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한기호의 정치박박] 박근혜에서 김건희까지, `여성혐오` 선 넘었다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강경 선회 尹 캠프, '쥴리설' 보도 親與매체 고소
"괴소문으로 성폭력, 여성혐오적 시각" 핏대
진보 일각 "저질, 여혐 흑색선전에도 與 뒷짐"
與, 朴 출산설·밀회설·나체화 공세 편승해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배우자 김건희 씨에 대한 접대부설, 불륜설 등을 퍼뜨린 친여(親與)매체 관계자들과 루머의 진원지로 지목한 정대택 씨까지 10명을 29일 형사고발했다. 캠프 입장문에선 "여성혐오적 시각"을 가지고, "입에 담기 어려운 성희롱성 비방을 일삼았다"고 했다. 실제로 김 씨에 대한 '쥴리'설을 유포해 온 유튜브 매체 '열린공감tv' 관계자 3명에겐 앞서 제기한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외에도 성폭력처벌법위반(통신매체
[한기호의 정치박박] 박근혜에서 김건희까지, `여성혐오` 선 넘었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건물 서점 외벽에 그려진 이른바 '쥴리 벽화'가 지난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보수성향 유튜버들의 차량 등에 의해 가려져 있다. 연합뉴스 사진

이용음란) 혐의를 추가했다.

윤석열 캠프는 처음으로 김 씨의 경력사항을 대외적으로 열거하며 "유흥접대부설과 불륜설은 단연코 사실이 아니다"며 '14년 악연' 정 씨에게서 비롯된 "괴소문"이라고 못 박았다. 경기대 미대 졸업, 숙명여대 대학원, 국민대 박사과정, 서울대 E-MBA(최고경영자) 과정, 미술전시계 종사 중 약 7년간 시간강사 경력까지 거론하며 김 씨의 커리어에 빈틈이 없다고 호소했다. 캠프는 열린공감tv에서 윤 전 총장과 김 씨의 결혼 배경에 '성 상납설'을 덧붙인 것을 거론하며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폭력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인식"이라고 했다. '쥴리를 들어봤다'는 등 간접화법을 이어온 더불어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을 거명하면서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했냐"고 따지기도 했다. 루머를 기정사실화하는 기사나 댓글은 물론 지난 28일부터 친문(親문재인) 네티즌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이른바 '쥴리 벽화'까지 "내려 달라"고 했다.

논란의 '쥴리 벽화'는 서울 종로구 한 건물에 입주한, 광주 연극계 출신 중고서점 주인 여모 씨의 의뢰로 설치됐다. "쥴리의 남자들"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등 김 씨를 빗대는 자극적인 문구가 담겼다. 여 씨가 윤 전 총장의 '헌법 가치' 거론에 불만을 품은 게 배경이었다고 한다. 여 씨는 언론 취재에 "김 씨 본인이 쥴리가 아니라고 하는 마당에 벽화로 인해 누구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말이냐"며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라는 반응부터 보였다. 벽화 논란에 앞서서는 친여 진영의 '총수님'으로 꼽히는 방송인 김어준이 28일 자신의 tbs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전 검사의 (치매를 앓고 있는 94세) 모친이 김 씨의 젊은 시절 개명하기 전 이름을 알고 있느냐"고 불륜설에 부채질을 했다. 29일 오후엔 '혁명동지가' '주한미군철거가' '국가보안법철폐가' 등 민중가요를 부른 가수 '백자'가 유튜브에 '나이스 쥴리'라는 뮤직비디오를 게재하면서 진영전(戰)의 성격을 더했다.

범(汎)야권에선 줄비판이 나왔다. 대부분 "표현의 자유를 앞세운 인격살인"이라고 '수위'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일찍이 '여혐 코드'를 꼬집은 이들도 있었다. 탈문 진보 인사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9일 SNS에서 "다들 미쳤다. 저질들"이라며 "아무리 정치에 환장해도 그렇지"라고 혀를 찼다. 이어 "그 자체도 무섭고 섬뜩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그 바탕에 깔린 여성혐오가 혐오스럽다"며 "역사적 반동"이라고 표현했다. 정의당 측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도 같은 날 SNS에서 "여성혐오적 흑색선전이 계속되고 있다"며 "민주당이 뒷짐을 지고 가만히 있는 태도는 이것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의도나 다름없다"고 의심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하태경 의원은 "입만 열면 여성인권 운운하는 분들이 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며 "자칭 페미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막으라"고 촉구했다.

