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아내 멀린다가 합의 이혼키로 한 가운데, 천문학적 규모에 달하는 재산 분할이 시작됐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게이츠의 재산은 1450억달러(약 163조 2천700억원)로 추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게이츠 부부가 이혼할 경우, 재산분할 방식과 이에 따른 재산 배분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당국에 제출된 내역을 확인한 결과 빌 게이츠의 재산 관리를 전담하는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가 멀린다에게 18억 달러(약 2조270억원)가 넘는 증권을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캐나다 국영 철도와 미국 최대 자동차 판매상 '오토네이션'에 대한 주식으로, 각각 15억 달러(약 1조6900억원), 3억 달러(약 3380억 원)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이 직접 설립한 투자업체인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의 1410만 달러(약 158억8000만원) 상당의 주식도 멀린다 앞으로 이전됐다. 부동산, 에너지 분야 회사와 여러 국영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캐스케이드는 500억 달러(약 56조3천억원)가 넘는 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빌이 갖고 있는 이 회사의 지분은 약 299억달러(약 33조6천700억원)로, 게이츠 부부의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4%에 달한다.
이번 이전에 따라 캐스케이드는 8730만 달러(약 983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통신은 게이츠의 주식이 이번에 급격하게 이전됐다면서 이는 두 부부의 재산 분할이 이미 시작됐음을 뜻하는 신호하고 분석했다.
현재 게이츠 부부가 가진 MS 지분은 약 260억달러(약 29조2천760억원)로, 이들의 전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채 되지 않는다. 그동안 이들 부부는 보유 중인 MS 주식을 여러 해에 걸쳐 게이츠 재단으로 옮긴 바 있다. 이렇게 이전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주식 외에도 게이츠 부부는 워싱턴주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몬태나, 플로리다 등 여러 지역에 땅을 갖고 있어, 미국 내 가장 많은 부동산을 보유한 부자들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게이츠 부부가 거주하던 워싱턴주의 약 6600㎡ 규모의 자택은 1억3000만 달러(약 1464억원) 상당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플로리다주에는 5500만 달러(약 620억원)에 달하는 땅을, 캘리포니아주에는 2000만 달러(약 225억원) 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게이츠 부부가 그동안 함께 자선 사업을 벌여온 만큼, 이번 이혼이 이들 재단 운영과 관련해서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두 사람은 2000년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 2019년까지 550억 달러(약 62조원)를 기부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선단체의 반열에 올랐다.
다만 이들은 이혼 후에도 재단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재단 측은 "빌과 멀린다는 공동 의장 및 이사직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이들의 역할에는 변화가 없다. 앞으로도 재단 운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부가 이혼하면 재단 역시 둘로 나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