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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누가 소림사 비석에 낙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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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누가 소림사 비석에 낙서를?
이번 중국의 노동절 연휴(5월 1~5일)에도 유명 관광지에서 벌어진 낙서 행각이 또 문제가 됐다.

홍콩의 펑황저우칸(鳳凰週刊)은 허난(河南)성 소림사(少林寺)의 500여년 된 비석(石碑)에 어린이들이 낙서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노동절 연휴 소림사를 찾은 어린이 몇 명이 비석 표면에 손톱으로 낙서를 한 후 증거를 지우듯 손으로 문지르는 장면이 담겨있다. 비석에는 명(明)나라 정덕(正德) 8년이란 연호가 새겨져 있어 비석이 5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덕제 무종(武宗)은 명나라 10대 황제로 재위 기간은 1505~1521년이다. 정덕 8년은 서기 1513년이다.

이런 몰지각한 행동은 중국 내부에서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분노가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부모의 맹목적인 사랑으로 제멋대로 구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면서 "보호자에게 문화파괴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중국에선 오랜 기간 동안 1자녀 정책이 실시되었다. 아이가 한 명밖에 없으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4명의 조부모 사랑이 그 아이에게만 집중될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제대로 훈육을 받지 못하고 응석받이로 자라나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 이런 어린이들을 '슝하이즈'(熊孩子)라고 부른다. 중국 북부지방에선 '슝'(熊)은 장난이 지나치거나 말을 안듣는 악동을 뜻한다.

자녀가 한 명 뿐이니 부모들은 확실하게 가정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아이가 뭘 해도 혼을 별로 내지 않으니 아이들이 슝하이즈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이 커서 청소년이 되면 더 큰 사고를 친다.

예전에 이집트 룩소르 신전의 3000여년 된 부조 문화재에 '딩하오'라는 이름의 한 중학생 소년이 "딩하오, 이 곳에 왔다 갔다!"라고 중국어 낙서를 했다가 국제적 문제로 비화된 적이 있었다. 중국 외무부 브리핑에서 이 소동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정도였다. 결국 이 중학생 부모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면서 진정이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 당국은 문화재와 유적에 낙서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여행객 수칙을 발표했다.

동시에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중국 치안관리처벌법에 따르면 문화재나 유적을 손상시키는 사람은 가벼운 사안일 경우 200위안 이하의 벌금, 중대한 사안이면 200~500위안의 벌금과 5~10일 구류 처벌을 받는다. 실제로 베이징(北京) 바다링(八達嶺) 만리장성 성벽에 열쇠와 철사를 사용해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은 중국 관광객 3명이 벌금은 물론 구류처분까지 받아 철창 생활을 했다.

이같은 중국 관광객들의 낙서 행각을 놓고 여러가지 설이 존재한다. 민도가 너무 낮기 때문이란 분석,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이런 사람들은 다 있다는 주장 등이다. 물론 한국인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각지의 문화유적에도 긁어 놓은 낙서들이 가득하다. 또한 전통문화를 부정하면서 유적을 파괴했던 문화대혁명의 영향 탓, 절경을 보면 그 자리에서 한시를 새겨넣었던 중국 문인들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낙서를 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일 지도 모른다. 표현 욕구의 발현이거나 일종의 '추억 만들기'란 설명이다. 하지만 낙서가 비난받는 것은 "나, 왔다 갔노라"라는 식의 수준 낮은 문구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魯迅)이 어렸을 때 다녔던 저장(浙江)성 샤오싱(紹興)의 삼미서옥(三味書屋)을 가보면 루쉰의 나무책상이 보존되어 있다. 책상에는 루쉰이 새긴 '조'(早)라는 글자가 뚜렷이 남아있다. 이것도 일종의 낙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글자에는 어린 루신의 각오가 담겨있다.

당시 루쉰은 아버지가 병이 깊어 이른 아침 한의원에 가서 약을 타와야 했다. 당연히 지각이 잦아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자주 들었다. 루쉰은 이 글자를 새겨 다시는 지각하지 않겠다는 다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공공재산인 학교 책상에 루쉰이 글자를 새긴 것을 놓고 문제를 제기하는 중국인은 없다.

볼썽사나운 낙서 행태를 개선하려면 '안에서도 안 새는' 바가지를 만드는 일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선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된 훈육이 필요하다. 아무리 귀엽다고 해도 아이가 규칙이나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을 했을 때에는 확실하게 꾸짖어야 한다. 이는 부모가 해야할 일이고 책임이다. 아이가 마음대로 하게 놔두면 안된다. 문화재에 낙서하다가 중국처럼 철창신세를 지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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