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무서운 개는 자랑이 아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7/2020070802102269660001[1].jpg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무서운 개는 자랑이 아니다")
김민교는 작년 7월 한 예능프로그램에 대형견 견주로 등장해, "우리 개가 크니까 데리고 나가면 다들 무서워한다"며 "강아지 4마리를 키운다. 내가 강아지 교육을 훈련소에서 3개월 동안 배워서 직접 가르쳤다"고 말한 바 있다. 이중 두 마리를 마당에서 키웠는데, 마당에 있던 두 마리가 울타리를 뛰어넘어 나간 것이다.
3개월 동안 훈련소를 다녔다면 김민교도 나름 개 관리에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의 존재 그 자체가 문제다. 개가 너무 커서 다른 이들이 무서워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훈련된 개라도 다른 사람에겐 위압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대형견이 짖는 소리도 주위 사람들에겐 민폐다. 많은 견주들이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 '물지만 않으면 괜찮다'며 자신의 개를 옹호한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설사 개물림 사고가 없어도 대형견의 존재 자체가 타인을 두렵게 한다.
이렇게 남들이 고통을 느끼는데도 버젓이 대형견을 기르고, TV에 나와 "우리 개가 크니까 데리고 나가면 다들 무서워한다"라고 과시까지 한 것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태도다. 반려견을 기르려면 이웃의 정서적 피해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대형견은 존재 자체가 불안감을 조장하기 때문에 기르지 않는 게 좋다. 굳이 기르겠다면 다른 이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에서 길러야 한다. 개만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만들지 못한다면, 집 안에서 길러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집 안에만 두면 개가 고통을 느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안 기르는 게 답이다. 대형견을 꼭 길러야겠다면 사람이 없는 외딴 곳으로 갈 일이다.
반려견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사안이다. 최근 3년간 개물림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6800여 명에 달한다. 개에게 물려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하루 평균 2~3명이다. 개물림 환자 20명 중 1명 정도는 입원과 수술이 필요한 중상자라고 한다. 개의 이빨에 찍히면 겉으로 보이는 흔적은 작아도 속으로 깊은 상처가 날 수 있고, 개의 침에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침입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가족 공동체가 붕괴되고,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사회가 황폐해지면서 반려 동물을 통해 작은 온기나마 느끼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반려 동물 중에서 가장 각광 받는 것이 개다. 그래서 견주들이 증가하는데, 이들이 제대로 양식을 갖추지 못하면 개가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이 위험해진다. 주인에겐 양순하던 개가 어린이와 노인에겐 갑자기 무서운 맹수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물에게 사람 수준의 안전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돌발사고를 막기 위해선 무서운 공격력을 지닌 대형견을 아예 안 기르는 게 상책이다.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김민교의 개는 '벨지안 쉽도그'로 근육과 뼈가 발달해 점프력이 뛰어난 견종이라고 한다. 경찰견, 군견, 경주용견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그런 개를 평범한 마을에서 목줄도 하지 않고 키웠으니 위험을 자초한 셈이다.
영국에선 맹견을 소유할 때 법원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은 맹견 소유 면허제를 시행한다. 독일은 '맹견의 국내 반입 및 수입제한에 관한 법률'을 통해 핏불-테리어 등 위험성이 높은 개의 수입을 아예 금지한다. 사람을 물어 상해를 입힐 경우 안락사시킨다. 미국도 대다수 주에서 동물이 사람을 사망하게 했을 경우 안락사시킨다. 영국은 '1991 위험견법'으로 위험견 사육을 제한하고 이를 위반하거나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 경우 견주의 소유권을 박탈하거나 도살을 명령할 수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법규정이 미비하다. 반려동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제도정비가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에게 아무리 예쁜 동물이라도 타인에겐 민폐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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