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포럼] 스마트시티, 낡은 데이터관리 안 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12/2020122302102369061001[1].jpg "[포럼] 스마트시티, 낡은 데이터관리 안 된다")
국토교통부가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서비스 로드맵'에서 정한 8대 영역, 즉, 교통, 헬스케어, 교육, 에너지, 환경, 안전, 생활, 로봇 분야에는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가 제안되며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시티는 결국 이 도시에서 살아갈 사람의 본능을 충족하고 시민이 지향하는 경제, 사회, 문화적 니즈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기존의 도시와 다를 바 없이 기계화된 기술의 전시장으로 전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시 안에서 지금보다 나은 품격있는 시민의 삶을 스마트하게 영위할 수 있을까? 국가 사회의 발전과 집단의 시너지를 위하여 사회적 접촉을 촉진하면서 스마트하게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품격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스마트시티에서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해소될 수 있도록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하며 자아실현 및 존경의 욕구가 달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소셜 믹스 등 품격있는 가치를 추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우리가 삶을 영위하고 있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시민들의 관점을 적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시티에 다양한 시민들이 모여서 교류하며 서로 가진 재능과 역량을 나누고 융합하며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협업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하여 각 솔루션과 서비스에서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연계하고 결합하여 제안된 솔루션이 스마트하게 반응하고 작동하도록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 개개인을 식별하고 식별된 시민이 본인이 맞는지 검증하고 검증된 개인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등을 추적하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심각한 프라이버시 이슈가 발생한다.
시민에 대한 공공 서비스에서 개인에 대한 식별과 인증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 위하여 식별과 인증은 가장 회피해야 할 개념과 기능이다. 예를 들면 팬데믹 상황에서 확진자를 식별하고 인증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관리 비용과 시간 및 우려로 인한 평판과 여론은 사회적 자본 중 신뢰 영역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시민사회를 급속한 붕괴로 이끈다.
따라서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도 팬데믹 상황을 통제하기 위한 최적의 절충 구간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하여 식별과 인증이라는 개인에 대한 공적 서비스의 특성을 해체하여 관리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즉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저장 분석, 이용 제공 및 파기의 라이프사이클에서 수집 단계에서만 식별과 인증을 실시하고 이후 단계에서는 식별과 인증을 분리하여 인증 정보만을 활용하여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일이 필요하다. 결국 식별과 인증 이라는 두가지 핵심 기능에서 인증과 대상의 포괄성이라는 영역으로 프라이버시의 보호 개념을 이전함으로써 균형 잡힌 프라이버시 보장 정보시스템의 구축이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시티에서의 데이터 생태계를 온전히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운영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전통적인 개념의 데이터 보호 체계 마저도 다시 한번 근본부터 살펴 보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데이터 흐름은 데이터를 보유한 공공기관의 법률에 근거한 규제에 가로막혀 있어서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스마트시티에 구현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적어도 스마트시티 발전법에서 모든 법률에 우선하여 해당 데이터를 유통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든지, 아니면 개별 법률을 모두 개정하든지, 아니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하여 유예를 받아야 수많은 솔루션과 서비스가 온전히 시민에게 체감되도록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번 정부 최대규모의 뉴딜 사업이 토목 관점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으나 소프트웨어 측면과 데이터의 흐름 관점에서 준비가 되어있는지 궁금하다. 2025년에 스마트 시티의 초기 모습이 완성되어 운영되기 시작할 때 혹시라도 스마트 기기에는 불꺼진 기존의 아파트 단지와 다를 바 없는 콘크리트 구조물만 남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이제 본격적인 민간 사업자의 활동이 시작되는 시기에 시간 낭비 없이 가시적인 스마트 서비스가 운영될 수 있도록 각 부처의 낡은 데이터 관리에 대한 법령들이 새로운 관점에서 한 테이블에 올려 놓고 논의될 수 있는 자리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스마트 시티의 성공에 있어 첫 번째 단추일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