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유가에 따라 전기요금이 바뀌는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면서 산업계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 상반기 전기요금은 올해의 저유가를 반영해 산정되기 때문에 요금이 낮아질 수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유가가 오르면 기업들의 전기요금 부담은 가중된다. 특히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계는 연료비 연동제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 평균 사용량(월 9240㎾h)을 기준으로 할 경우 기업이 부담하는 평균 전기요금은 월 119만원이다.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되면 내년 1분기 기업의 전기요금은 월 최대 2만8000원 내려간다. 연료비 연동제 하에서 연료비는 분기마다 전기요금에 반영되는데, 올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저유가로 전기요금이 낮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제유가는 벌써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74달러 상승한 49.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7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날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월 25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가격지표 격인 두바이유 가격도 지난 11일 9개월만에 50달러대로 올라선 뒤 18일에는 51.11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연평균 가격인 41.36달러보다 10달러 가량 높아진 것이다.
문제는 향후 유가 추이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내년 국제유가가 올해보다 6~7달러 높은 48.43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세계 경제 회복 속도에 따라 유가가 더 빠르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는 "내년 세계 경제 회복으로 석유 수요가 660만 b/d(하루당 배럴) 증가하는 특별한 해가 될 것"이라며 "내년 말 유가는 배럴당 55달러(브렌트유 기준)를 웃돌 것"이라고 관측했다. 산업부는 "주요 국내외 기관들은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내년 이후의 국제유가는 현재로서는 전망하기 어려워 전기요금 인상 여부나 그 수준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철강·석유화학·반도체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제조업체들은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호소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큰데 전기요금마저 상승하면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전기요금은 지금까지 고정적인 요소였는데 앞으로 변수로 작용하게 되면서 불확실한 대외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의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에 대한 기업 의견을 취합해 조만간 정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