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급제동 마윈, 남의 일 아니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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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급제동 마윈, 남의 일 아니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한 천재적 혁신가의 거침없는 질주는 스키드 마크도 없이 일시에 급정거하고 말았다. 속절없이 너무 커버린 게 화근이었을까. 중국 최고의 부자이자 세계 18위 부자인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금융당국에 불려가 반성문을 쓰고 기업헌납 의사까지 밝혔다. 입이 문제였다. 중국 사회주의체제에 갇혀 있기엔 마윈의 꿈이 너무 컸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기차역을 관리하듯 공항을 관리하면 되겠는가"부터 "전당포식의 규제가 문제"라며 금융당국을 향해 작심하듯 직격탄을 날렸다. 발언 수위가 높았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문제의 발언 이후 두 달 만에 그가 창업하고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알리바바그룹은 1999년 창사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은 당국으로부터 사실상 해체 요구를 받고 백기투항했다. 그동안 마윈은 모바일 결제에서 금융 서비스 쪽으로 주력사업의 방향을 틀었다. 지난 2004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로 시작한 앤트그룹은 2011년엔 계열 분리 이후 결제·송금·이체는 물론 대출·보험·자산관리까지 다루는 중국 최대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앤트그룹은 2018년 3월 기준 중국 내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시장의 83%를 차지할 정도다. 월 이용자만 7억명에 달한다.

앤트그룹의 공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견줘 38% 성장한 725억위안(약 12조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가 차지한 비중은 36% 남짓에 그친 반면, 기타 금융서비스를 통한 매출이 63%를 넘어섰다. 전자 결제 서비스 자체보다는 소액 소비 대출, 금융투자 상품판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구조다.

그러나 앤트그룹의 장밋빛 미래는 급제동이 걸렸다. 시진핑 주석에게 밉보인 대가는 혹독했다. 앤트그룹은 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역대 최대인 340억달러(약 37조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하려다가 무산되고 말았다. 마윈의 금융제국은 모래 위에 쌓은 성에 불과했다. 마윈 사태는 중국의 통제적 경제구조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사실 마윈이 중국 금융당국에 미운털이 박힌 건 오래 전부터다. 중국 당국이 마윈의 무릎을 꿇리면서 꺼낸 표면적 논리는 '반독점 규제 필요성'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다. 하지만 마윈이 건설한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과 핀테크는 그 속성상 중국의 폐쇄적 경제구조의 문제와 조우할 운명을 내재하고 있었다. 시진핑은 그 핀테크산업이 가진 '미지의 에너지'가 두려웠던 거다.

마윈 사태는 전 세계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 '중국판 버크셔 해서웨이'로 불렸던 중국 민영금융사 안방(安邦)보험의 창업주 우샤오후이 회장의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우 회장은 덩샤오핑의 외손녀 사위를 배경으로 2004년 자동차 보험사로 시작해 2010년 생명보험시장에 뛰어들었고, 12년 만에 중국 3위 보험사로 키웠다. 그러나 우 회장은 돌연 사기 및 부패 혐의로 당국에 체포되고 징역 18년형을 받고 현재 감옥에 수감 중이다. 중국의 민영 금융기업의 성공신화도 무너졌다. 세간에선 시진핑 주석의 권력강화 과정에서 제물이 됐다는 평이다.

문제는 한국에서도 이와 결이 다르지 않은 '기업 길들이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엔 세계 3위(지난해 3분기 말 운용자산 785조원) 국민연금이 있다. 국민연금은 투자한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 요구와 관련 호된 비판에 직면했다. 시장은 정부가 CEO 조기검증을 통해 기업을 통제하려는 신호로 읽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적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업 경영에 개입해온 것에서 더 나아가 도입을 추진 중인 '투자기업 이사회 구성·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세워 개입 의사를 노골화하고 있다.

마치 리얼리티쇼 영화 '트루먼쇼'를 보는 듯하다. 기업들은 방송 프로그램의 의도대로 계획되고 가공된 삶을 살아야 하는 트루먼 같은 신세다.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에서의 막대한 영향력을 앞세워 일거수 일투족을 들여다보면서 민간기업에 특정 형태의 지배구조 운영을 '강제'하지는 않을까.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CEO 승계정책 공개 요구에 경계심을 갖는 이유다. 그 걱정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k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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