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내돈내산`마저 광고였다니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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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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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내돈내산`마저 광고였다니
하재근 문화평론가
'내돈내산'은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파워블로거, 유튜버 등이 제품 소개를 많이 했는데 신뢰성에 문제가 컸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제품인 것처럼 찬사를 늘어놨는데 알고 보니 돈 받고 소개하는 광고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비난이 비등하자 '이건 절대로 광고가 아닌 믿을 수 있는 방송'이라는 의미로 '내 돈 주고 내가 진짜로 산 제품'이라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것이 확산돼 '내돈내산'이라는 단어가 굳어진 것이다. 최근 유튜버가 내돈내산 방송까지 속였다고 해서 논란이다.

스타들의 스타일리스트이자 방송인으로 유명한 한혜연의 유튜브 채널이다. 구독자가 86만 명에 달하는 이 채널에서 한혜연은 내돈내산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제품들을 소개했다. "오늘은 '내돈내산' 편한 슈즈. 예쁘지만 편한 신발. 스타일과 편안함을 다 잡을 수 있는 신발을 모아 온 거야. 정말 이걸 모아 오느라고 너무너무 힘들었어. 돈을 무더기로 썼어"라고 강조했는데 그 신발들 안에 3000만 원 내외의 광고비를 받은 상품이 있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살이 너무 빠진 거 아니냐고 하더라. 공복이란 걸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는데, 얘는 단백질이 훨씬 많이 들어가서 공복감이 늦게 오는 것 같아"라면서 '이달의 픽 - 애정템'을 소개했는데 이것 역시 광고였다고 한다.

시청자들이 기존 방송을 볼 때는 그 콘텐츠가 상업적 시스템의 결과물이라는 걸 전제한다. 그래서 프로그램 중에 갑자기 출연자가 음료 마시는 모습을 클로즈업하면 광고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개인방송은 있는 그대로의 생활 모습이 솔직하게 소개되는 창구라고 여기며, 방송인과 시청자가 친밀하게 소통한다는 믿음을 갖는다. 그래서 개인방송의 영향력이 기존 방송을 뛰어넘어 점점 더 커지는 것인데, 그런 믿음을 배신한 사건이다.

유사 사례는 많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200만 명에 유튜브 구독자 66만 명을 보유한 강민경은 일상생활 영상을 업로드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일상생활 속에서 나타난 다양한 소품들이 광고였다고 한다. 유튜브 구독자 47만 명의 김나영은 어떤 매장에 찾아가 제품을 알아보는 방송을 하는데, 그것도 광고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청자가 광고라고 인지하면서 영상을 볼 경우 두뇌에서 필터링 작용이 일어난다. 광고 사전 인지가 예방주사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이다. 반면에 일반 영상이라고만 생각하면서 보면 그런 필터링 회로가 꺼지면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하는 광고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망 행위다. 그런 이유로 기존 방송 PPL도 비난을 받는 것인데 사적 친밀성을 내세우는 개인방송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개인방송은 조작 논란에도 휩싸였다.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튜버는 배달원이 음식을 빼먹었다는 고발 방송을 진행했다. 시청자들이 공분하며 해당 업체를 색출하기 시작했는데, 조작방송으로 밝혀졌다. 한 유튜버는 틱장애를 극복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줬는데 그것이 연기였다고 한다. 유명 동물 유튜버는 유기묘를 돌보는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역시 거짓으로 밝혀졌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방역당국이 도주하는 환자를 추격하는 내용으로 불안감을 조장한 유튜브 방송이 나타났는데 이 역시 조작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자극적인 영상으로 클릭수만 올리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한 결과 나타나는 현상이다. 클릭수는 곧 수익으로 연결된다. 돈만 생긴다면 무슨 방송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타나는 셈이다. 요즘 어린 학생들이 고수익 유튜버를 꿈꾸는 경우가 많다. 이대로 방치하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개인방송이라는 매체가 급성장했는데 그에 대한 사회적 관리, 감시 시스템은 미비하고 관련 윤리도 성숙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다. 기존 언론, 방송 매체도 초기엔 많은 문제를 일으켰었다. 그 해악을 인식한 사회가 언론, 방송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발전시켰고, 해당 업계 스스로도 사회적 책임성과 윤리의식을 함양해왔다. 유튜브 등 개인방송은 불과 수 년 사이에 기존 방송 수준의 영향력을 가진 매체로 성장했는데 아무런 감시와 규제도 받지 않고, 스스로의 윤리의식도 발전시키지 못한 채 오로지 상업논리만 팽배하다. 그래서 시청자를 속이면서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개인방송에 맞는 사회적 관리체계와 윤리의식의 정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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