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철 前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장영철 칼럼] `춘풍추상`의 의미를 되새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9/2020092402102269660001[1].jpg "[장영철 칼럼] `춘풍추상`의 의미를 되새긴다")
문재인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고 신영복 교수도 춘풍추상의 의미를 나름대로 이해하고 이를 서예작품으로 남겼고 문 대통령은 정권 초반에 이 서예작품 액자를 청와대 비서관실에 걸어두면서 정권운영의 교훈으로 삼고자 했다. 공정을 유별나게 내세웠던 현 정권이 나를 남보다 더 엄격하게 다루는 공정한 정권이라는 메시지를 정권 초기에 국민에게 주고 싶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집권 3년이 훨씬 지나 임기말이 다가오는 현 시점에서 되돌아볼 때 청와대와 집권층의 실제 행동은 이 교훈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 정권이 한 일이라도 잘한 일은 계승하고 못한 일은 고쳐나가면서 나라를 계속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정권의 소임일 것이다. 그렇지만 현 정권은 촛불의 위세를 강조하면서 혁명정부로 행세했고 과거 정부가 한 일을 소위 적폐로 몰면서 '남의 일을 가을 서릿발처럼 엄격'하게 다루었다. 반면 '자기편에는 봄바람처럼 관대'하여 정책 역량이 떨어지는 자기편 사람으로 매사 자기편만 바라보고 일을 하다가 국정의 난맥을 초래하고 새로운 적폐를 쌓아가고 있다. 편 가르기로 춘풍추상(春風秋霜)의 교훈을 정반대인 '춘상추풍'(春霜秋風) 즉 '자기에게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고 남에게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것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현 정부 내내 국민통합은 사라진 것이다.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시간 등을 노동자 편을 들어 기업에 강요하면서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의 경영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기업의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기업의 자율성을 크게 저해하는 규제법을 만드는 데 열중하면서 경제활동의 자유가 크게 침해되어 나라 경제의 경쟁력이 날로 약화되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사태로 경제순환이 망가지면서 많은 업종들이 위기상황에 처하고 있다. 고용의 주체인 기업이 망가지니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졌고 노동자의 소득은 크게 줄면서 우리 사회의 소득양극화는 과거 외환위기 수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지원 등 엄청난 복지 수요가 유발되면서 세금 및 각종 부담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현금살포성의 방만한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나라의 곳간이 허물어지고 우리 후손에게 엄청난 빚을 넘겨주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우리의 후손이 부모세대 대신 갚아야 할 국가부채가 국민총생산(GDP) 규모까지 치솟는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세대간 갈등마저 우려된다.
또 집값 상승을 잡겠다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수준의 각종 규제와 세금폭탄을 빗발치듯 터뜨렸지만 집값은 언제 잡힐지 요원하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부자들만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집 없는 서민들은 난민신세가 되었다. 정상적인 중산층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세금과 부담금에 경악하고 있고 졸속 처리된 임대차3법 시행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싸우게 하는 등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커지고 조정기능은 사라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실패에 더해 평소에 공정과 정의를 입에 달고 살던 현 정부 지도층의 민낯이 밝혀지면서 이들의 '내로남불'식의 특권적 행태를 표현하는 '아빠 찬스' '엄마 찬스'라는 자조적인 단어도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사과는 고사하고 "사실이 아니다" "나만 그랬느냐? 너는 잘 한 게 있느냐?" 하는 식으로 버티고 있고 심지어는 국민의 대표에게 "소설 쓰시네" 라는 조롱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을 옹호하는 응원군까지 나타나면서 현 정부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는 그 의미가 완전히 희화화되었다. 문 대통령이 최근 한 행사의 연설에서 '공정'을 무려 37번이나 썼다고 하니 '공정'이 마치 주문처럼 사용된 것 같다. 현 집권층은 이제라도 번지르르한 말만 앞세우지 말고 처음처럼춘풍추상(春風秋霜)의 뜻을 새겨 국민을 관대하게 섬기고 스스로에게는 서릿발 같은 자세를 취하면서 주변정리를 해야 그나마 임기를 마치고 결산할 때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장영철 前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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