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선보이는 영상은 기존 언론 매체에서 다소 무겁고 우울하게 장애인을 그려내던 것과 크게 다르다. '노래방에 간 청각장애인', '라면 끓여 먹는 시각장애인' 등 소소한 일상을 유쾌하게 담아내고, 경비행기를 운전하거나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서는 등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모험심 강한 콘텐츠로 눈길을 끈다. '휠체어에 탄 채 샤워하는 법', '한 손으로만 화장하는 법' 등 다른 장애인들에게 생활 '꿀팁'을 전하기도 한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서울대학교 초빙연구원)는 "몇 년 전만 해도 장애인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으나, 최근 빠른 속도로 채널 수가 늘고 있고 구독자 1만 명을 넘긴 유튜버만 10여 명에 이른다"라고 전했다. 이어 "개인의 취향과 사회적 신념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 붐으로 사회적 소수자들의 유튜브 활동이 활발해지고, 코로나 19로 복지관 등 쉼터 이용이 어려워진 장애인들이 유튜브를 새로운 소통 창구로 이용하면서 최근 눈에 띄는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 유튜버 '위라클'(본명 박위)은 솔직함과 도전정신을 매력으로 앞세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빅데이터 분석사이트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에 따르면, 2019년 2월 첫 영상 '내가 휠체어를 타고 있는 이유'를 업로드하며 활동을 시작한 위라클은 1년 만인 2020년 3월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하고 올해 4월 20만 명을 넘기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현재 구독자 수 29만 명, 누적 조회 수 약 3000만 회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상당 평균 조회 수가 구독자 수를 훌쩍 뛰어넘는다.
위라클은 휠체어와 함께하는 자신의 일상을 공유할 뿐 아니라 스쿠버다이빙과 같은 각종 챌린지, 다른 장애인과의 인터뷰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장애 관련 인식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휠체어로 혼자 버스·택시·비행기 등 대중교통 타기와 같은 도전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장애인 관련 정책을 바꾸는 데도 적극적이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바지 입기, 소변보기, 샤워하기 등 민감한 일상까지 솔직하게 공개하며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도 밝고 재치 있게 다뤄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구독자 19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원샷한솔'(본명 김한솔)은 시각장애인의 일상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줘 호평받고 있다. IMR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0월부터 채널을 운영한 원샷한솔은 지난해 11월부터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하며 한 달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끌어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 최초로 점자로 작성된 실버버튼(유튜브가 구독자 10만 명 이상인 채널에 수여하는 상)을 받은 유튜버기도 하다.
원샷한솔은 시각장애인이 고기 굽는 법, 카페에서 주문하는 법, 편의점에서 과자 사는 법, 볼링 치는 법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측면을 쾌활하게 조명한다. 안내견과 함께 음식점 가기, 혼자 지하철 타기 등 사회실험 콘텐츠를 통해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항상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 멋지다',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라며 그에게 찬사를 보내기도 하고, '시각장애인에 대해 알 기회가 없었는데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알 것 같다'라는 깨달음의 댓글을 남기기도 한다.
청각장애인 유튜버 '하개월'(본명 김하정)은 수어로 영상을 제작한다.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브이로그와 청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콘텐츠를 주로 선보이며 구독자 1만 5800명을 거느리고 있다. 개그맨 신동엽 씨의 친형이자 경기도농아인협회장인 신동진 씨와의 인터뷰 영상이 120만 뷰를 넘긴 채널 내 최고 인기 영상이며, 자신의 어머니를 인터뷰한 '2명의 청각 장애 자녀를 둔 엄마의 이야기' 영상(8만 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삶이 다를 바 없다는 어머니의 소신 발언으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뇌 병변 장애인 곽경범 씨가 커버 송을 선보이는 '노래하는 민이'(구독자 13만 명) △시각장애인 허우령 씨의 대학 생활과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우령의 유디오'(5만 명) △지체 장애인 김지우 씨가 개성 넘치는 일상을 공개하는 '굴러라 구르님' (비공개) △척수 장애인 함정균 씨가 휠체어를 타고 전국 곳곳을 여행하며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함박 TV'(1만 명) 등도 주목받고 있는 채널이다.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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