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은 원자력발전 감축을 위해 발전사업 또는 전원개발사업을 중단한 사업자에 대해 전력기금으로 비용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력기금은 매월 걷힌 전기요금의 3.7%로 조성된다. 법정부담금으로 부과돼 사실상 준조세의 성격이 강하다. 전력기금은 '전력산업의 기반 조성 및 지속적인 발전에 필요한 재원 확보'라는 목적을 갖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비용 보전,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설립 등의 용도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여유 재원은 약 4조원대다.
개정안은 오는 12월부터 시행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개정안 시행 전까지 비용 보전 범위와 절차 등 세부 내용을 담은 하위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주로 지원받는 대상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정부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대진1·2호기 및 천지1·2호기 사업 중단 등 사업에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한국전력과 민간기업, 연구기관 등의 손실까지 고려하면 보전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에서는 탈석탄 비용도 별도 기금으로 보전해주는 내용의 법안까지 발의됐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은 '에너지전환기금'을 설치해 원자력·석탄발전 사업자의 발전사업 전환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에는 이미 발급된 발전소 사업 면허를 강제 철회할 수 있는 조항도 담겨 추후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탈원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 감축뿐만 아니라 에너지 전환 적응 정책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어느 나라도 원전과 석탄을 동시에 줄이거나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전원을 구성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전환 로드맵에서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관련해 사업자가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한 비용에 대해 정부가 기금 등 여유재원을 활용해 보전한다는 원칙을 밝혔다"며 "사업자 비용 보전은 이미 조성한 전력기금 지출 한도 내에서 집행하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과 같은 추가적인 국민 부담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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