험했던 경제성장과 자유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은 북방 지역에 크게 어필할 수 있다. 인접한 지역이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도록 협력하는 것은 우리의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백범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을 통해 밝힌 문화와 평화를 향한 포부와도 연결되어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의 꿈

민족의 지도자로 존경받는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 수록된 '나의 소원'을 통해 우리나라의 완전한 자주독립과 문화, 그리고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족의 사명을 언급하면서 평화를 통한 문화 강국의 비전을 제시했던 김구 선생은 '30년이 못하여 우리 민족은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될 것'을 예견하였다. 백범일지가 출간된 지 30년이 조금 더 지난 40여 년 후 '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되면서 그의 꿈은 가시적으로 다가왔다. 만약 이를 두 눈으로 봤다면 그 또한 감격했을 것이다. 물론 올림픽이 '괄목상대'의 절대 지표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후 30년이 더 지나 한국은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마자 수억 명이 시청하고 뉴욕 맨해튼에서 수많은 군중의 환호를 받는 가수를 배출했다.

이런 광경을 보면 '49년생인 필자의 부친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사실 과거 한국 대중문화의 국제적 인지도를 생각해보면 나 또한 이게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만큼 한국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사람이 놀라워하는 문화적 성과를 만들었고 경제적으로도 성공했다. 여기까지 보면 백범 김구 선생이 꿈꿨던, '세계를 무력으로 정복'하는 것이 아닌 '문화'로 '즐겁게 살도록 하는 일'을 우리는 상당 부분 이룬 것 같다. 결코 희망적이지 않았던 일제강점기에 이러한 꿈을 꾼 것 자체만으로도 백범 김구 선생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가 당시 어떠한 확신으로 이런 생각을 가졌는지가 신기할 따름이다.

◇한반도와 지리적 경각심의 부재

'나의 소원'은 김구 선생의 이상을 한껏 드러내면서 우리의 비전과 미션을 보여줬다. 이를 계승할 뜻이 있다면 이제 우리는 그의 꿈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시절보다 결코 나쁘지 않은 시간을 살면서도 평화와 문화 강국의 미션을 수행할 마음이 있는지를 묻고 싶다. 한편으로는 과연 '나의 소원'에서 말하는 이상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그렇다고 여기에 초를 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적인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며, 세계 유일의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개도국 출신의 선진국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변은 여전히 쉬운 상대들이 아니며 험난한 지정학적 여건 속에서 불안한 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역사와 영유권 문제를 두고 날을 세우고 있는 이웃 일본은 과거와 비교해 빛이 바랬지만 여전히 우리보다 몇 배의 규모를 갖춘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이 미국과 함께 G2를 넘보는 집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9년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들이 한반도 영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때도 대한민국은 엄격한 군사적 대응과 아쉬운 소리를 거의 하지 못했다. 우리와 DMZ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 북한은 경제력이 부족하지만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며 종종 돌발행동을 통해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이러한 불안한 정세 속에서도 안보에 관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모습을 연출하는 한국인을 세계인들은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지금보다 칠흑 같은 어둠의 시기를 살았기에 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을 통한 포부를 더 용기 있게 밝혔을지도 모른다. 그가 쏘아 올린 작지 않은 공을 지금에 와서 포기하기에는 우리가 이뤄놓은 성과가 꽤 아깝게 느껴진다. 지정학적인 불안함 속에서도 저력을 발휘하기 위해 우리는 한반도 주변의 지리적 조건을 이해하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리는 관념이 아닌 현실이다. '나의 소원'이 관념적 희망을 자극했다면 이제는 지리를 보면서 이를 현실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한국 전쟁 이후 대륙과의 일상이 차단된 대한민국은 보편적인 지리 감각이 후퇴했다. 아니, 그 이전 조선 시대부터 강력하고 폐쇄적인 중국의 통일왕조에 가로막혀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 교역의 혜택이 한반도에 미치지 않았던 시점부터 한민족의 지리적 마인드는 거의 발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나을 것이다. 스스로 중화 질서의 안정에 취해 소중화를 자청하며 국가의 발전을 고민하지 않은 결과 우리는 외세의 침략에 늘 무력했다. 그 결과 일제강점기라는 최악의 결과까지도 받아들여야 했다. 외부에 대한 관심은 결국 우리의 발전으로 수렴한다. 우리는 늘 고인물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들이 만들어내는 혁신은 무엇인지, 상대방이 우리에 대하는 태도와 전략은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또다시 발전의 기회를 떠나보내고 다른 나라의 힘에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 기술의 발전 속도와는 무관하게 야만성이 여전히 남아있던 20세기 초에나 외세의 도발을 걱정할 것이지 현대 사회에서 무슨 쓸데없는 진지함과 걱정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야만성이 지배한다. 세계 곳곳에는 사상과 이성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거라고 믿기 어려운 사건들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당장 며칠 전에 있었던 탈레반의 재집권과 아프간 사회의 아노미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평안하게 살고 싶지만 상대가 평안함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대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의 맥락을 알아야 하고 지리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휴가 기간마다 미어터지는 공항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지리적으로 고립되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일 수 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외국을 경험하고 있는데 우리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게 말이 되는가? 외국의 소식을 빠르게 전달하는 수많은 언론 매체가 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하지만 우리는 세상 물정에 무지함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 당장 국뽕(국가 + 히로뽕 = 무조건적 국가 찬양의 집단적 정신상태) 유튜브 콘텐츠들이 나오기만 하면 수십만의 조회수를 보장하는 현실을 보면서도 우리는 세상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 중에 누가 피자 가게가 늘어난다고 해서 한국은 지금 이태리 열풍이 불고 있다고 말한다면 얼마나 우습기 짝이 없는가?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세계인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뽕 동영상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들은 한국을 우러러보거나 찬양하지 않는다. 이러한 착각은 그만큼 한국인의 지리적 감각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지리적 마인드가 없다는 것은 곧 우리와 다른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외국인으로부터 인정은 받고 싶은 모순적인 상황은 '두유노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이는 우리의 자아 정체성과 외국에 대한 지식에 심각한 왜곡을 불러온다. 이러한 사회적 조건에서 평화와 문화를 통한 영향력 확대, 자주독립, 통일은 요원하다. 상대방에 대한 무지는 심각한 결례를 범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특히 다른 국가와의 외교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더 많이 요구한다. 큰 틀에서 봤을 때 통일은 가장 정교하게 준비해야 할 외교적 정수를 기초로 한다. 우리는 과연 통일에 대비한 인식적, 실질적 준비를 하고 있는가?

