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조국의 시간`과 내로남불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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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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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국의 시간`과 내로남불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조국의 시간'이라는 회고록을 썼다. 이에 대해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공감하고 위로한다고 한다. 때마침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조국사태에 대해 사과(?)를 하자 "왜 사과 하느냐" "그게 사과냐"는 목소리도 섞여 나온다. 우리 사회에 엄청난 갈등을 불러왔던 조국사태가 다시 소환되는 모양새다.

죄를 지은 사람도, 피의자도, 징역을 살고 나온 사람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결백을 주장한다. 조국 전 장관도 비록 아내는 구속, 자녀들은 입시비리 혐의, 자신은 11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해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결백을 주장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왜 검찰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법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증언을 거부했을까?

어쨌든 그의 회고록은 법원 판결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는 자신의 공적 책임에는 눈을 감고 가족의 아픔만 부각시킨 회고록을 펴내기에 앞서 검찰과 법정에서 해야 할 말을 해야 했다.

보통사람들은 거짓말도 하고 말 바꾸기도 한다. 이름이 많이 알려진 유명인사들도 그렇다. 폴 존슨은 '지식인의 두 얼굴'이라는 책에서 위대한 명성 뒤에 가려진 인물들의 위선과 허위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위선과 허위, 이중성은 그들 개인의 행태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조국사태는 조국 자신과 가족에 한정된 개인사가 아니었다.

조국사태의 소환은 '내로남불'이란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제 잘못은 없다는 주장이나, 네 편이냐 내 편이냐에 따라 법의 잣대가 달라지거나, 법을 어기고 비리를 저지른 걸 권력으로 덮으려고 하거나 옹호하는 조폭 행태 등이 '내로남불'이다. 내편일 때 아무 문제없던 일이 남의 편이 되면 문제 삼는 것도 그렇다.

그런 예를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본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과거 기소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라고 옹호했는데 이제는 안 된단다. 범죄혐의가 있으면 수사하는 게 검찰이다. 그런데 어떤 수사는 장관이나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야한다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이나 원전1호기 관련 수사 등 정권관련 비리 수사는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일 것이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거짓을 말하는 세상이 돼있다. 택시기사 폭행 혐의를 받은 법무부 차관은 사건을 축소·은폐한 경찰의 도움을 받고 6개월이나 자리를 지키다가 물러났다. 경찰이 법치를 무너뜨리는 데 한 몫을 한다. 법을 어긴 피의자들이 검찰에서 건재하며 승진도 한다. 성범죄로 물러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정식 재판을 여는데 무려 1년 2개월이 걸렸다. '원전 조작'기소는 미루면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의 불법을 밝혀낸 최재형 감사원장은 직권 남용 혐의로 검찰이 수사한다고 한다.

좋은 나라 만들기가 하룻밤에 빵 굽기처럼 되지 않는다. 법부터 바로 세울 일이다. 법치를 바탕으로 경제와 사회, 안보를 튼튼히 하며 달려가야 할 우주적 경쟁시대에 가장 기본이 되는 법치가 흔들리고 있으니 이런 낭패가 있는가. 인사원칙에 어긋나는 자들이 장관 후보가 되고 나서는 안 냈던 세금을 내기도 하고, 보통 국민이면 다 지키는 법과 규정을 어긴 걸 적당히 얼버무리며 사과하고 넘어간다. 보통 국민은 신문 구독료 같은 작은 일도 기간 내에 안 내면 죄를 짓는 것 같은 마음으로 산다.

법만 중요한 게 아니다. 법을 어기는 사람들에게 법 이전에 지켜야 할 규범이나 도리를 말하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로 치부될까. 송 민주당 대표는 조국 전 장관의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품앗이 하듯 스펙 쌓기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수많은 청년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법을 어긴 일을 두고 그런 표현으로 얼버무릴 일인가.

법 위에 군림하며 농단을 일삼는 자들은 후안무치한 힘 있는 권력자들이다. 그들을 벌해야 법을 지키며 살아오는 일반 국민들의 상실감과 허탈감을 조금이라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힘 있는 자들만 뛰어다니는 운동장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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