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구해줘 홈즈` 남혐논란과 이중잣대](http://contents.dt.co.kr/images/202107/2021070702102269660001[1].jpg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구해줘 홈즈` 남혐논란과 이중잣대")
요즘 남성혐오 이슈가 뜨거웠기 때문에, 제작진이 한남이란 단어가 논란의 대상이란 걸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 기사의 댓글에도 한남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할 정도로 이 말은 광범위하게 쓰인다. 그러므로 트렌드에 민감한 예능 제작진이 이런 신조어를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기가 어렵다. 일부러 한남을 표현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의도치 않게 불편을 끼쳐드렸다"며 사과했다. 모르고 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반발이 가라앉지 않았는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한남을 모를 가능성이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한남이 한국 남자란 뜻인데, 그 정도의 말에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한남은 '김치녀'에 대한 반발로 만들어진 표현으로 보인다. 김치녀는 김치라는 한국의 상징적인 키워드를 내세워, 사실상 한국 여성 전체를 싸잡아 가리키면서 비하하는 맥락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여성혐오 표현으로 규정됐다. 이에 대해선 많은 비판이 있었고, 방송 자막에서 김치녀라는 말을 내세우는 걸 상상할 수 없다.
여성혐오 표현들이 문제가 되자 일부 여성진영에서 '미러링'을 한다면서, 일부 남성 누리꾼들이 만든 여성혐오 표현들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표현들을 만들었다. 그런 속에서 김치녀의 미러링으로 한남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김치녀가 안 된다면 한남도 안 되는 것이다. 김치녀 표현을 강하게 비판했던 이들 중 일부가 지금 한남 표현에 대해선 관대한 태도를 보이면서, 오히려 한남 표현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예민하다고 하는데 이는 이중잣대다.
그러한 이중잣대는 얼마 전 편의점 포스터 논란에서도 나타났다. 한 편의점 이벤트 포스터에 남성혐오적 의미의 손가락 모양처럼 보이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게 논란이 되니까 손가락이 삭제되면서 대신 초생달 모양이 들어갔는데, 그게 여성주의 커뮤니티의 로고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포스터에 들어간 영어 문구의 마지막 부분들을 조합하면 특정 여성 커뮤니티 이름이 나온다고 한다. 그밖에 다른 의혹제기도 있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일각에선 너무 과도한 문제제기라고 했는데, 그들 중의 일부는 과거 이른바 일베식 표현들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던 이들이었다. 과거 일베 커뮤니티에서 여성혐오적 표현들이 나타났고 일베를 떠올리게 하는 모든 것이 절대적 금기가 되어, 일베 이미지나 단어를 내세운 방송프로그램들이 질타를 받았다. 한 프로그램은 단지 실수를 했을 뿐인데 비난폭주로 인해 결국 폐지되기까지 했다. 일베 이미지가 나타난 경우 그 경위를 밝혀내 윗선까지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남이나 손가락 표현 등은 일부 여성 커뮤니티에서 일베 여성혐오 표현의 미러링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남성혐오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베적 표현들이 금기라면 이런 남성혐오적 표현들도 금기여야 한다.
그런데 편의점 포스터 논란에 대해선, 과거 일베식 표현을 그렇게 성토했던 이들 중 일부가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표현을 옹호하면서 비판하는 이들을 비난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중잣대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매체도 이런 이중적 입장을 보였다.
이중잣대는 박나래 성희롱 논란에서도 나타났다. 남성의 성적인 표현을 강하게 비판했던 이들 중 일부가 박나래의 성적 표현은 옹호한 것이다. 이런 것이 감정싸움을 만들고 논란을 소모적으로 키운다.
논란의 대상이 남성이냐 여성이냐에 따라 입장이 바뀌는 식으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일베와 여성혐오가 안 되면 그 반대도 안 돼야 한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일베식 표현으로 논란이 터질 때마다 방송제작진들이 이 문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들 했었는데, 남성혐오 표현에 대해서도 똑같이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방송프로그램 속 '한남' 표현이 논란이 되는 것이다. 일베도 문제고 그걸 미러링한다면서 혐오 대립을 확대재생산하는 반대진영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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