'진보'를 자임하는 여당 주류와 그 지지자들이 '여혐 네거티브'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례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네티즌들도 쉬이 떠올렸듯,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계속됐던 '여성성 공격'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 1월 국회 의원회관에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고 있던 박 전 대통령 나체화가 버젓이 내걸렸다. '더러운 잠'이라고 명명된 그림은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가 매춘부 여성을 그려낸 작품 '올랭피아'를 본뜬 것이었다. 박 전 대통령에 제기된 '허위 의혹'인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약물투약설과 '국정농단 의혹' 당사자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를 접목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의 총선 영입인사인 표창원 당시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전시회여서 파문이 컸다. 이때 김어준은 "이게 정말 여성혐오인가요?"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에 앞서선 2012년 11월 '민중미술가'를 자임하는 홍성담 씨가 "박근혜 출산설에 착안했다"며 공개한, '딸이 아버지를 출산하는' 기괴한 풍자화는 여성계의 침묵까지 아울러 논란을 일으켰다. 2014년 일본 극우신문 산케이 소속 기자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세월호 참사 당일 정윤회(전 국회의원 보좌관) 밀회설'을 보도해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일에는 야당 의원이던 문 대통령이 "비판과 감시에 명예훼손으로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며 산케이를 감싼 바 있다. 정작 정 씨는 최 씨의 남편이다.

국회의 탄핵 소추 직전인 2016년 11월29일엔 김어준과 같은 '나꼼수 출신' 기자 주진우가 토크 콘서트에서 "섹스와 관련된 (비디오)테이프가 나올 거다"라고 장담했다. 그 이후론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를 두고 "누구 딸이냐"는 인사들과 시시덕댔다. 독신 여성 대통령에게 계속된 '퇴폐여성 만들기' 공세였다. 결국 실체도, 책임지는 이도 나타나지 않는 '설'들에 힘입어 여론은 뒤집혔고, 민주당이 최대 반사이익을 거머쥐었다. 5년 만에 대선이 다가오니 같은 진영에서 '또 한명의 퇴폐여성'을 필요로 하는 것인가 싶다. 한편 유흥접대부를 비롯해 성매매여성, 나아가 여성 인권을 바라보는 여당의 '이중잣대' 논란 소지도 있다. "'과거 있는 여자는 영부인 하면 안 된다'는 몰상식한 주장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하고 싶은 건가"라는 하 의원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19년 4월 "성차별적이고 반(反)인권적인 비하와 혐오 발언을 반복함으로써 민주당의 여성, 장애인, 소수자 인권 보장 강화 강령과 윤리규범을 위반했다"며 홍준연 대구 중구의회 구의원을 제명한 바 있다. 그가 대구 자갈마당의 성매매 여성을 '성매매 피해자'로 규정하고 탈(脫)성매매 시 2000만원의 자활지원금을 주는 조례에 반대하며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홍 구의원은 2018년 12월 탈성매매 여성을 지칭하며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젊어서부터 땀 흘려 돈을 안 벌고 쉽게 돈 번 분들이 2000만원 받고 난 다음 또 다시 성매매 안 한다는 확신도 없다"는 등 발언으로 지역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샀다. 이에 민주당은 대구시당에 이어 중앙당 윤리심판원까지 제명 징계를 확정했다. 그러던 민주당에서, '쥴리'라는 낙인 찍기에는 유독 무감각한 모습이다. 지지층의 공세에 동참하지 않으면 내부에서조차 "쥴리 호위무사냐"고 비아냥대는 수준까지 왔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기호의 정치박박] 박근혜에서 김건희까지, `여성혐오` 선 넘었다
지난 2017년 1월20일 당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받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로 묘사, 비하한 그림 '더러운 잠'(오른쪽) 등이 출품된 국회 의원회관 내 전시회 '곧 BYE! 전(展)'을 직접 홍보했다. 표창원 전 의원 트위터 갈무리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