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극우`의 선동, 가짜뉴스와 전쟁](http://contents.dt.co.kr/images/202009/2020090202102269660001[1].jpg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극우`의 선동, 가짜뉴스와 전쟁")
이들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헌법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마스크도 쓰지 않고 밀집해 "정부로부터 우리의 기본적인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저지선을 뚫고 베를린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현지 매체에 소개된 집회 참가자들의 인터뷰엔 "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믿지 않는다. 이 병이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만 팬데믹은 믿지 않는다" "나는 우리의 근본적 자유를 방어하기 위해 여기 왔다", 이런 내용들이 담겼다.
애초에 베를린 당국은 이들의 시위를 허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베를린 행정법원이, 집회 주최측이 연설 무대 앞에 장애물을 만들고 참가자들이 사회적 거리를 지킬 수 있도록 상기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시위를 허가했다. 이들은 당연히 조건을 지키지 않았고 베를린 경찰이 즉시 해산에 나서 200여 명을 체포했다. 베를린 행정법원이 내건 조건에 마스크 착용이 없었다는 점도 현지에서 논란이 돼 법원이 비판 받았다.
우리나라의 광화문 집회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행정당국이 금지한 집회를 법원이 허가해줬다. 시위대는 법원이 허가한 내용을 당연한 듯 어겼고 법원에 비판이 쇄도했다. 법원은 일반인들의 상식에 입각한 판단을 내렸는데 일부 '극우' 시위대들은 상식에서 벗어난 행태를 보인다.
독일 극우파들은 팬데믹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거짓말을 하며 국민에게 겁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광화문 소수 극우파들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에 걸리지도 않은 자신들을 마구잡이로 검사해 감염됐다는 믿기 어려운 말을 한다.
물론 "정부로부터 우리의 기본적인 자유를 지켜야 한다" "나는 우리의 근본적 자유를 방어하기 위해 여기 왔다"라는 독일 시위대처럼 우리나라 광화문 시위도 종교의 자유, 시민의 자유, 헌법상의 자유를 외친 것은 결코 탓할 수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비상식적 주장과 행동들이다. 접촉자 자가격리, 감염자 격리치료가 북한처럼 국민의 자유를 빼앗는 강제수용소 같은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방역독재' '방역 공안통치'를 열거하는데, 설령 우파 정권 아래에서도 불가피한 조치들이다. 방역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숨어 다니고 동선을 밝히지 않는 행위 등이 독재에 맞서는 민주화 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 창원에서 광화문 집회 참가 사실을 숨기고 검사도 거부한 감염자 때문에 2000여 명이 검사 받고 연관된 학교와 기업이 문을 닫는 사건까지 벌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그 사람은 광화문 시위 전체를 욕보인 것이다.
미국에서도 강경 보수 성향의 시민들이 마스크 의무화 지침에 반발해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곳에서도 마스크 거부를 시민의 자유로 과대 포장하고,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당국이 과장되게 거짓말을 한다는 주장이 횡행했다. 그런 말을 믿고 마스크 반대 시위에 동참한 부부 중 한 명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선 수천여 명이 모여 "코로나19 팬데믹은 거짓말! 사기!"를 외쳤다. 스위스 취리히에서도 "의료 독재에 끝장을!" "마스크는 재갈!"이라고 외치는 시위가 열렸다.
지구촌 곳곳이 극우적 경향의 시위대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무질서, 이들의 무책임한 행태 때문에 공동체가 위험에 직면했다. 이들이 퍼뜨리는 가짜뉴스도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도 광화문 시위 참가자들 뿐 아니라 해수욕장에 몰렸던 수십만 군중이 검사도 받지 않고 퍼졌기 때문에 지역사회 깜깜이 N차 감염의 우려가 심각하다. 정부가 정치 반대파들을 마구잡이로 검사해 무조건 확진한다는 주장은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다. 보건소 검사 결과를 믿지 말라는 것은 내 이웃을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천만한 도발이다. 이런 행위는 결코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정부부터 가짜뉴스의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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