◇한반도는 과연 통일을 원하는가?

대한민국은 인식적 수준에서 우려가 될 뿐 사실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는 비록 소수에 의해서지만 외국과 준수한 수준에서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철저하게 고립주의를 택하면서 집단적 의식 상태도 세계와 동떨어지고 있다. 이는 북한의 미디어를 통해 들려오는 거친 언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한반도라는 지리적 틀에 갇힌 채 수십 년 동안 하나의 사상에만 몰두한 결과는 이처럼 우울하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 삼으면서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사실 한국은 미래를 짊어져야 할 젊은 세대들의 상황이 무척 좋지 않다. 치솟는 집값과 청년 실업은 많은 젊은이의 희망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리적 감각과 마인드를 운운하는 것은 욕먹기 딱 좋은 훈수질일 수도 있다. 여론 조사에서 통일을 꼭 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비율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가운데 북녘 동포와의 기억의 접점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또한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통일과 같은 거창한 대의를 추구하기보다는 당장 내 앞의 행복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일과 생활의 균형), 플렉스(자기만족과 과시를 위해 과감하게 행하는 소비),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소비 비용) 등과 같은 신조어가 유행하는 것은 그만큼 젊은 세대가 미래의 생존을 위한 처절함보다는 일상적 수준에서의 만족과 행복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협력과 합의가 필요한 북방정책과 통일의 추진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지금의 현실을 바라본다면 '나의 소원'을 수정할지도 모른다. 갈수록 치솟는 동아시아 정세의 긴장 상태, 대의보다는 개인의 만족을 추구하는 사회적 흐름 등은 통일을 향한 국외, 국내적 상황 모두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개인의 일상적 행복을 추구하는 흐름에 비판을 가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라떼 세대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렇기에 더욱 통일은 강요나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함을 주장한다. 체제의 통일은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그 이전에 전제되어야 할 조건은 남북 간 자유의 가치에 대한 합의이다. 이는 주변국들의 정세를 활용하는 실천을 통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충격을 최소화하는 통일을 위해 우리는 소프트파워, 곧 문화를 활용해야 하고 이를 위한 타인의 이해는 지리적 감각을 통해 길러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구체적으로 동아시아의 지리를 살펴봄으로써 평화, 문화, 통일의 조건을 논의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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