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이 직면할 세 가지 위기

강원식 외교안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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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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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이 직면할 세 가지 위기
강원식 외교안보평론가
코로나19는 삶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경계하고 집단이 집단을 배타한다. 국가는 숫제 문을 닫아걸었다. 개인과 집단과 국가가 움츠러들면서 대내적 응집과 대외적 갈등이 심화된다.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 중국에서는 또다시 치명적인 신종 돼지독감바이러스가 발견되고 흑사병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우리가 직면하게 될 포스트코로나의 변수 또는 위기를 세계, 국가, 국제관계 수준으로 나눠 생각해본다.

첫째, 세계적 수준에서 근대 이후 국민국가와 민족주의의 모순과 갈등이 일제히 분출한다. 이는 국가 그 자체도 국가간의 관계도 바꾼다. 제 나라 제 국민만 챙기는 국민국가는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 국가와 국민 수호를 명분으로 다른 국민을 배격하고 다른 국가를 공격한다. 몽골제국이 과거 동서교역로를 보호하여 무역을 보장하고 자본주의의 단초를 만들었듯이, 미국은 2차 세계대전 후 막강한 해군력으로 해로 안전을 보호함으로써 자유무역시대를 열었다. 식민지를 쟁탈하는 제국이 아니라 모름지기 미국식의 새로운 제국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그런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말하고, 중국과의 패권대결은 점점 첨예화되고 있다. 승자독식의 게임이다.

둘째, 국민국가 안에서는 내부결속 과잉과 정치권력 독점 유혹이 넘실거린다. 선거에 민감한 민주주의 국가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을 남발하고, 무력한 대중은 정치권력에 순치된다. 경제난과 사회불안이 심화되고 군사적 위기가 증폭될수록 국난 극복을 위한 내부결속이 강조되고, 그럴수록 더욱 쉽게 그 중심에 설 수 있기에 정치지도자는 독재를 탐한다. 특히 사회주의 경험의 옛 공산권 국가나 좌파정부일수록 그런 유혹이 크다. 전위당과 민주집중제 이론 등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빠져 있어, 자신이 대중을 이끌어야 한다는 엘리트주의와 '나만 옳다'는 독단, 편법과 불법도 숭고한 혁명목표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내로남불'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셋째, 경쟁에서 공격당하고 소외되는 개인, 집단, 국가는 위기상황에 놓이지만, 이 와중에도 풍요와 번영을 구가하는 쪽도 생기기 마련이다. 위기에 빠진 쪽은 이를 벗어나기 위해 가용한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남의 것을 훔치거나 강탈하고 국가 차원에서는 전쟁을 벌인다. 이판사판이다.

북한은 이미 코로나가 창궐해 민심은 흉흉하고 경제도 보건도 몹시 어려운 지경인 듯하다. 그러나 핵무기와 군사력 수단을 보유하였기에 이를 통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군사적으로 외부수혈을 강제하는 것이다. 이를 나는 '상납경제'라 부른다. 핵무기를 보유한 핵소국의 경우에 이는 필연적 목표다. 핵소국은 핵대국과 맞짱뜨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보유한 것이 아니다.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이 서해5도뿐만 아니라 여타 전략·전술목표를 겨냥한 형태로 일어날 수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북한에 돈을 줘서 달래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미 생기고 있다. 햇볕을 줄 때는 그래도 낮이었다 해도 이제는 밤중인데 달빛을 주자 한다. 그리하면 과연 평화가 올까. 상투를 쥐고 흔들고 안방까지 차지하려 하지는 않을까.

무릇 천하대란이다. 보호능력이 없는 국가와 집단 속에 살고 있는 개인은 각자도생이다. 북한은 대놓고 위협하고 홍콩은 과거의 영화를 잃어가고 미중대결은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데 우리 정치는 실종되어 버렸다. 경제는 멈춰서는데 언젠가부터 더 이상 성장동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말조차 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접어버렸다. 인생은 한번 뿐이라며 현재만을 즐긴다. 이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카르페 디엠'이 아니다. 될대로 되라는 '케 세라 세라'다. 국가 빚이 늘어나도 당장 먹고 쓰는 것이 우선이고, 어차피 자식도 낳지 않는데 다음 세대를 준비할 여유는 없다 한다. 이래서는 즐길 수 있는 오늘의 시간도 금세 동난다.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 희망을 갖고 내일을 꿈꾸며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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