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클라우드 시대 디지털전환 견인… 기업 혁신 조력자 되겠다"

"광범위한 서비스 대신 DBMS·미들웨어 강점 살린 전문 서비스 특화
잠재고객 무궁무진… 출혈경쟁 대신 서로 도와가며 전체 파이 키울것
언택드 시대 영업방식도 변화 … 사람들이 찾아오는 회사로 만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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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클라우드 시대 디지털전환 견인… 기업 혁신 조력자 되겠다"
안현덕 지티플러스 대표.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20. 안현덕 지티플러스 대표


안현덕 지티플러스 대표는 '브랜드 아키텍처'라는 제목이 적힌 A4 용지 한 장을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종이 위에는 그가 지향하는 비전과 경영철학이 몇 가지 단어와 문장으로 축약돼 있었다.

가장 굵은 글씨로 강조된 '엑스퍼티즘'(Expertism·전문가주의)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안 대표는 "우리가 정의하는 전문가는 고객의 맥락을 읽어내고, 숙련된 기술로 문제에 답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라 면서 "23년간 쌓아온 IT인프라 분야 전문성을 토대로, 매순간 전문성에 집중해 미래가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단어"라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사업가로서 경험을 쌓은 안 대표는 "주어진 영역에서 좋은 가치를 만드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 면서 "척박한 국내 IT시장에서 경험과 실력,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며 일하고, 그에 맞게 대접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대담=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다른 기업, 다른 기업가를 꿈꾸다= 미국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LG전자 미 새너제이 지사를 거쳐 새롬기술 미국지사 지사장, 다이얼패드 대표를 지낸 안 대표는 창업 이후 성공과 한순간의 실패를 모두 경험했다. 다이얼패드가 1999년 내놓은 무료 인터넷 전화 서비스는 엄청난 인기를 모으며 가입자가 순식간에 급증했다. 다이얼패드에 투자한 국내 새롬기술의 주가도 덩달아 고공행진 했다. 그러나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닷컴버블이 붕괴되자 회사는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안 대표는 이후 미국 현지 기업인 네닉스 대표, 피보텍 대표를 지내다 한국으로 돌아와 2013년 지티플러스 대표가 됐다. 2017년에는 구글코리아 기술총괄 대표를 지낸 조원규씨와 인공지능 기술기업 스켈터랩스를 공동 창업해 COO(최고운영책임자) 역할도 하고 있다.

지티플러스는 국내·외 IT 솔루션을 국내 고객들에게 공급하고 서비스하는 파트너 비즈니스를 지향한다. 과거 지분투자를 한 아이티플러스가 2개 회사로 분리되면서 솔루션 유통 기업의 대주주이자 대표가 된 안 대표는 일반적인 솔루션 유통기업과 다른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사실 창업하고 키우는 게 맞는데, 지티플러스에 관여하면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고민했다. 생각 끝에 서로 신뢰하면서 좋은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이티플러스 출신 김영철 대표와 BEA코리아 출신 김승호 부사장과 뜻을 같이 한 안 대표는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직접 경영현장에 뛰어들었다.

안 대표는 "미국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해외 기업의 생각과 원하는 것을 잘 이해한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해법을 주는 파트너로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오라클 총판으로, 매출비중이 가장 크다. 국산 SW인 제니퍼소프트의 애플리케이션 성능 모니터링 솔루션, 클릭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툴도 공급한다. 오픈소스 솔루션도 다룬다.

안 대표는 "특정 솔루션을 고집하기보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 관련 SW와 클라우드를 폭넓게 조합해 제공하고자 한다. 우리는 고객을 잡고 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약 100명의 직원 중 65명이 기술인력이다. 약 250개 기업이 연간계약을 맺고 기술서비스를 받는다. 많은 기업들이 수억원을 들여 도입한 DBMS(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유지보수 비용을 들이면서 따로 돈을 내서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클라우드 시대, 다른 미래를 꿈꾸다= 클라우드의 등장으로 IT 산업 생태계에 변화가 예고되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오라클을 비롯한 클라우드 기업이 고객에게 직접 서비스하면서 파트너의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클라우드 시대 파트너의 역할이 뭔지 고심한 끝에,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운영 컨설팅부터 기술서비스까지 충분한 역할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기업들이 클라우드로 갈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게 우리의 미션"이라고 밝혔다.

