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결단코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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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칼럼] 결단코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독일 히틀러 나치즘 체제의 나팔수였던 괴벨스는 선전선동술의 대가였다. 그가 한 말을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 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이런 말도 했다.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를 필요로 한다.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는 이미 선동당해 있다." 사기와 기만이 선전선동의 속성임을 보여준다. 요즘 여당에서 슬슬 군불을 때는 '수도 이전' 문제를 보면 이 말을 떠올리게 된다.

이미 위헌 판정이 난 문제임에도 힘으로 거칠게 밀어붙이는 거대 여당의 속셈이 뻔히 눈에 보여서다. 궤변과 거짓 주장도 반복하다 보면 진짜로 바뀔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던 야당이 이런 작전에 점차 말려드는 눈치다.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에 더 잘 속기 마련이다. 여당이 주도하는 '수도 이전' 이슈는 진보 쪽 인사들이 연루된 비리나 정책실패 등을 덮으려는 술책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거대 담론에 휩쓸리다 보면 정권에 핵폭탄이 될 수 있는 '부동산 실패'에 대한 국민적 분노,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윤미향 횡령 의혹' 사건 등이 자칫 묻힐 판이다.

문재인 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핵심 인사 상당수는 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당시 독재정권에 맞서 싸워야 했던 이들에게 선전선동은 적들에게 써먹기 좋은 무기였다. 학생 대중을 일치된 목표로 결집하는 데에도 유용한 수단이었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은 '악마(惡魔)화된 적'을 공격할 때도 쓰인다. 소설가 복거일에 따르면 좌파 정권에서 악마화된 내부의 적은 친일파, 재벌, 군부정권 등이다. 악마화된 외부의 적들은 일본과 미국이다. 그는 반일 감정과 반미 감정이란 집단적 증오심이 좌파 세력을 키우는 자양분이 됐다고 본다. 좌파 정권은 끊임 없이 '언어의 혼란'을 조장한다. 진실과 거짓이 마구 뒤섞인 용어들이 현실을 왜곡하고, 때론 선한 가치관을 파괴한다. 비리와 횡령, 부정부패가 '정의' '공정' '평등'으로 둔갑한다. 내 편이냐, 네 편이냐에 따라 같은 용어라도 개념이 달라진다. 윤리와 도덕의 잣대에조차 진영 논리가 투영된다.

일당독재 체제에선 진영과 이념이 모든 걸 좌우한다. 법과 제도도 무시된다. 논리와 이성, 합리성 등은 단지 공격 대상일 뿐이다. '조국 사태'를 보자. 그 본질은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자녀 부정입학 의혹 사건에 대한 문제 제기다. 좌파 정권은 이를 교묘하게 '사법개혁'으로 바꿔치기했다. 이성적인 반박을 해도 '말 장난' 같은 궤변으로 논점을 흐리고, 본질을 왜곡했다. 박 시장 성추행 의혹사건이 터진 뒤, 일부 여당의원들은 사건 피해자를 밑도 끝도 없이 '피해 호소인'으로 불러 공분을 샀다. '천박한 인식'의 발로이자, 위선과 기만의 극치다.

선전선동의 정치적 목적은 대중을 속이는 데 있다. 때론 정권의 비겁과 무능을 포장하고, 대중적 관심을 조직 외부로 돌리기 위해 공격적 성향을 띠기도 한다. 따라서 선전선동에 의존하는 정권은 위험하다. 결국은 국민은 정부 정책의 효과와 신뢰성을 잃게 되고 정부와 통치자를 믿지 않게 되는 것이다. 어이없게도 모든 서울의 주택 보유자를 '투기꾼'으로 만든 집값 대책이 대표적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오른 '나라가 니꺼냐'라는 키워드는 문 정권을 향한 노골적인 분노의 표출이다. 자신들도 다주택자이면서 정작 국민만 '투기꾼' 취급하는 '내로남불' 정권에 대한 비판이다.

조지 오웰의 우화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독재자 '돼지'는 자신은 법을 안 지켜도 되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뜬 구름 잡는 공허한 얘기로 농장의 동물들을 지배한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보자. 자영업자가 줄도산하고 실업자가 폭증하는 등 경제지표가 추락하는 데도 문 대통령은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궁금하다. 말의 신뢰성을 잃은 지도자는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 정권 뿐만 아니라 정책과 법안에 대한 신뢰도 추락,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심의 바다는 권력이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어 엎기도 한다. 개 돼지 취급을 받을지언정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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