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CATL이 해외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의 텃밭으로 알려진 유럽을 해외 첫 거점으로 삼고 국내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다.
19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CATL은 올해 중 독일 에르푸르트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CATL의 첫 해외 거점이기도 한 에르푸르트 공장은 회사의 유럽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CATL은 이미 중국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을 발판으로 배터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여왔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의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34.3GWh로 전체의 24%를 차지하며 세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중국 외 지역에서는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SNE리서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 외 시장에서 지난해 사용된 CATL 배터리의 양은 5.3GWh로 6.5%의 점유율을 보였다. 순위로는 5위다. 즉 지난해 CATL의 전체 배터리 사용량 34.3GWh 중 85%에 달하는 29GWh는 중국에서 소비됐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주목해야할 것은 CATL의 성장 속도다. 지난 2019년만해도 중국 외 시장에서 CATL 배터리의 사용량은 0.2GWh에 불과했는데, 1년새 2457.1%의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CATL은 유럽을 발판으로 삼고 세계 시장에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 3위지만 전기차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성장 잠재력이 큰 미국으로의 수출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럽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럽은 지난해 이제껏 1위를 지켜왔던 중국 전기차 시장을 뛰어넘었을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전기차 시장 조사업체 EV볼륨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전기차(BEV, PHEV) 판매량은 139만5000대로 전년 대비 137% 성장하며 중국을 앞지르고 1위에 올랐다. 이 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전기차 판매량은 133만7000대로 2위에 올랐고, 3위 시장인 미국에서는 32만8000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국내 배터리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큰 만큼 CATL의 공격적인 시장 진출은 국내 업체로서도 부담이다.
이와 더불어 CATL은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CATL은 지난 2일 약 5조원을 투자해 중국 쓰촨성과 광둥성, 푸지엔성에 생산법인 3 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6조7000억원의 배터리 공장 설립 발표가 있었다. 한달여만에 11조원이 넘는 투자계획을 밝힌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과의 격차 벌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다.
여기에 최근들어 국내에서 CATL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플랫폼 'E-GMP' 3차 배터리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있는데, CATL이 공급사 중 하나로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과거 CATL이 중국 시장 위주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최근들어 중국 외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