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의 온테크] ‘데이터 소화불량’ 걸린 기업들

허겁지겁 데이터 모으지만 인력·인프라 투자는 부족
모으는 데이터 늘어도 분석실력은 따라가지 못해
경쟁력 높이기 위한 데이터가 오히려 부담요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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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의 온테크] ‘데이터 소화불량’ 걸린 기업들
데이터가 생명이란 생각에 국내외 기업들이 열심히 데이터를 쌓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소화불량'을 앓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초체력이나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데이터만 쌓는 게 능사가 아님을 시사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포레스터컨설팅은 19일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 급증으로 인해 겪는 문제들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연구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데이터 패러독스(역설)'라는 제목을 붙였다.

포레스터컨설팅은 IT기업 델테크놀로지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 전세계 45개국에서 데이터 전략과 관련 투자를 담당하는 4036명의 임원급 이상 의사결정권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데이터 혁신', 의욕만 충만해선 곤란

의욕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이터 과부하'와,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얻어내지 못하는 '무능'이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사람과 기술, 프로세스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너무 많은 데이터에 압도되고 있다는 것. 포레스터컨설팅은 대부분의 기업에서 효과적인 데이터 프로세스와 기술, 성숙한 데이터 문화와 스킬이 부족하다 보니 현실에서 온갖 역설적인 부작용 때문에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가 기업들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산이지만, 한편으론 조직 내 데이터 사일로(단절), 개인정보 보호, 보안, 임직원 역량부족 등의 문제가 맞물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데이터의 규모와 속도, 다양성이 실제 비즈니스나 기술력, 인적 역량을 압도하는 '데이터 역설'이 발생한다고 해석했다.

◇데이터에 대한 인식부터 역설적

데이터에 대한 인식부터 역설적이다. 한국 응답자의 54%, 전세계 응답자의 66%가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데이터가 비즈니스를 위한 혈액과도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데이터를 중요 자산으로 비즈니스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답한 조직은 한국 25%, 글로벌 21%에 그쳤다. 보고서는 기업의 데이터 준비 상태를 평가해 △데이터 관련 기술력, 프로세스, 직원 역량, 조직문화 등 모든 면에서 낮은 수준인 데이터 초보 △기술력과 프로세스는 높은 수준이지만 조직문화나 역량 개발에 소홀한 데이터 기술자 △기술 개발보다 직원들의 데이터 관련 역량과 조직 문화에 중점을 두는 데이터 애호가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인 데이터 챔피언으로 구분했다. 한국에서는 단 7%, 글로벌에서는 12%만이 '데이터 챔피언'으로 분류됐다.

◇데이터 '욕심'만 있고 처리 역량은 부족

대부분의 기업은 소화능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데이터를 삼키는 데 급급한 상황이다. 처리 가능한 수준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이미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응답자의 62%, 전세계 응답자의 67%는 비즈니스를 위해 현재보다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응답자의 68%, 전세계 응답자의 70%가 이에 포함된다. 데이터 수요가 늘고 있다는 응답자는 75%인 반면 분석을 위해 사용하는 데이터가 증가하고 있다는 기업은 41%에 그쳤다.

보고서는 국내 응답자의 66%, 전세계 응답자의 64%가 엣지에 대한 투자는 소극적이면서 데이터센터에 상당량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보니 활용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국내 응답자의 72%, 전세계 응답자의 70%는 데이터 분석 전략에 대해 경영진의 지원을 받기 힘들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국내 응답자의 66%, 전세계 응답자의 56%는 수집 데이터가 급증하지만 IT 인프라는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전문가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9%에 그쳤다.

결국 데이터는 열심히 모으기는 하지만 수고에 비해 얻는 게 적은 계륵에 그치는 것. 국내 응답자의 75%, 전세계 응답자의 64%는 데이터 규모가 너무 커져서 보안과 규정 준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또 국내 응답자의 66%, 전세계 응답자의 61%는 보유한 데이터를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IT에 대한 접근부터 인프라까지 종합적 변화 필요

최근 필요한 만큼 IT를 소비하는 '온디맨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애플리케이션과 인프라를 구독 서비스형(as-a-Service) 모델로 도입하는 기업이 적은 것도 데이터 활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의 서비스 전환 비율은 전세계 평균(20%) 및 아태 평균(21%)보다 높은 28%로 조사됐으며, 서비스 모델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응답자의 56%, 전세계 응답자의 63%는 서비스가 기업의 민첩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국내 응답자의 64%, 전세계 응답자의 60%는 서비스 모델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훨씬 쉽고 빠르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국내 응답자의 79%, 전세계 응답자의 83%는 높은 스토리지 비용, DW(데이터 웨어하우스) 최적화, 노후한 IT 인프라, 비자동화된 프로세스 등의 문제 때문에 데이터 활용에 어려움이 있고, 서비스 모델이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 관련 향후 1~3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머신러닝을 활용한 데이터 감지 자동화(국내 63%, 세계 66%) △서비스형 데이터(Data-as-a-Service) 모델로의 전환(국내 52%, 세계 57%) △데이터레이크 환경 개선(국내 56%, 세계 57%)을 꼽았다.

◇IT 인프라부터 인공지능·머신러닝 투자 늘려야

김경진 한국델테크놀로지스 총괄사장은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를 비즈니스의 중요한 자산으로서 최우선 순위에 두고 기술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서비스 모델을 비교적 빨리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델테크놀로지스는 데이터 과부하 문제 해결을 위해 IT 인프라를 현대화해, 데이터가 발생하는 엣지에서 데이터가 처리되도록 하고, 최적의 클라우드 운영모델을 통해 데이터가 무분별하게 증가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최적화하고 인공지능·머신러닝으로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데이터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흐르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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