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과거·현재 공존 뉴트로골목… "맛집·산책로·인생샷 종합세트네요"

정비안된 골목 수수한 매력… 트렌디 카페 더 이색적으로 보여
"올 때마다 예쁜 가게 생겨요"… 눈이 즐거운 골목으로 입소문
행궁 돌고 화성 성벽아래 억새 데이트… 연인들에 가장 큰 인기
조선 첫 女서양화가 나혜석 생가터 눈길… 주차문제 등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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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과거·현재 공존 뉴트로골목… "맛집·산책로·인생샷 종합세트네요"
수원화성행궁 일대의 '행리단길'이 젊은이들 방문으로 북적이고 있다.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과거·현재 공존 뉴트로골목… "맛집·산책로·인생샷 종합세트네요"


수원 행궁동 행리단길

[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최근 수원에서 가장 '핫'한 동네는 지어진 지 300년이 넘은 화성 행궁이 있는 행궁동이다. 수원의 2030세대들은 이곳을 행리단길(행궁동+경리단길)이라 부른다. 구도심 특유의 정비되지 않은 골목 틈 사이로 "여기에 이런 곳이 있어?"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트렌디한 카페들이 즐비하다. 주말이면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인스타 맛집'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발만 돌아서면 마치 90년대로 돌아온 듯한 좁은 골목과 담장이 방문자를 반긴다. 그런가하면 다음 골목에서는 사주팔자를 보는 역술원과 점집들이 즐비하다. 수십년의 시간과 공간이 뒤섞여 발산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골목이 바로 '행리단길'이다.


◇뉴트로 그 자체…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행리단길' 골목= 사람들이 행리단길이라고 부르는 지역은 화성 행궁을 시작으로 하는 행궁로와 거기서 이어지는 정조로-신풍로-화서문로 일대를 말한다. 이 지역은 2000년대 이후로 계속해서 방문자가 줄어드는 낙후된 지역이었다. 인근에 지하철역이 없어 접근성도 낮았다. 수원 화성이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되면서 개발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열린 생태교통 수원 축제를 계기로 변화가 시작됐다. 축제를 준비하며 행궁동 일대의 노후화한 골목길을 정돈하고 상가도 리모델링하면서 행리단길의 기반을 쌓았다. 이후 이곳에 자리를 잡은 몇몇 가게가 SNS를 통해 알려졌고 젊은이들이 골목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행리단길은 지자체 주도로 만들어진 '인기 골목'들과 다르다. 테마를 정의하기가 어렵다. 카페 골목이라 부를 수도, 공방 골목이라 부를 수도 없다. 하나의 유행을 따라 조성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행리단길이 다른 '리단길'과 다른 점이다. 점심 시간이면 수십 명씩 줄을 서는 '핫플' 바로 옆에는 수십년 된 페인트 가게가 능청스럽게 버티고 앉아 있고 할머니 댁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던 녹색 철문집 옆이 '인스타 맛집'으로 유명한 카페라니, 특이한 것에 끌리는 요즘 2030세대가 반하지 않을 리 만무했다. 정방형으로 나뉜 계획도시의 골목이 아닌, 구불구불하고 한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숨은그림찾기하듯 카페와 책방, 공방이 나타나는 행궁동 골목은 말 그대로 '뉴트로'였다.

어머니와 함께 이곳을 찾은 장하나(여·30) 씨는 "어릴 때 이후로 행궁동에 한동안 오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자주 놀러 온다"며 "올 때마다 새로운 가게들이 생겨나는 것 같아 오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화성 행궁'= 행리단길이 다른 '~리단길'과 차별화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화성 행궁'이다. 다른 수많은 '~리단길'이 시간이 흘러 그 트렌디함을 잃은 후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으며 쇠락했던 것과 달리 행리단길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대형 콘텐츠인 화성 행궁을 바로 곁에 두고 있다. 행리단길 상인들로서는 든든한 안전장치가 존재하는 셈이다.

화성 행궁은 일제 강점기 시절 파괴됐지만 1996년부터 복원사업을 시작, 현재 복원이 거의 마무리된 단계다.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갖춘 데다 팔달산을 끼고 있는 풍경이 아름다워 '인생 사진'을 건지려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이날 가족들과 행리단길을 방문한 김용화(남·38) 씨는 "아이들과 화성 행궁에 방문했다가 식사를 하러 왔다"며 "젊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기자가 행궁을 찾은 14일에도 관광객들이 주말을 맞아 한복을 입고 행궁을 방문해 사진을 찍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행궁 관광 후 자연스럽게 행리단길로 유입된다. 행궁에서 행리단길을 지나 5분여만 걸으면 수원 화성이 나타난다. 화성 성벽 위는 수원 시민들에게 인기 있는 산책로다. 이맘때엔 성벽 아래 가득한 억새가 또 하나의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행리단길에서 만나는 '신여성'의 이야기= 행리단길을 걷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이름이 있다. 바로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시인인 나혜석이다. 수원이 자랑하는 '신여성' 나혜석은 바로 이 행리단길에서 태어났다. 행리단길 골목 한 쪽에는 나혜석의 생가 터가 남아 있다. 행리단길의 '스토리'가 나혜석에게서 시작됨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행궁동에서는 '조선여성 첫 세계일주'라는 주제로 나혜석의 팝업 전시가 열리고 있다. 행리단길을 찾은 이들에게 예쁜 카페와 맛집 외에도 봐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전시다. 팝업 전시장 외에도 행리단길 곳곳에서 나혜석의 작품들을 벽화 등으로 만나볼 수 있다.

◇대중교통 접근 어려운 건 단점…주차 문제 해결돼야= 다만 구도심 상권의 고질적인 문제인 주차시설 부족은 개선돼야 할 점이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1호선 수원역으로부터는 버스로 15분, 도보로 40분 거리다. 행궁에 딸려 있는 공영 주차장이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인근의 주차장들 역시 주말이면 늘 포화 상태다. 주택가와 상가가 혼재돼 있는 만큼 상권이 더 커지면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비슷한 문제들로 홍역을 겪은 거리들이 많은 만큼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원/글·사진=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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