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박수홍 분쟁을 소비하는 언론 자세

하재근 문화평론가

  •  
  • 입력: 2021-04-06 19:18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박수홍 분쟁을 소비하는 언론 자세
하재근 문화평론가

박수홍이 형에게 금전 피해를 당했다는 논란이 뜨겁다. 한 댓글에서 시작된 일이다. 30여 년간 박수홍의 소속사 대표로서 매니지먼트 일을 봐줬던 친형이 박수홍의 수입을 대부분 가로챘다는 주장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박수홍이 금전적 피해를 입은 것이 사실이며 형에게 소명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것을 많은 매체는 '박수홍 100억 피해'라는 식의 제목으로 박수홍이 연예활동 소득을 모두 잃었다고 보도했다. 논란 발생 첫날은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은 가운데, 마치 100억 피해 의혹을 박수홍이 그대로 인정한 것처럼 오인돼 모두가 100억 스토리를 받아쓴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100억 피해는 사실이 아니고, 정확한 피해액수는 박수홍이 모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박수홍이 모든 수입을 잃은 것도 아니며, 자신의 자산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정황도 알려졌다. 그러면 논란 둘째 날부터는 언론 보도에 이런 상황이 반영됐어야 한다.

놀랍게도 많은 매체들이 상황변화를 무시하고 여전히 '100억 피해'를 내걸고 보도에 나섰다. 박수홍이 모든 재산을 잃었다는 식의 내용도 그대로였다. 아직 논란인데 마치 사건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처럼 확정적으로 보도한 매체들도 있었다.

사건을 최대한 자극적으로 알려 이목을 끌려는 의도일 것이다. 논란이 터지긴 했는데 정확한 피해액수는 모르고, 피해자의 처지가 유복하고, 사실관계도 아직 모른다고 하는 것보다는, '100억 원을 뺏겼다, 30년 일하고 빈털터리가 됐다' 이런 이야기로 알리는 게 훨씬 극적이고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사실관계보다는 연예인 가족 분쟁을 자극적 보도의 소재로 활용하는 데에 치중한 셈이다. 언론사들의 100억 원 보도는 논란 4일째부터 잦아들었는데, 일부 유튜버들은 논란 6일째에도 여전히 100억 원을 전면에 내걸고 영상을 제작했다.

박수홍 형 측의 해명도 이런 보도와 관련이 있다. 형 측에선 박수홍이 빈털터리가 아니라며 박수홍의 재산 내역을 공개했다. 이것은 횡령 의혹과 상관없는 연예인의 사적 정보로, 상황을 진흙탕으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비판 받았다. 그런데 이런 식의 해명에 빌미를 제공한 것이 바로 언론 보도였다. 박수홍은 자신이 모든 수입을 잃은 빈털터리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저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형 측이 소명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라고 했을 뿐이다. 하지만 언론이 빈털터리라는 뉘앙스로 보도했고, 형 측에서 그에 대해 빈털터리가 아니라며 박수홍의 재산 내역을 공개하기에 이른 것이다. 진흙탕 싸움을 경계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진흙탕 싸움을 부추긴 셈이다.

이렇게 피해를 극적으로 과장한 보도들이 자꾸 나오면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된다. 그러다 분쟁에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피해가 애초 보도보다 적거나 박수홍의 자산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면, 사람들이 실망해서 돌아서거나 심지어 박수홍이 거짓말을 했다며 비난할 수 있다. 그래서 마치 박수홍을 위하는 것처럼 보도했지만 사실은 그를 위한 보도도 아니었다. 극적인 스토리 기사의 소재로 활용했을 뿐이다.

요즘엔 제보를 받았다며 일방적인 정보를 쏟아내는 유튜버들도 문제다. 이번 사건에선 박수홍 조카의 카톡 내용을 제보 받았다는 유튜브 폭로가 나왔다. 이런 제보는 확실히 맞는다는 보장이 없다. 설사 신뢰성이 90%라고 해도 폭로 대상자가 10명이라면 그중 1명은 허위사실에 피해를 당한다. 그렇게 부정확한 폭로를 제보 받았다는 명목으로 계속 이어가는 유튜버도 문제인데, 그런 유튜브 폭로를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사의 문제도 심각하다.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문제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박수홍이 제기하는 친형의 횡령 의혹이다. 그 부분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피해가 있다면 복구하면 된다. 10대 조카의 사적인 대화 내용은 그저 호사가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가십일 뿐 사건의 본질과는 관련이 멀다. 이렇게 아이들까지 거론되면 상황은 더욱 진흙탕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박수홍도 삼촌으로서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가족들이 받는 상처도 커질 것이다. 미성년자를 함부로 도마 위에 올리는 태도는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워낙 유명 연예인 관련 사건이기 때문에 관련 보도가 많은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양식은 지켜야 한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