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반도체가 삼성전자의 '깜짝실적'을 견인했다. 올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8조1500억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5조4300억원이 반도체 사업에서 거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빠른 현장경영과 뚝심 있는 투자가 빛을 봤다는 분석이다.
30일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매출 52조9700억원, 영업이익 8조1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5.6%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5%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에 해당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미·중국간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사업의 호조가 삼성전자의 실적 상향을 견인했다. 올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매출은 작년보다 13% 늘어난 18조2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보다 60% 오른 5조4300억원에 달했다. 반도체 부문 매출은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34%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영업이익은 전체의 66%를 넘는 금액이다.
이번 분기 호실적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적극적인 현장경영을 앞세운 미래 시장 선제대응과 시장 수요에 대한 탄력적인 전략 등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의 충격파가 고스란히 전달됐던 지난 3월에는 경기도 수원 삼성종합기술원을 방문했고, 이어 5월에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이어 6월에도 경기도 화성 반도체 공장과 반도체부문 자회사 충남 서메스를 방문했다.
이같은 현장경영은 투자 증대로도 이어졌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가 집행한 시설투자는 17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0조7000억원 대비 6조4000억원 늘어났다. 이중 반도체 사업에 투입한 금액은 전체 투자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8조6000억원에 달한다.
부문별로는 메모리 사업의 경우 모바일 수요 감소로 약세를 보였으나, 재택근무·온라인 교육 등 비대면 서비스가 증가하며 데이터센터와 PC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었다. 파운드리 사업은 고객사 재고 확보 증가 등으로 인해 실적이 개선됐다. 시스템LSI 사업의 경우 글로벌 제조사 생산 차질과 스마트폰 소비 심리 둔화로 모바일 부품 수요가 하락하며 실적이 감소했다.
반도체 사업 외에 IT&모바일(IM) 부문과 소비자가전(CE) 부문도 좋은 실적을 거두며 이번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의 밑거름이 됐다. 이 역시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현장경영과 제품 믹스 개선, 그리고 효율적 마케팅 등 탄력적인 운영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IM 부문에서는 매출 20조7500억원, 영업이익 1조9500억원이 발생했다. 무선 사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장이 폐쇄됨에 따라 스마트폰 판매량과 매출이 전분기보다 하락했다. 그러나 효율적인 비용 집행으로 영업어익은 전년 동기(1조5600억원)보다 3900억원 늘었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의 올 2분기 매출은 10조1700억원, 영업이익은 7300억원으로 나타났다. TV 사업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주요 지역이 봉쇄됨에 따라 시장 수요가 감소해 전분기와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모두 감소했으나, 글로벌 SCM을 활용해 단기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비용을 효율화 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전 분기보다 오히려 늘었다. 특히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며 오프라인 판로 폐쇄에 따른 손해를 상쇄할 수 있었다.
하반기에는 점진적인 수요 회복이 기대되나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등의 위험요인 발생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메모리는 신규 스마트폰과 게임 콘솔 출시로 인한 모바일과 그래픽 수요 회복세 전망 하에 탄력적인 제품 믹스와 투자 운영에 주력할 예정이다. 또한 첨단공정 리더십 제고와 EUV(극자외선) 도입 가속화 등 기술과 원가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고화소 센서·5G SoC(System on Chip) 등 제품의 판매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IM 부문은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가운데, 업계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폴드 등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와 중저가 판매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수익성 개선 노력도 지속할 방침이다.
CE 부문은 성수기를 맞아 QLED TV, 비스포크 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와 효율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 주력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현재는 수요가 높은 상황으로, 글로벌 SCM(공급망관리) 역량을 집결해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