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시장환경 불안감 확대
기소땐 '잃어버린 10년' 되풀이
애플 등 글로벌 경쟁 밀릴수도
"불확실성 속 스스로 다짐한 것"
기소땐 '잃어버린 10년' 되풀이
애플 등 글로벌 경쟁 밀릴수도
"불확실성 속 스스로 다짐한 것"
<삼성전자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또 다시 반도체 현장 경영의 고삐를 당겼다. 아직 검찰의 기소여부 결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멈추면 미래가 없다"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혁신기업들의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 등 시장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상황에서 4년 여 동안 이어지는 '오너 리스크' 불안감이 이 부회장을 현장으로 나오게 만든 주요 배경으로 풀이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발언에는 최근의 절박하고 답답한 심정을 엿볼 수 있다"며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또다시 정상적인 경영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참담한 마음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최근 들어 광폭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사업에서만 올 1월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연구소 방문을 시작으로 2월 화성사업장 EUV(극자외선) 라인을 방문한 뒤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시작으로 다시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브라질 미나우스 법인과 구미 사업장,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 수원 삼성종합기술원 현장 경영, 그리고 CE(소비자가전) 부문 생활가전 전략 점검 등 다른 사업부문까지 더하면 총 올 상반기에만 총 13차례나 현장에 찾아갔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발벗고 나섰다. 지난 2월 9일 협력사 긴급 자금 2조6000억원 지원을 비롯해 꽃 소비 늘리기에도 동참했고, 삼성인력개발원 영덕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올 초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신년회에 참석한 것을 비롯해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 조문, 무노조·경영승계 논란 등에 대한 사과문 발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면담 등 총수로서의 대외 행보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사법 리스크는 이 부회장에게 끝이 없는 '불확실성의 터널'로 발목을 잡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의혹 수사에 따른 재판이 연내 마무리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또 다시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의혹,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재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만약 검찰이 또 다시 이 부회장을 기소하고 재판이 시작될 경우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은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애플과 TSMC 등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초미세공정 등에서 전략적인 투자와 대규모 M&A를 추진하는 등 미래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와중에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삼성은 미래 준비는 고사하고 생존을 위한 판단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경영진 등 임직원들에게 미래를 위한 투자를 늦춰서는 안된다며 독려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지만 임직원들을 응원하면서 동시에 이 부회장 스스로를 독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하지만 최근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가혹한 위기상황", "자칫하면 도태된다"는 등 절박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 100년 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사라진 것은 변화의 물결을 타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이날 역시 '멈추면 미래는 없다'고 강조한 것은 사법리스크의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를 위해 분발하겠다는 뜻을 스스로 다짐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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