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김호중 병역`, 실종된 공론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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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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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김호중 병역`, 실종된 공론
하재근 문화평론가
김호중 입대 전까지 몇 달에 걸쳐 논란이 컸는데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사안이 병역 논란이었다. 입영 연기 기한이 지났는데도 불법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갔다는 의혹과 강원병무청장에게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다. 병역 관련 이슈는 사안의 중대성이 크기 때문에 김호중에게 큰 타격이 됐다.

이중에서 불법 병역 연기 의혹에 대해서는 폭로보도를 했던 매체에서 정정보도를 냈다. "가수 김호중 씨가… 입영기간 연기 기한이 만료되었음에도 불법적으로 군 입대를 연기하였(다는)… 의혹에 대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김호중 씨의 입영 연기 기한이 지났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 잡습니다"라고 한 것이다. 폭로 매체에서 정정을 했다면 이 의혹은 정리된 것으로 판단된다.

또다른 병역 관련 사안인 강원병무청장 청탁 의혹에 대해선 최근 병무청의 자체 감사 결과가 알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해당 병무청장이 경고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켜 병무청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많은 매체들이 이 소식을 '김호중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강원병무청장 경고 처분'이라는 식의 제목으로 알렸다. 이 제목만 보면 병역 비리가 사실로 드러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내용은 반대였다. 김호중 병역처분에 강원병무청장은 관여한 바가 없어서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청탁이 아니라는 얘기다.

만약 정말로 청탁 사안이었다면 경고 정도로 끝날 수가 없다. 문제의 만남이 이뤄졌다는 날의 정황을 봐도 청탁이 정말 있었는지에 대해 의심을 갖게 된다. 김호중과 소속사 관계자가 강원병무청을 방문해 청장을 면담하고, 노래를 한 소절하고, 직원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기념촬영도 하고, 구내식당에서 청장과 밥을 먹었다는 것이다. 청탁을 이렇게 공공연히 할까? 강원병무청장도 만약 자신이 청탁 받는 입장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요란하게 만남을 광고했을까? 정황만 봐도 의혹을 선뜻 믿기 어려운데, 병무청 감사 결과 청탁이 아니라고 나왔다는 것이다. 해당 만남의 성격에 대해선 '기획사의 인맥 과시에 강원청장이 이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판단이 나왔다.

감사 결과를 보면 김호중의 병역청탁 의혹도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김호중의 마음고생은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김호중에 대한 병역 의혹 공격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병역연기 의혹은 크게 알려졌지만 정정보도는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강원병무청장 관련 사안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의 매체가 기사 제목을 '경고 처분'이라고 달아서 '김호중의 잘못이 확인됐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애초에 의혹의 핵심은 청탁이었다. 그게 무혐의가 됐으면 그걸 제목에 걸어야 하는데 엉뚱한 경고 처분을 내세워 오해를 초래한 것이다. 그 경고라는 것이 물의를 빚었기 때문에 내려졌는데, 그 물의가 바로 청탁 의혹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청탁 의혹이 없었으면 물의도 없었고, 경고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핵심은 청탁 여부인데 대부분의 매체는 경고를 내세워 김호중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겼다.

일부 누리꾼들은 무조건 김호중을 못 믿겠다며 4급 판정을 병역 비리로 단정하고 공격을 지속한다. 정식으로 신체검사 받아서 병무청이 판단한 대로 병역을 이행하고 있는 사람을 비리자라고 낙인찍는 것이다. 물론 세상일엔 온갖 가능성이 있는 법이지만, 공식적인 의학적 판단에 의거해 병무청이 매긴 등급이 거짓이라고 하려면 최소한의 근거라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근거도 없이 무조건 김호중 신검 결과가 부정이라고 단정한다.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던 매체들도 대중이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속 시원하게 정정해주지 않아서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

김호중이 미궁에 빠진 느낌이다. 그에게 주어진 활동 시간은 단 몇 개월이었다. 의혹 제기는 그 몇 개월을 지옥으로 만들었는데, 아직까지도 빠져나올 길이 안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의혹을 제기하고 사람을 단죄하려면 근거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김호중에게 제기된 다른 의혹들은 현재 사법적 판단이 진행 중이니 지켜볼 일이다. 불법 병역연기 의혹이 뒤늦게 사실무근으로 드러난 것을 보면,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섣불리 단정내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중하게 근거로 판단하는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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