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생명 2대주주로 그룹 지배력 강화
홍라희 여사는 삼성전자 개인 최대대주주 등극
가족간 불협화음 없애고, 세 부담 고려했을 것
홍라희 여사는 삼성전자 개인 최대대주주 등극
가족간 불협화음 없애고, 세 부담 고려했을 것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 계열사 보유 지분 상속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해주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의 지분 절반을 받아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는 삼성생명 지분 상속에서 제외됐으나 나머지는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상속받으며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이를 두고 상속세 부담을 덜고 홍 여사가 삼성생명 지분 상속을 포기해 아들이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것을 도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20.76%)을 상속받아 이재용 부회장은 10.44%(2087만9591주),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6.92%(1383만9726주),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3.46%(691만9863주)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홍라희 여사는 삼성생명 지분 상속에서 제외됐다.
대신 홍 여사는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삼성전자 주식(4.18%)은 홍 여사가 9분의 3, 세 남매가 각각 9분의 2씩 받았다. 홍 여사의 지분율은 2.3%,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1.63%이다.
애초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를 위해 가족들이 삼성전자 지분을 이 부회장에게 몰아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이지만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이건희 회장(4.18%)과 홍라희 여사(0.91%)보다 적은 0.7%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번 상속에 따라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이 0.06%에서 10.44%로 높아지면서 개인 최대주주가 돼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 삼성그룹은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이면서 삼성생명의 2대주주로 올라선 만큼 삼성전자 장악이 쉬워졌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는 4대주주다.
홍 여사가 삼성생명 지분 상속을 포기하면서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홍 여사는 삼성전자 주식 외에도 당초 지분이 없던 삼성물산과 삼성SDS 지분을 자녀들보다 많은 법정 비율로 상속받아 두 회사의 주요 주주가 됐다. 물산과 SDS는 세 남매가 고루 지분을 갖고 있던 회사다. 여기에 홍 여사가 새로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각각이 받은 주식 상속가액도 홍 여사가 5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 부회장(5조원), 이부진 사장(4조5000억원), 이서현 이사장(4조1000억원) 순이다.
홍 여사가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지분까지 상속받은 것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홍 여사가 상속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주식 지분을 많이 받을수록 추후 자녀들이 이중으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홍 여사가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을 법정 지분대로 상속받은 것은 12조5000억원 안팎의 상속세 부담을 나누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많다. 이 회장이 받은 배당금이 삼성 일가 전체 배당금의 60∼70%에 달하는 반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던두 자매는 상대적으로 각각 배당소득이 3∼6% 수준으로 미미해 상속세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홍 여사가 지분을 나눠받아 당장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줬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부회장 역시 혼자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상속받았다면 전자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9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전자 지배의 핵심인 삼성생명 지분까지 합하면 주식만으로 홀로 10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부담해야 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였다는 것이다.
이번 주식 분할로 주식 상속세분 약 11조원은 홍 여사가 가장 많은 3조1000억원을 부담하고, 세 남매가 각 2조9000억원, 2조6000억원, 2조4000억원씩 나눠 내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가족간 지분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가운데 분쟁·소송없이 지분 상속하는 방법으로 최대한 법정 지분대로 주식을 나눠갖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김수현기자 ksh@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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