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기 안양대 도시정보공학과 교수
![[포럼] 플랫폼시대, 공간정보가 경쟁력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3/2021031202102369036001[1].jpg "[포럼] 플랫폼시대, 공간정보가 경쟁력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플랫폼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한때 네이버가 개발한 라인은 아시아에서 부상한 최초의 메시지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와츠앱, 중국의 위챗에 추월당했다. 국내 시장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다 보니 공격적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다. 삼성도 동남아에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삼성은 2010년대 과감한 마케팅과 현지화 전략으로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와 앱의 필요성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 결과 삼성은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기업에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남아와 무슬림 시장을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기회도 놓쳤다.
이렇듯 글로벌 기업의 혁신 코드는 플랫폼이다. 플랫폼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갖춰야 대기업도 생존이 가능한 시대다. 물리적 한계가 분명한 오프라인 플랫폼에 비해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가상공간의 플랫폼은 개방과 공유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 결과 플랫폼 위에서 서비스와 서비스가 만나고 기술과 기술이 만나는 생태계가 형성됐다. 가상공간 플랫폼이 더 진화하면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 가상공간에 완벽히 구현되는 사이버-물리 시스템이 완성된다. 여기서 공간정보는 사이버-물리 시스템의 구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다. 위치정보와 속성정보가 결합된 공간정보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과 융·복합해 협업과 혁신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든다. 자율주행 차가 다니고 드론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등 도시가 스마트해지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해지며 전 지구적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고 녹색 인프라로 전환하며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위해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간정보 데이터의 구축·개방·활용이 가능한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더욱이 코로나19 위기는 공간정보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확진자 동선추적 및 관리, 접촉자 파악 등의 역학조사, 마스크 지도앱, 코로나 지도앱 등에서 보이듯 즉각적이고 적절한 정보 제공 등 코로나 대응의 많은 부분이 공간정보 기술을 활용해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공간정보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판 뉴딜'의 10대 핵심과제로 선정된 '디지털트윈' 역시 공간정보를 토대로 한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지적사업과 공간정보사업을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국토정보 전문기관이다. LX는 12개 지역본부와 169개 지사의 전국 인력망을 토대로 국민이 체감하는 국토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판 뉴딜'의 10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주목받는 디지털트윈을 활용해 전주시와 함께 '스마트시티 표준모델'을 구축하고 전국에 확대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공간정보가 다른 정보와 결합했을 때 시너지를 발휘하는데 정부 부처에서 데이터를 각기 관리하는 데다 표준화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각종 규제에 묶여 행정 데이터를 넘겨받을 법적 권한도 없다. 공간정보산업이 발전하고 디지털트윈이 활성화되려면 공공데이터를 통합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것이다.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9조원을 돌파했다. 공공부문 신규 사업의 수주도 늘고, 종사자 수도 늘었다. 하지만 상당수가 영세한 업체들인 데다 측량·DB 구축에 치중된 산업구조, 신산업을 창출할 선두주자가 없다는 사실은 산업계 모두가 공감하는 현실적 한계다. 이에 따라 공간정보시장을 키우고 민간 일자리를 창출해 동반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그 첫 단추로 정부는 공간정보 3법, 한국국토정보공사법을 제·개정해 국토정보관리체계를 혁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정부를 필두로 각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상생 생태계를 만드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한국이 공간정보를 활용한 혁신 플랫폼으로 선도형 국가로 도약하는 것, 글로벌 공간정보기업이 나타나 공간정보와 연계된 혁신적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것, 모두 앞으로 우리가 지금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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