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식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前 한국정보보호학회 회장
![[포럼] 백신여권, DID기술 도입 논의 서둘러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103/2021031902102369820001[1].jpg "[포럼] 백신여권, DID기술 도입 논의 서둘러야")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한 많은 국가에서 국내 사용이 가능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우선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현재 접종률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의 경우 2차 접종까지 완료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그린 패스'를 발급해 식당, 영화관, 스포츠 경기 관람 등에 입장을 허용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침체된 여행산업 활성화를 위해 EU 회원국을 대상으로 '디지털 그린 패스'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도 백신 여권 도입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 등에 대한 우려로 백신 여권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여권이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된 것은 명백해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백신 여권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며, 과학적인 근거와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해 백신 여권 도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접종 확인서의 경우, 질병관리청이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의 도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면 백신 여권을 발급 및 운영하는 데 있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바로 '위조방지' '개인정보보호' '상호운용성'이다. 세부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 세계 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백신 접종 증명서에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신상정보와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 등이 포함된다. 이스라엘과 중국의 경우 이러한 정보를 QR코드로 변환해 스마트폰 앱에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인증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문제는 이 QR코드가 암호화돼 있지 않고 증명서에 기재된 개인정보와 연동돼 있는 경우 위·변조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미 그린 패스의 위조 범죄가 급증하고 있으며 위조된 증명서가 텔레그램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어 그 신뢰성에 타격을 입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를 중앙화된 서버에 저장해두는 경우 서버가 공격을 당하면 저장된 모든 정보가 탈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이를 겨냥한 새로운 사이버 보안 위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의 민감 정보를 담은 백신 여권이 해커들의 또다른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위·변조와 보안 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에서는 이미 '분산ID(Decentralized Identity, 이하 DID)'를 기반으로 한 백신 여권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DID의 가장 큰 차별점은 '탈중앙화 방식'의 신원증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백신 여권을 예로 들면 정부나 관련 부처에서 발급한 백신 접종 기록에 대한 증명서를 암호화해 개인의 스마트폰에 저장했다가 공공장소 출입, 여행지 및 항공권 예약 등 필요한 경우에 원하는 정보만 선택해 제출할 수 있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데이터가 중앙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스마트폰과 같이 각자가 통제할 수 있는 안전한 영역에 암호화된 상태로 보관돼 개인이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조작이 불가능해 제출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성도 보장할 수 있다.
나아가 백신 여권이 국제적으로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백신 효능에 대한 상호 인증 등 외교적 협의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통용될 수 있는 공통 기술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미 전 세계 2900여개 항공사를 회원으로 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DID 기반의 'IATA 트래블패스'의 시범운영을 시작했으며 이달 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국가와 글로벌 기술 기업, 비영리 단체 등에서 백신 여권을 구현하는 기술로 DID를 고려하고 있는 만큼 DID는 글로벌 확장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우리 정부도 조속히 DID 기반의 백신 여권 도입을 검토해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DID 기반의 백신 여권은 코로나19로 침체된 무역, 관광산업을 재활성화 시키고 전 세계가 일상을 되찾기 위한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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