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K방역, K독재 그리고 `재이니즘`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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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칼럼] K방역, K독재 그리고 `재이니즘`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K방역은 실패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애초 '예정된 실패'였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초기 중국 다음으로 심각했던 한국이 조기 방역에 성공하자, 해외 각국은 경이로운 눈으로 한국을 바라봤다. 이에 정부가 잽싸게 드라이브스루 진료소, 모바일 자가진단 앱 등을 패키지로 묶어 수출에 나섰다. 이른바 K방역이라는 한국식 방역 방식이다.

하지만 드라이브스루 등 일부 방식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국가가 받아들이길 꺼렸다. 확진자 동선 추적앱 때문이었다. K방역은 자유와 개성의 포기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가능한 방식이다. 결국 그 붙여진 이름처럼 한국이란 독특한 정치·사회적 토양에서만 가능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생명과 안전을 명분으로 언제든지 자유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이런 심리는 '한국적 독재'란 독버섯이 자랄 수 있는 정신적, 사상적 토양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정치 문화에는 팬덤 현상이 강하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 지도자에겐 강력한 팬덤 문화가 형성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극렬한 지지자들은 '문빠' 혹은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 불린다. 그들이 무조건 지지하는 문 대통령은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다. 여기에는 같은 편으로 치부되는 여당 의원조차 예외가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정도껏 하세요"라고 했다가 온종일 '대깨문'에게 마녀 사냥을 당한 민주당 정성호 예결위원장의 경우는 흔한 사례다. 문 대통령과 '대깨문'의 관계는 1960~7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시절 마오쩌둥(毛澤東) 독재를 떠받쳐준 '철 없는' 홍위병(紅衛兵)에 자주 비견된다. 사상적 교주와 신도와의 관계와도 흡사하다. 최근 여론조사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로 '모름·응답거절'이 꾸준히 1위에 꼽힌 것이다.

교조주의적인 맹목적 지지는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독재를 배양하는 독소다. 자신이 속한 집단만이 항상 옳다고 믿고, 타인을 배타하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이를 '원초적 유대'라고 표현했다. 어린이가 성장하려면 어머니와의 탯줄을 끊고 육체적·정신적으로 강해지는 '개체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개체화 과정을 거치려면 외부 세계의 위협 및 위험과 맞서야 한다. 그게 두려워 원초적 유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만 절대적 안도감과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자유와 개성을 선택하는 것은 오직 인간의 의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원초적 유대는 이성과 비판력의 발달을 저해한다. 완전하고 독립적인 개체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현 집권층과 지지층은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에 매진했다고 자부한다. 군사정권의 일상화된 감시와 탄압 속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는 건 곧 위험을 의미했다. 정보기관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에 시달린 공통적 경험이 집단 속에 똘똘 뭉친 배경이 됐을 터다. 자신들만이 '운명적으로' 겪은 공통 경험은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잉태했다. 문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평등' '인권' '평화'라는 개념이 모두가 이해하는 '공적인 의미'와 다른 뜻을 가질 때가 많다. 자신의 이념과 생각을 정반대되는 언어 속에 은폐했다는 느낌을 갖곤 한다. 일반 국민이 그의 말뜻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대깨문'은 과거 독재의 산물이지만 이제 새로운 독재의 기반이 됐다. 법치 파괴는 예사다. '5·18 민주화운동'도 정부의 공식 해석 외엔 그 어떤 이견을 말해선 안 된다. 과거의 독재를 덮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더 강력한 독재 세력이 된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이런 독재의 독버섯을 키우는 더 없이 좋은 토대다. 사람은 공포감에 사로잡힐 때 독재자에게 강한 매력을 느낀다. 1929년 미국 대공황이 독일 히틀러의 독재를 불러들인 이치와 같다. 존 듀이는 말했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해외에 있는 전체주의 국가가 아니다. 외적인 권위와 규율, 획일성, 외국의 지도자에 대한 의존 등 우리 자신과 우리 제도 내부에 존재한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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