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형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전략연구실장
![[기고] 포스트코로나 큰 그림을 그리자](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1302102369660001[1].jpg "[기고] 포스트코로나 큰 그림을 그리자")
미국 의회의사당 근처 멕시코 음식점에서 간단히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워싱턴DC의 따가운 여름 햇살을 받으며 인생 멘토인 미국 형님과 작별의 포옹을 나누었다. 아쉬움과 앞으로 다가올 그리움으로 눈가에 맺히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나에게 형님은 이렇게 말씀 하셨다. '건강해. 그리고 너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Sharpen your edge" 사실 이 말은 형님으로부터 처음 들은 것은 아니었다.
백악관에서 대통령 특보를 지내다가 자리에서 물러난 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날 새로운 명함을 내미는 형님에게 이렇게 물었었다.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도 뵙고 휴식 시간을 조금 보내고 오시지... 벌써 다른 일을 시작하시면 어떻게 해요?'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동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극한 상황까지 가는 경험을 몇 번 했었던 형님의 상황을 아는 나의 질문에 형님은 '워싱턴DC에서 한 달만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이 찾지 않아. 항상 칼을 갈아야해.' 라고 대답하셨다.
형님이 하신 말씀은 필자가 연구원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데 경각심을 일깨우는, 그리고 따르고 싶은 원칙 중 하나이다. 형님의 말씀과 함께 필자의 마음 깊이 새겨져 있는 원칙은 신입사원 교육 때 선배님께서 하신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라는 말씀이다. 모든 사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나의 습성이 작용한 면도 있겠지만 이런 말씀을 하는 분들과 함께 직장 생활을 하고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연구원에서 젊은 층에 속하는 필자가 더 젊은 후배들에게 만약 이런 말을 하면 '꼰대'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꼰대가 된다 할지라도 사실 이 말들을 후배들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모든 선후배들과 나누고 싶다. 필자가 개인적인 경험을 먼저 말한 이유는 '어떻게 하면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진단과 예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기술은 코로나 이전부터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으로 인식되어 많은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또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해 더욱 더 안전하고 경제적인 원자력시스템을 개발하고자 최근 3D프린팅, 로봇, 센서, 신소재, 인공지능, 그리고 원자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3D프린팅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그러면 새롭게 닻을 올린 연구원의 시도가 혁신으로 이어져 현실이 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특히 '혁신'을 갈구하는 시대에 출연연의 일원으로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앞서 언급한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경쟁력을 키우는 자세와 함께 조금 더 생각해보기 위해 스티브 잡스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를 개발할 당시 래리라는 직원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컴퓨터 부팅 시간을 10초 줄일 방법을 찾아볼 의향이 있는가?' 그리고 만약 맥 사용자 500만 명이 컴퓨터를 부팅하는 데 매일 10초를 덜 사용한다면 그들이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이 연간 3억 분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들은 래리는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고, 몇 주 후에 부팅 시간을 28초나 앞당겨 놓았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 전기에서는 그가 큰 그림을 보며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이 있었다고 표현했다. 맞는 말이다. 잡스와 같은 선후배로부터, 또는 스스로가 잡스가 되어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약속한 일보다 항상 조금 더 좋은 성과를 내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이 시기에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와 본인이 맡은 일에 동기와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밥 딜런의 '태어나느라 바쁘지 않으면 죽느라 바쁠 수밖에 없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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