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월간객석 발행인
![[포럼] 5월에 쏟아진 `K-클래식` 수상소식](http://contents.dt.co.kr/images/202106/2021060302102369073001[1].jpg "[포럼] 5월에 쏟아진 `K-클래식` 수상소식")
매호 발행하는 본지의 '커버스토리'는 월간객석의 안방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번 호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이하 영재원)을 집중적으로 조명해봅니다. 이를 위해 표지 촬영차 들른 영재원 학생들과 소중한 만남도 갖게 되었고요. 피아노, 바이올린, 관악기, 작곡 등을 공부하는 음악학도들, 사뭇 자태가 고운 무용학도들과 전통예술학도들이 함께 카메라 앞에 선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 예술의 미래를 위한 밝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기사를 진행하는 동안, 불과 15세 나이로 루마니아에서 열린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 전 부문을 통틀어 최연소로 우승한 첼리스트 한재민의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한재민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영재원에 입학하여 중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가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조기 입학한 영재입니다.
체코에서 열린 프라하의 봄 콩쿠르에서도 또 다른 승전보가 날아왔습니다. 뮌헨에 유학 중인 4명의 학생들로 이뤄진 아레테 스트링 콰르텟! 창단한 지 2년도 안된 그들은 우승과 특별상 5개를 함께 거머쥐었더군요. 그런데 프라하의 영광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피아노 부문에서 이동하가 1위, 이재영이 공동 2위를 차지하여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였습니다.
수상자에게 풍부한 연주 기회와 15만 캐나다 달러의 부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콩쿠르에서도 영재원 출신의 피아니스트 김수연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해 기쁜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성대한 소식은 기악 뿐만 아니라 성악에서도 들려왔죠. 소프라노 홍혜경과 신영옥을 배출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오디션 겸 콩쿠르에서 소프라노 김효영과 테너 듀크 김이 공동 우승을 차지한 것입니다.
작년에 코로나로 인해 열리지 못한 콩쿠르가 올해 조심스레 개최되면서 이같은 겹경사 소식을 연달아 듣고 있자니 말할 수 없이 뿌듯합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이 이제 세계 클래식 음악의 성지가 된 듯합니다.
생각해 보면 영재원의 교육이 한국을 콩쿠르 강국으로 만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K-팝'이란 단어가 생기기 전부터 'K-클래식'(K-Classic)은 이미 유명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한국인 특유의 타고난 흥과 끼, 여기에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부모들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와 최고의 조련 실력을 갖춘 스승이 포진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의 유명 예술가들도 본인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부모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훌륭한 스승 밑에서 성장합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이미 그네들의 뿌리 깊은 문화이며 전통 있는 예술인 것에 비해 우리에게는 정서적으로 전혀 다른 서양의 문화이자 예술입니다. 이런 점때문에 한국의 학생들이 하나의 악기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음악적인 기예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없는 정서와 전통으로 만들어진 서양, 즉 외래의 문화와 예술을 익히는 문화적 행위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전공자로서 접어들게 되면 한국에서의 수련 시간은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배움의 길과 끈을 놓지 않고 그들의 '낯선 문화'로 들어가 더욱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하는 고충이 따르기 마련이지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영재원은 이러한 수고로움을 덜고 보다 빨리 국내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앞당겼다는 데에 큰 의미와 의의가 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이렇게 성장의 과정이 보이고, 여러 청년 음악가들이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승전보를 전해오는데, 우리가 처한 환경을 둘러보면 아직도 가슴 아픈 구석들이 존재합니다. 클래식 음악계에 여전히 존재하는 학연·지연·혈연의 굴레와 한 스승만을 섬겨야 하는 구태들…. 이 모든 것들을 극복하며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어린 학생들은 물론 젊은 친구들에게 본인의 성품과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세상을, 그리고 보다 많은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K-클래식이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콩쿠르에서 우승과 입상을 한 음악학도들을 보면 저는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상처 받지 않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란 생각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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