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삼성카드 대주주 소송·금융당국 제재로 심사 중단
카카오페이, 2대 주주 앤트그룹 제재 여부 확인 절차로 허가 미뤄져
금융위 "TF팀 구성 실무적으로 논의…이르면 상반기 개선안 발표 예정”
대주주 자격 문제로 일부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진출에 발목이 잡혔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숨통을 터주기로 약속했으나, 금융사의 기대보다 속도가 나지 않아 초조해하고 있다. 마이데이터사업이 본격화되는 오는 8월 전까지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못할 시 타사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마이데이터 사업 예비허가 과정에서 하나금융그룹 4개 계열사(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핀크)와 삼성카드, 경남은행 등 6개사에 대한 심사가 대주주 제재 문제로 심사가 잠정 보류됐다.
신용정보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대주주가 형사 소송 중이거나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심사에서 제외된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2017년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로부터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특혜성 대출을 해줬다'는 은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해,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삼성카드도 지난해 12월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기관 중징계인 '기관경고(1년간 신사업 인허가 불허)'를 받으며, 관련 심사가 중단됐다. 최종 징계 확정은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결정됐는데, 3달여간 지난 현재까지도 관련 안건이 정례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경남은행도 지난 2016년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이 시세조종·채용비리·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제외됐다.
또한 카카오페이 경우도 2대 주주인 앤트그룹 문제로 심사를 재개하지 못한 상황이다. 마이데이터 심사를 위해선,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앤트그룹이 최근 제재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확인 절차가 늦어져 아직 심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카카오페이는 지난 2월부터 마이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화생명도 지난해 11월 금융위루로부터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등 혐의로 기관경고를 확정받으면서 마이데이터를 포함한 신사업 진출이 보류된 상황이다. 한화생명은 신사업 진출 제한기간이 끝나는 올 하반기에 마이데이터 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마이데이터는 신용정보 주체인 고객이 동의하면 은행·보험회사·카드회사 등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한곳에 모아 고객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금융사가 합법적으로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수집해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신상품 개발과 초개인화서비스를 실행할 수 있다.
현재 많은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주주 문제로 진출하지 못하는 이들 금융사 사이에서, 타사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관련 제도 개정을 기다리며, 최근 마이데이터와 관련한 전산시스템 구축과 전산프로세스 정비에 나섰다. 이를 위해 제공자 시스템 API 위협 탐지 솔루션, 네트워크 장비 등에 노하우를 가진 외부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같은 계열사인 하나카드도 부산시·나이스평가정보·금융데이터거래소 등과 협업해, 우선 빅데이터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관련 서비스를 구축해가고 있다. 조만간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획득한 웰컴저축은행과 협업해, 마이데이터 관련 사업에 대한 서로 간 기술노하우를 공유할 계획이다.
하나금융투자도 마이데이터 사업자 인가 취득 전까지, AI기반 솔루션 개발과 빅데이터 분석 모델 개발 등 마이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인가 취득 전까지 마이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게 투자정보 서비스, 종목진단 서비스 등 투자자를 위한 전문 금융 서비스를 공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삼성카드와 카카오페이의 경우 금융당국의 결정 전까지 일단 관련 사업을 모두 중단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인민은행간 커뮤니케이션이 마무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외 타사와 업무 제휴 등 다른 계획은 없고 본허가 획득을 계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를 얻지 못한 이들 금융사 공통적으로, 마이데이터 허가가 올 상반기 전까지 내려지기를 바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사업 운영과 건전성에 관계없는 소송과 제재절차로, 신규사업 진출에 발목을 잡는 것으로 너무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월 '금융산업의 혁신과 역동성 제고를 위한 간담회'에서 "신규 인·허가와 대주주 변경 승인 시 운영되고 있는 심사중단제도에 대해 예측 가능성과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위에서도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TF팀을 구성해 실무적으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TF팀을 구성해, 법안이나 감독규정 개정 등 여러 가지 개선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올 상반기 중에 제도 개선방안이 나올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김병탁기자 kbt4@dt.co.kr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월 6일 '금융산업의 혁신과 역동성 제고를 위한 간담회'에서 "신규 인·허가와 대주주 변경 승인 시 운영되고 있는 심사중단제도에 대해 예측 가능성과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금융위원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