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알려줬지만"… 비대면 금융 힘겨운 고령층

코로나19 사태로 필요성·욕구 커졌지만
70대 8.9%만 모바일 뱅킹서비스 이용
국제기구 "고령층 금융접근성 해결 필요"
국민·신한 등 '시니어 마케팅' 적극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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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가 알려줬지만"… 비대면 금융 힘겨운 고령층


#1.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은행 입출금 자동화기기(ATM) 앞에서 만난 A씨는 하얀 비닐 장갑과 검은색 마스크 등으로 중무장을 한 채 계좌이체를 하고 있었다. 은행 비대면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10번 이내 터치로 5초 만에 다른 사람의 계좌로 돈을 보낼 수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최씨처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염 가능성 속에서 굳이 집을 나설 필요도 없이, 모든 은행 서비스를 집에서 하나의 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아들이나 며느리가 비대면 서비스를 가르쳐 주긴 하지만 여전히 어려워서 ATM기기가 있는 은행에까지 오게 됐다"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배워야할 필요성은 크게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금융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은행을 비롯한 보험, 카드사, 저축은행 등이 각종 비대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정작 시니어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다. 그간 핀테크(금융+기술)의 편리함을 누리며 살아온 젊은층과는 달리 정보통신 기기(IT)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앱 상의 계좌이체 등의 간단한 업무를 보는 것조차 어렵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서 각광 받을 가능성이 높은 비대면 금융서비가 선보이는 것 만큼이나, 시니어들도 이 같은 서비스를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0대 모바일 뱅킹서비스 이용율 '8.9%' 불과= 세대 간 일반은행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 이용 비율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70대 이상의 연령층의 8.9%만이 일반은행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60대는 32.2%, 50대는 51.8%를 나타냈다. 반면 40대는 67.2%, 30대는 87%를 기록하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대는 79.7%로 그 뒤를 이었다. 모바일 뱅킹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서비스 가입 및 이용절차 불편'이 32.8%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해킹·분실·도난 가능성이 15.8%를 차지했으며, 타서비스로 대체 가능이 14.5%를 나타냈다. 들어본적도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6.7%에 달했으며, 특히 70대의 경우 12.3%를 차지했으며, 60대도 7.5%를 기록했다.

◇국제기구·주요 국가들 "고령층의 금융접근성 해결 위해 나서야"=2010년 이후 OECD와 세계은행 등은 금융포용 연구 및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 G20는 고령화와 금융포용을 주제로 정책 제언을 발표해오고 있다. G20의 정책 제언에는 디지털금융의 발전으로 제고 교육 및 인터페이스 개선의 필요성을 밝혀왔다. 이를 위해 생체정보인증, 음성명령, 받아쓰기 실행 기술과 같은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일부 국가에서는 고령층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정부 차원에서 제공해왔다. 예컨대 호주 정부의 'Be Connected'나 아일랜드 정부의 'Digital Skill for Citizens'가 있다. 미국과 영국의 일부 금융회사들은 고령층의 모바일뱅킹 접근성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해왔다. 예를 들어 바클레이스(Barcalys)는 숫자가 크고 조작이 편한 대형 카드리더기, 대조도가 높은 색상을 써서 앞뒤 확인이 가능하고 가시성을 높인 직불카드를 도입했다.

◇국내 금융사들 시니어 위한 서비스 시작…"시니어 교육 및 홍보 등에 적극 나서야"= 그간 국내 주요 금융사들도 시니어 마케팅 일환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은행들은 앱의 글자크기 확대나 시니어 위한 창구 서비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KB국민은행은 시니어 고객 특화 플랫폼인 '골든라이프뱅킹'을 통해 단순한 메뉴 구성과 큰 글씨 안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하반기 우리은행은 금융보안원과 함께 고령자 대상으로 안전한 스마트폰 활용법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신한은행도 작년 하반기 시니어를 대상으로 '신한 더드림(THE Dream) 사랑방' 사업을 운영해 노인복지관 정보화 교실 리모델링, 인터넷 뱅킹 활용 교육을 진행했다. 하나은행은 개별 영업점에서 주기적으로 인근 노인정, 요양원 등을 방문해 모바일 뱅킹 이용법 및 금융 사기 예방 교육 등을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의 비대면 확대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지만 실제 금융접근이 제한되는 노인이나 장애인 등 금융소외계층들은 점점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으로 디지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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