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박 후보자가 작성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직전 '비밀 이면합의서'의 진위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국회 정보위원회 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30억 달러 이면합의서의 진위를 확인할 때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박 후보자의 국정원장 임명을 유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 의원은 "(합의서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임명하면 국가 안보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이 합의서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합의서를) 몰랐다면 문 대통령도 고심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하 의원은 특히 박 후보자가 해명을 번복한 것을 문제 삼았다. 하 의원은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말이 네 번 바뀌었다"며 "처음 이면합의서를 질문했을 때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두 번째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고, 오후에는 '위조'라고 하고, 비공개 때는 '논의는 했다'고 말했다"며 "한나절에 말이 네 번이나 바뀌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진짜 합의서가 있다면 북한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박 후보자가 국정원장이 되면 (북한이) 공개를 빌미로 협박카드가 될 수 있다"면서 "약점을 잡히면 박 후보자가 북에 휘둘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 동참해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공개한 이면합의서의 출처를 밝히며 힘을 실었다. 주 원내대표는 "(이면합의서를 제보한 것은) 신뢰할 만한 전직 고위 공무원"이라며 "이것이 진짜라면 평양에 한 부, 청와대나 국정원 어딘가에 (한 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박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 '임명 불가'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통합당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임명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