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포럼] `리뷰` 생태계, 혁신이 상생 이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7/2021072702102369660001[1].jpg "[포럼] `리뷰` 생태계, 혁신이 상생 이끈다")
한편, 온라인 배달업체를 통해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가 식당에 별점 1점을 남기며 환불을 요구하자 식당 점주가 관련 통화 도중 쓰러져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별점 시스템을 지적한다. 불특정 다수의 평가를 받는 건 그 자체로도 긴장되는 일이지만, 그것이 생존과 연결된다면 그 평가는 더욱 무겁고 무서워진다.
원래 리뷰 시스템은 소비자와 판매자 간 정보의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다. 특히 음식점이나 숙박업소와 같이 소비자가 체험하기 전에는 그 품질을 알 수 없는 경험재 시장에서는 상품에 대한 정보 공유가 시장 활성화에 더욱 필수적이다. 레몬시장 이론을 최초로 제기한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는 소비자와 판매자 간에 상품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면 낮은 품질의 상품만이 거래되는 역선택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리뷰 시스템이 있다면, 정보의 비대칭이 완화되고 역선택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또한 리뷰 시스템은 브랜드 파워가 없는 작은 업체들에게 더욱 중요하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루카(Michael Luca) 교수가 옐프의 식당 리뷰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좋은 리뷰를 얻은 식당일수록 매출이 늘어났는데, 주목할 것은 리뷰의 효과가 체인점에는 미미한 반면 소규모 개별 업체에 크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소비자 리뷰는 소규모 업체들에게 평판을 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로, 소상공인들이 리뷰에 울고 웃는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리뷰는 판매자들에게는 홍보 효과를, 소비자들에게는 정보 전달의 순기능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지만, 리뷰가 허위 정보나 조직적인 별점 테러, 광고로 인해 오염된다면 그 가치는 퇴색될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솔직한 리뷰를 남기지만, 일부 이를 악용하는 진상 고객에 의한 별점 테러는, 특히 별점 평점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은 한국 소비자들의 리뷰 평점 평균에 더욱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허위 리뷰가 없더라도, 누군가는 맛있어서 별점 5점을 주고, 다른 이는 너무 비싸서 1점을 준다면 그 점수는 무슨 뜻일까? 단순 별점제는 충분하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도 못한다. 소상공인들의 생존과 성장에 온라인 연결이 필수가 된 지금, 5점 만점의 단순한 별점 평점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의 일환으로 광학문자인식(OCR) 기술로 영수증을 인식하여 진성 리뷰를 확보해오던 네이버는 최근엔 가게의 특장점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키워드 리뷰를 도입하여 리뷰를 별점 위주의 환경에서 취향을 기록하는 공간으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일률적인 양적 지표를 풍부하고 개인화된 질적 지표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가게의 특성을 빠르고 쉽게 파악하여 다양한 차원의 취향들과 맞는 가게를 더욱 정확하게 찾을 수 있고, 사업자들은 내 가게를 좋아하는 단골 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배달의 민족 역시 리뷰 전담 검수 인력과 인공지능 모니터링을 통해 1억원이 넘는 금전적 이득을 취한 허위 리뷰 작성 일당을 적발했다고 한다. 허위 악성 리뷰는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처럼 자발적으로 다양한 정책적, 기술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혁신은 기존의 접근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과 방식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네이버의 리뷰 개편과 같은 혁신들이 모이면 전체 생태계가 변화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도전적인 시도를 통해 우리의 시장 생태계가 보다 건강하게 성장하리라 기대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플랫폼 사업자들이 새로운 시도와 혁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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