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코로나, 그래도 희망을 본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문진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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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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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칼럼] 코로나, 그래도 희망을 본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문진탄소문화원장
도무지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루 신규 감염자의 수가 여전히 50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대부분 깜깜이 감염과 해외 유입 때문이다. 지구촌의 사정은 훨씬 더 심각하다. 감염자의 절반을 쏟아낸 미국·브라질·인도가 특히 위험하다. 일찍 종식을 선언했던 이스라엘도 걷잡을 수 없는 재확산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세계 최고라던 공공의료는 속빈 강정이었다. 우리보다 한 달이나 늦게 개발한 RNA 진단키트는 생산공정에서의 치명적 오염으로 5주의 골든타임을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인공호흡기 생산을 위해 한국전쟁 때의 전쟁물자생산법을 소환해야만 했고, 의료 현장의 필수품인 마스크·방호복도 충분히 생산하지 못했다.

어설픈 정치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대통령은 11월의 재선에만 매달리고 있고, 국민들은 고질적인 인종차별 철폐와 개인의 자유만 고집하고 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유치한 중국 책임론만 늘어놓던 대통령이 갑자기 바이러스 퇴치에 효과가 있다는 소독약을 마셔보라는 망언을 서슴치 않는 것이 미국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마스크 착용조차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의 주장도 함부로 믿을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는 고온과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여름이 되면 기적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은 명백한 가짜 뉴스였다. 바이러스가 대기환경과 완전히 차단된 우리 몸속의 세포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확실한 과학적 진실이다. 찬바람이 불면 훨씬 더 심각한 2차 팬데믹이 시작될 것이라는 경고도 역시 똑같은 이유로 섣부른 것이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고질적인 계절형 인플루엔자(독감)의 유행이 겹쳐지면 우리의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예측이다.

반드시 KF94를 착용해야 한다는 의사협회의 쇠고집도 과학적 근거가 턱없이 부족한 선무당의 요설이었다. 마스크가 바이러스 차단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일회용 KF94가 코로나19의 최종 해결사는 아니다. 일반인에게는 빨아서 쓸 수 있는 면 마스크로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오히려 '안에서는 쓰고, 밖에서는 벗는다'는 상식이 훨씬 더 중요하다.

치료제·백신에 대한 지나친 기대도 금물이다. 인류가 경험했던 수많은 팬데믹 중에서 치료제·백신으로 팬데믹이 종식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물론 다양한 백신·치료제의 개발을 위한 노력은 계속해야만 한다. 그러나 효능과 안전성이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은 백신은 없는 것보다 못하다는 역사적 경험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백신의 생산과 접종도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방역의 성공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대만·뉴질랜드·베트남은 강력한 국가적 봉쇄와 격리로 방역에 확실하게 성공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효율이 조금 떨어지는 이동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렵사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우리는 첨단 기술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유전자 진단키트와 교통·신용카드와 CCTV를 활용한 동선 추적 기술이 K방역의 핵심이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2달 전 7.2%까지 치솟았던 치사율이 16일 현재 4.29%까지 떨어진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독성이 줄어들거나, 우리의 대증요법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토착화도 무작정 겁낼 일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는 토착화된 병원성 바이러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면역 체계는 생각보다 훨씬 믿을 만한 것이다.

과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집단면역(herd immunity)은 스웨덴이 선택한 방역의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집단의 감염율이 충분히 높아지거나, 방역 대책이 충분히 효과를 발휘해서 더 이상의 집단감염이 일어나지 않는 종식 상태를 말한다. 집단면역이 시작되는 감염율은 바이러스의 전파력에 반비례한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할수록 집단면역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해외 유입도 훨씬 더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다행히 진단키트와 동선 추적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3월 말까지 우리는 세계적인 감염대국이었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정치적 이유 때문에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차단해달라는 전문가들의 요구를 외면해서 생긴 참혹한 결과였다. 질병관리본부를 개편하고, 바이러스연구소나 만들 정도로 한가한 때가 아니다. 어설픈 정치가 방역을 망쳐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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