지티플러스는 국내 주요 클라우드 MSP(매니지먼트 서비스 기업)들이 광범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넓게 제공하는 것과 달리 잘 하는 분야를 깊게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DBMS와 미들웨어 분야의 강점을 살려 컨테이너 및 쿠버네티스 기반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플랫폼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안 대표는 "5년 전부터 돈이 안 돼도 교육을 시키고 팀을 꾸려서 프로젝트를 찾아다니는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시장이 서서히 열리고 있어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특히 기업들이 복수의 클라우드와 이종 시스템을 오가며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컨테이너와 데이터가 섞이고 오케스트레이션이 힘들어지는 상황을 겪지 않도록 해결책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안 대표는 "온프레미스(자체 구축 시스템) 시절부터 미들웨어와 DBMS 기술력을 쌓아왔고, 이종 플랫폼 간에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이 오가는 것을 관리한 경험이 많다. 이를 클라우드에 접목하면 컨테이너와 쿠버네티스 영역에서 차별점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수요에 맞춰 오라클뿐 아니라 MS,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도 제공하되, 아마존웹서비스 클라우드는 잘 하는 다른 기업과 협력한다는 전략이다.

◇클라우드혁신센터 운영 1년 맞아= 회사는 지난해 11월에 국내 파트너사와 고객들이 클라우드 솔루션을 개발·테스트하고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클라우드혁신센터(CCoE)를 오픈했다. 클라우드 파트너 에코시스템을 만들고, 고객들에게 클라우드의 장점을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안 대표는 "1년 간 56번의 온·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해 1360명에게 교육을 했다"면서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클라우드 세상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IT 영역에서 일해온 기술인력들이 교육과 인증을 받아 클라우드 전문가로 거듭나고, 영업 담당자들도 클라우드 전문성을 쌓는다. 주요 파트너 10여 곳의 기술인력들에게는 심화교육과 인증을 해 주고 있다.

안 대표는 "과거 DBMS 위주의 사업을 할 때는 총판끼리도 뺏고 빼앗기는 경쟁을 했지만, 클라우드 시대에는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서로 도와가면서 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라클은 클라우드 시장 후발주자이지만 성능이 우수하면서 가격이 저렴해 확실한 이점이 있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비슷한 기능이 있으면 고객 입장에서 오라클 클라우드를 쓰는 게 이득이라는 것이다. 안 대표는 특히 "기존에 오라클 DBMS를 쓰던 대기업들이 주요 IT시스템과, 글로벌 연계가 필요한 솔루션을 오라클 클라우드에서 운영하고자 한다"면서 "잠재 고객이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클라우드 시대 디지털전환 견인… 기업 혁신 조력자 되겠다"
안현덕 지티플러스 대표.


◇CEO이자 COO…하루에 두번 출근= 안 대표는 지티플러스 대표이자 스켈터랩스의 COO로 하루에 2번 출근하는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와는 초등학교와 대학교 친구이자 새롬기술과 다이얼패드에서 동료로 긴 인연을 이어왔다.

