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문재인 정권, 두 개의 얼굴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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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칼럼] 문재인 정권, 두 개의 얼굴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막장 드라마가 재미있는 건 반전의 매력 때문이다. 막장 드라마엔 악인(惡人)과 선인(善人)의 대립 구도가 등장한다. 악인은 가혹하고 집요하게 선량한 주인공을 괴롭히다가, 종국엔 파멸을 맞는다. 뻔한 결말에도 사람들이 눈을 못 떼는 건 악인이 처벌 받고, 착한 이가 잘 되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을 기대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현실 속 막장 드라마는 그보다 훨씬 극적이다. 대반전이 기다린다. 악인인 줄 알았던 이가 알고 보니 '정의의 사도'고, 선인이 악인이더란 것이다. 요즘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딱 그 경우다.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주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용구 법무부 차관 등 핵심 4인방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금' 의혹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속속 밝혀지는 중이다. 수법도 거의 범죄조직 뺨칠 정도로 용의주도하고, 계획적이다. '추미애 사단',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더 가관인 것은 검찰의 불법 출금 의혹 수사에 대해 "국민이 원하는 검찰개혁에 반하는 행태"라는 추미애 법무장관의 발언이다. 무엇보다 추 장관이 말하는 '국민'의 실체가 궁금하다. 검찰개혁이란 미명하에 불법무도한 행위를 지시한 '윗선'을 말하는 건가.

시청자들은 악인이 처벌받는 걸 보며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현실 안에선 악인이 반드시 처벌받진 않는다. 현실 속 실제 인물들이 쓰고 있는 위선적 가면이 워낙 다양해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가공의 드라마와 현실이 또 다른 점은 드라마는 즐기기만 하면 끝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끊임 없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다. 공격적 본능이 강한 개인들 사이의 집단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필요하다는 게 이른바 '홉스의 신화'다.

그렇다면 국가가 과연 국민의 안전한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을까. 물론 대통령과 국가를 동일시할 순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은 제왕적 성격의 대통령제 하에선 대통령의 철학과 사회적 문제의식, 인격 등이 국민의 삶을 좌우한다. 대통령이 어떤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정책이 바뀌기 때문이다. 대통령제가 지닌 함정이자 위험 요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실업대란, 집값 폭등을 지켜보며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 "집값이 안정적"이라고 되뇐다. 그 사이에 세법은 누더기가 되고, 집값·전셋값 폭등에 국민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런 욕심이다. "이익을 얻고자 하는 욕망은 도덕보다 강력하며, 인간은 아버지의 죽음을 보는 것보다 재산을 잃는 것을 더 견디지 못한다"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이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문 정권은 집 가진 이를 '잠재적 투기꾼' 취급한다. 24차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도 '투기꾼' 탓이란 게 문 정부의 시각이다.

심리학자들의 견해를 빌리자면 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권위주의'에 가깝다. 권위주의적 성격의 소유자들은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상황을 좋아하고, '운명'에 복종하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운명을 바꾸는 게 아니라 복종하는 것을 용기로 여긴다. 그들은 과거를 숭배한다. 일찍이 없던 것을 바라거나, 얻으려 애쓰는 것을 죄악시한다. 또한 권위주의자에겐 '평등'이란 개념이 없다고 한다. 이따금 '평등'이란 낱말을 습관적으로 쓰지만, 진정한 의미나 무게를 갖지 않는다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문 정권은 이제 국가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가한 고통을 끝내야 한다. 그러자면 586운동권이 주류를 이룬 문 정권이 은연 중 갖고 있는 피해의식과 도덕적 우월감을 버려야 한다. "나는 남들 때문에 많은 희생을 했으니까 내가 남을 해치고 싶어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앙갚음일 뿐"이라거나 "나와 내 친구들이 다칠까봐 미리 막기 위해 먼저 공격을 하는 것"이란 생각들이다. 그런 생각들을 버려야 국민도 살고 자신들도 산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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