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승패를 갈랐나
민, 초기 대응 미흡 비판에도
방역 모범국가 평가 받아 반전
통, 합당으로 전략적 우위에도
잇단 악재에 유권자 신뢰 잃어
민, 초기 대응 미흡 비판에도
방역 모범국가 평가 받아 반전
통, 합당으로 전략적 우위에도
잇단 악재에 유권자 신뢰 잃어
제21대 총선일인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모두 자리를 비우고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 원유철(앞줄 왼쪽 네번째) 대표, 염동열 사무총장과 비례대표 후보들만 개표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귀결된 4·15 총선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제 관리에 성공한 민주당의 승기와 공천 파동과 막말 논란으로 점철된 미래통합당의 패색이 결합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만 하더라도 신천지로 발발한 대구·경북 전염 확산 등 미흡한 방역과 중국인 입국금지 거부 등 소극적 대처라는 비판을 받으며 궁지에 몰렸으나 코로나 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오히려 한국이 방역 모범국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반면 통합당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탈당파로 구성된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 보수정당의 통합에 성공하면서 민주당보다 먼저 전략적 우위를 점했으나, 총선 핵심 기조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 심판론이 전혀 효과를 내지 못했고, 공천 갈등에 막말 논란까지 더해져 결국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코로나19, 악재가 호재로= 민주당은 4·15 총선 승리로 지난 2016년 20대 총선과 2017년 19대 대선,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 이어 4연승을 달성했다. 민주당에 4·15총선 승리를 안긴 가장 강력한 요인은 '코로나19'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민주당은 4·15 총선을 불리한 구도에서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심판론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각종 경제지표도 불안했다. 더욱이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등장으로 민주당은 통합당에 원내 1당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최대 악재로 꼽혔던 코로나19는 민주당의 호재로 작용했다.
코로나19를 호재로 바꾼 힘은 민주당이 스스로 만든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기댄 측면이 크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펜데믹을 선언할 정도로 유럽·미국 등에서 크게 번져나가자 코로나19 검진 등에 적극적이고, 상대적으로 확산 속도가 느린 한국이 방역의 모범국가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SOS를 보내고, 외신들의 극찬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불만을 품었던 민심은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평가(오마이뉴스 의뢰·조사기간 3월17일) 결과를 보면 '잘한다'는 응답이 58.4%(매우 잘함 36.4%, 대체로 잘함 22.0%), '잘 못한다' 응답은 39.9%(매우 잘못함 26.9%, 대체로 잘못함 13%)였다. 이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리얼미터 조사·YTN 의뢰·조사기간 6∼10일)은 긍정평가가 54.4%로 집계됐다. 2018년 11월 1주차 조사에서 55.4%를 기록한 뒤 최고치다. 민주당 지지율도 덩달아 상승세를 달렸다. 장우영 대구카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디지털타임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는 처음부터 민주당에 유리한 이슈가 아니었다. 당연히 집권여당에 불리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민주당이 의제관리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엄밀히 말하면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했다고 단정하기보다, 글로벌 이슈로 확대된 코로나19를 국가 간 비교 측면에서 의제관리를 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승패 가른 통합당의 자충수= 정치권 안팎에서는 통합당의 패인을 '통합당'에서 찾는다. 공천 파동에서 시작된 통합당을 향한 실망감과 반감이 막말 논란을 거치며 확대 재생산됐다고 보는 것이다. 통합당은 초기 공천 과정에서 강도 높은 물갈이를 예고한 대로 40%에 가까운 현역을 공천에서 쳐내면서 새 바람을 요구하는 민심에 응했다. 그러나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막판에 공천에 개입하면서 '사천' 논란을 빚었고, 민경욱 통합당 인천 연수을 후보 밀어붙이기로 정점을 찍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한 뒤로도 김대호 전 후보의 '3040 세대 비하 발언', '노인·장애인 비하 발언',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의 '세월호 유가족 폄훼 발언' 등이 연달아 터졌다. 통합당의 공천 파동과 막말 논란은 콘크리트 지지층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으나, 중도층과 부동층의 표심을 결정짓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도권 표심이 민주당에 쏠린 이유도 통합당의 막말 논란 여파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여당이 이렇게 압승을 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전제한 뒤 "4·15 총선에서 드러난 분노의 표심이 이례적으로 야권을 향했다.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 이념지향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4·15 총선에서 통합당을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권을 따낸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잘못된 공천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윤 의원은 "국민이 4·15 총선에서 야당을 퇴출시킨 것은 결국 야권을 새롭게 재편하라는 명령"이라며 "야권 스스로 자정노력과 재편노력을 해야 하지 싶다"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