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로 드러난 그동안 몰랐던 실체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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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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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로 드러난 그동안 몰랐던 실체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태의 장기화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사람들은 활동을 멈춘 채 답답하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된 몇 가지 사항을 짚어본다.

첫째,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인간이 당장 가질 수 있는 뾰족한 무기는 없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므로(unknown unknowns)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곧바로 대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침착하게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서는 감염으로 인한 생명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백신과 치료약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경제적 타격을 줄이는 것이다.

둘째, 자연재해는 개인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정부는 바이러스 퇴치라는 구체적 목적을 위해 제반 행정력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초기에 중국 경유 입국자를 막지 않았다는 사실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입국 금지 조치로 감염원의 완전 차단은 어려웠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사태로 번지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지않고 정권의 이해타산을 앞세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셋째,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는 현 정권이 맞이할 경제 참상을 앞당겨 보여주고 있다. 즉 최저임금 대폭 인상, 근무시간 단축, 기업지배구조 흔들기, 부동산 규제, 각종 세금 인상 등으로 이미 골병이 든 한국경제의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그 동안의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재정을 확대 투입했고, 이번에도 11.7조원 추경에 이어 10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할 예정이다.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 가계와 기업들의 연명을 도와 실물 부문의 파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인데, 대부분의 금융지원은 결국 한국은행의 통화 증가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위의 잘못된 정책들이 폐기되지 않는다면 재정과 금융의 힘으로 겨우 연명하던 경제는 이번 사태의 수습 후에도 여전히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잘못된 정책을 폐기하고 시장경제적 틀을 바로 세워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넷째, 재난의 시기에도 생산물의 분배는 시장 원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마스크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나누든, 당장은 마스크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제는 당장 부족한 마스크를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그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다. 시장에 맡기면 마스크 가격이 오르므로 마스크는 가장 필요한 사람들부터 구매하고, 생산자들은 이윤 동기에 따라 공급을 최대한 늘릴 것이다. 국내 가격이 오르므로 수출도 줄어들 것이다. 가격 상승으로 구매에 부담이 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예비비나 추경 예산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생산량의 한계로 여전히 마스크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 맡기는 방식이 한결 낫다. 정부가 가격을 낮게 통제하면서 생산을 독려해봤자 공급은 늘지 않는다. 배급제는 그래서 등장한 것이다.

다섯째, 하나의 완제품 생산을 위해 산업 내, 그리고 산업 간 분업이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품 조달이 안되어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복잡다단한 분업 현상을 잘 알 수 없는 정부의 산업정책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여섯째, 재난의 시기에는 정부의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국가주의는 개인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삶을 황폐화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와 같이 상황이 어려워지면 평상시에는 잘 보이지 않는 사실들이 실체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사람들이 이런 사실들을 좀 더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지금 어렵게 보내고 있는 세월이 헛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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