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장 이어 재무장관 공식지명
통화 완화정책 선호한 '비둘기파'
인준 통과 전망… 실업해소 급선무
통화 완화정책 선호한 '비둘기파'
인준 통과 전망… 실업해소 급선무
연합뉴스
'유리천장' 깨기 전문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또다시 구원투수로 나섰다. 3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의 초대 재무부 장관으로 공식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에 대한 시장과 정치권 모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옐런은 미 재무부 232년 역사상 첫 여성 수장이 되는 것을 포함해 미국의 최고위 경제 정책 분야에서 최초의 여성 기록을 여러 번 세웠다. 국제 금융위기 때마다 중책을 맡았던 그가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 경제 지휘봉을 잡았다.
옐런은 이날 지명 후 처음 트윗을 시작하며 대중과 소통에도 나섰다. 그는 "우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회복해야 한다"며 "재무장관으로서 모든 이들에게 이 꿈을 재건하기 위해 매일 노력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해 자녀들을 위해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사회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뉴욕시 브루클린 출신인 옐런 지명자는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하버드대 조교수, 연준 이사회 이코노미스트, 런던정경대 강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지내며 학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연준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던 당시 훗날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를 처음 만나 1년 만에 결혼했다. 노동 경제학자로 명성을 떨친 그는 1994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이사로 지명되면서 공직에 입문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잘 알려진 아시아 금융위기 때인 1997∼1999년 클린턴 대통령의 최고 경제 고문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국제 위기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4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로서 통화·금융 정책에 직접 관여했다.
당시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택시장 문제를 가장 먼저 예측한 경제정책 관료로 꼽힌다. 금융위기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2010년 연준 부의장으로 발탁된 그는 2013년 10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여성 최초로 '경제 대통령'인 연준 의장에 지명됐다. 미 중앙은행인 연준에서 부의장이 의장으로 '승진'한 케이스도 그가 처음이었다. 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되고 양적완화 종료가 필요한 시점에 통화정책 운전대를 잡은 옐런 지명자는 2015년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해 정책방향 전환이라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5번 금리를 올리는 동안 시장과 소통하며 점진적으로 추진해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꼽히는 그는 금리를 더 올리라는 보수주의자들의 압박을 받았으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도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점진적 인상을 관철해 자신이 옳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옐런 재임 기간 미 실업률은 6.7%에서 4.1%로 떨어져 2차 세계대전 후 모든 연준 의장들을 통틀어 가장 큰 폭의 하락을 달성했다. 당시 동료들은 옐런의 리더십을 소설과 뮤지컬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메리 포핀스'에 비유한다고 WP는 전했다. 단호하면서도 친절하고, 엄청나게 똑똑하면서도 항상 철저히 준비하는 인물이라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는 바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 재가를 받지 못하면서 40여년 만에 처음 단임에 그쳤지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도 적지 않은 '우군'을 두고 있다. 상원에서 인준이 순조롭게 통과될 것으로 관측된다.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옐런 지명자는 미 역사상 처음으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연준 의장, 재무장관을 역임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된다.다만 재무장관으로서 옐런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번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인 가운데 경기침체의 한복판에서 미 경제의 조타수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당장 200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대량 실업 위기를 해소하고, 의회와 추가 경기부양 패키지 협상을 잘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탈환이 불투명해 의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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