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한국은행이 지난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여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공조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정부 기조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지난 12일과 13일 임시 금통위 개최 필요성과 시기를 놓고 논의를 벌였다. 한은 관계자는 "임시 금통위 개최 필요성에 대해 현재 금통위원들 간에 협의가 진행 중"이라면서 "임시 금통위 개최 여부가 최종 결정되면 다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행 임시 금통위의 '긴급 금리인하'는 청와대 회의 다음날 개최됐던 점을 감안하면 16일, 코로나19 추경이 오는 17일 국회를 통과한 즉시 집행키로 한 만큼 추경 통과일에 맞춘 금통위 개최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놓을 기준금리 인하 등에 맞춰 19일까지 한은의 임시 금통위 일정을 가늠하고 있다.
현재 당시 한은이 쓴 정책 중에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증액만 사용된 상태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금통위에서 금리동결을 결정하고 '코로나가 3월 정점 후 진정될 것이며, 1분기에 그 영향이 집중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을 내렸다. 이번 임시 금통위 개최는 2주간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더라도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보다 한계기업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의 '핀셋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0.5%포인트의 기습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시장 불안이 증폭되면서 뉴욕증시는 오히려 하락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가는 "3월 FOMC 회의(17~18일) 추가 빅컷이 전망된다"면서 "2분기 중 제로금리 복귀 가능성은 전통적 방식의 추가 통화정책의 여지가 상실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채권을 대거 사들이고 대출을 늘리는 방식의 유동성 공급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2008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한은은 단기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은행과 증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였고, 국고채를 매입하고 통화안정증권을 중도 환매했다. 한은 관계자는 "여러 가지 옵션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가별 대응은 각기 나라 사정에 따라 다르게 펼쳐지고 있다. 아세안국가들의 경우 태국은 정책금리를 사상 최저수준(1.00%)으로 인하(-0.25%p, 2.5일)했고, 지난해 고성장을 기록한 베트남은 금리인하가 없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에도 기준금리 동결한 반면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 4일 기준금리를 0.5%p 인하한 뒤 9일 만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렸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ECB 총재는 향후 정책 방향이 중앙은행 의존적이 아닌 재정정책 중심으로 시행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 등이 지난 1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 전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자부 장관, 이주열 한은 총재, 도규상 경제정책비서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15일 아세안 주요국 정부는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함께 재정지출 확대 등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중앙은행도 정책금리를 인하했다고 밝혔다. 한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