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의민족 서비스 이용약관'을 심사해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9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지난해 6월 앱 이용자 A씨의 약관조항 심사 청구를 통해 이뤄졌다. 앱 업데이트로 인해 성능이 떨어지는 A씨의 스마트폰으로는 더 이상 배달의민족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공정위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앱 접속 자체가 불가능해지다 보니, (소비자에게) 개별적인 통지 없이 서비스를 중단했다며 심사를 청구한 건"이라며 "(공정위가) 추가로 불공정 조항을 직권으로 심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게 된 배달의민족 측은 △사업자의 법률상 책임을 부당하게 면제하는 조항 △사업자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조항 △소비자에게 개별 통지하지 않고 서비스를 중단하는 조항 △통지방식이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등 네 가지 불공정 조항을 자진 시정했다.
구체적으로 소비자나 음식점이 게시한 정보의 신뢰도·상품의 품질 등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고의·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고쳐졌다. 플랫폼 사업자라 하더라도 거래 과정에 귀책사유가 있다면 법률상 책임이 면제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는 소비자와 음식점 귀책사유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달의민족 측에 고의·과실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
계약해지 시 소비자에게 사전에 알려야 한다는 조항도 새로 생겼다. 반대로 계약해지 의사를 소비자에게 통지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던 조항은 삭제됐다. 민법이 정한 '의사표시의 도달주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서비스 변경이나 중단 등 소비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개별 통지토록 조항이 수정됐다. 배달의민족 측은 그간 웹사이트 또는 서비스 공지사항 화면으로만 이 같은 내용을 공지해왔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배달 앱 2·3위인 요기요·배달통의 약관도 추가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배달 앱과 음식점이 체결하는 약관에도 불공정 조항이 있는지 점검해 시정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달 앱이 소비자·자영업자 등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공정한 시장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점검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