안 대표는 "조 대표의 스켈터랩스 창업을 도와주던 것에서 점점 일이 커졌다. 스켈터랩스의 투자유치 과정에서 투자자들과 한 약속 때문에 직접 몸을 담을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아침 강남역 인근 지티플러스로 출근해 업무를 본 후, 오후에는 다시 한강을 건너 성수역 근처의 스켈터랩스로 건너가 하루를 마감한다. 전통 IT산업을 해온 지티플러스와,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스켈터랩스는 분위기부터 직원들의 연령대, 사무실 인테리어까지 180도 다르다. 안 대표는 "스켈터랩스는 디지털 툴을 훨씬 많이 쓰고 재택근무가 아무렇지 않은 디지털 네이티브 회사인 반면 지티플러스는 사인과 결제가 남아있다"면서 "코로나를 계기로 지티플러스도 일하는 방식을 유연하게 바꾸고 디지털 툴을 더 많이 쓰는 것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비대면 시대 변화 모색= 클라우드와 비대면이 키워드가 되면서 영업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일대일로 고객을 만나 영업을 했다면, 클라우드 시대에는 각각의 거래규모가 작아지고 고객 수는 많아지면서 마케팅을 통해 고객이 찾아오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회사는 이를 위해 지난 1년간 B2B 마케팅을 준비해 왔다.

안 대표는 "내년 초부터 마케팅을 통해 우리의 색깔과 강점, 비전을 알리려 한다. 고객들이 우리의 강점을 파악하고, 우리가 찾아가기 전에 찾아오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고객관리와 마케팅을 위한 CRM(고객관계관리) 솔루션을 도입하고, 원격협업 툴도 적용했다.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교육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내부에 멘토를 둬서 기술을 전수하고, 새로운 기술을 많이 배우는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안 대표는 "매우 큰 변화를 하고 있다. 밖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면서 계속 고민해 오다 코로나를 계기로 우리 자신도 확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00명의 직원이 작년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안 대표는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기보다 역할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내 IT시장이 기술에 대한 가치 지불에 인색하고 척박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데, 기술로 확실히 자리 잡아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진출을 계획하는 해외 기업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고, 조만간 해외 RPA(로봇업무자동화) 기업과 합작사를 세워 내년부터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합작법인 대표를 맡되 자리를 잡으면 새 대표를 선임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가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스켈터랩스같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가치를 키우는 기업이 있다면 우리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고객과 벤더로부터 제대로 대접받는 게 중요하다"면서 끊임 없이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한다고 밝혔다.

◇"한국 IT시장, IT에 더 많은 가치 부여해야"= 국내외 IT 산업현장을 고루 경험한 안 대표는 국내 IT시장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 우선 패키지 SW 시장이 크지 않고 SI(시스템통합)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게 한계라는 지적이다. 고객들이 국내외 SW기업의 노력과 기술이 집약된 SW를 사서 쓰는 대신 자신들에게 딱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줄 기업을 원한다는 것.

안 대표는 "그런 방식으로는 당장은 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니 좋지만 좀더 발전시키고 혁신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든다"면서 "사람들이 공들여 만든 지식재산권과 경험의 가치를 쳐주지 않고, 몇명이 며칠 동안 시스템을 개발한 시간과 양을 기준으로 대가를 주니 IT산업이 하향평준화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BC가 필요하니 한달 만에 가장 싸게 할 수 있는 업체를 찾으면 ABC만 할 수 있는 기업이 그 일을 한다. IT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고객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줄 능력이 있는 기업을 찾아 장기적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키지SW와 SaaS(SW서비스)는 어떤 기능을 갖췄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녹아 들어간 사상과 프로세스가 중요하다는 게 안 대표의 생각이다. 디지털 혁신을 위해 업무방식을 어떻게 바꿀 지 고민한 후 그에 맞는 SW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그는 "과거보다 나은 선택지가 있으면 고민한 후 효과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변화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과거에 비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과거 방식을 고집하면 스스로 한계를 규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후배 창업자들을 위한 멘토링 활동과 소규모 시드투자도 하고 있다. 그는 "우리 세대는 잘 모르고 창업해서 고생도 많이 했는데 요즘 젊은 창업자들은 훨씬 잘 하고 실력도 있고 정보도 많다"면서 "그들의 도전을 존경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dt.co.kr

사진=박동욱기자 fu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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