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첫 단추 잘못 끼워 사태 악화… WHO 팬데믹 선언도 한발 늦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입국제한 조치로 감염원 차단 못한 것 가장 큰 실책… 마스크 대책, 정부가 할 일 아냐
콜센터 감염 경로 추적 사실상 불가능…질본, 엉터리 관료 빼고 전문가 집단 만들어야
모든 사람 敵으로 만들지 말고 '타인을 병들지 않게 보호'란 방역 패러다임부터 적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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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첫 단추 잘못 끼워 사태 악화… WHO 팬데믹 선언도 한발 늦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문진탄소문화원장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문진탄소문화원장



"감염병 대비 제1수칙은 '나를 지키라는 게 아니라 남을 지켜주라'는 겁니다. 방역의 패러다임이 이렇게 바뀐 지가 오래됐는데 정부는 '나를 지키라'는 데 방점을 찍었어요.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이 스스로 자제하고 방역하는 것이 전제될 때, 그 믿음 위에서 나머지 대다수 사람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하고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마스크 대란도 결국은 남으로부터 나를 지킨다는 이기적 심리 때문에 일어난 겁니다. 남을 지켜주는 방역이 가동됐다면 소수 감염자와 의심자만 마스크를 착용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실책은 물론 해외 감염원 유입차단을 위한 강력한 입국 제한조치를 못한 것이지만, 그 못지않게 중대한 실수가 방역의 패러다임을 국민들에게 잘못 인식시켰다는 것이다. 내 주변의 모든 남들이 잠재적인 오염원이 됨으로써 나를 지키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마스크 확보 대란이 일어났고 극도의 사회적 경제적 고립을 자초했다는 설명이다.

과학현상의 인문사회학적 해석과 바람직한 대응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이덕환 교수는 "사실과 논리에 입각해 접근하는 과학적 합리성이 구성원들에 공유되면 어떤 재난이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극복할 수 있다"며 "21세기 과학기술시대에 대중(국민)이 최소한의 과학적 지식과 소양을 갖추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작년 7월 교수직을 정년퇴임하고 문진탄소문화원이라는 이색적인 연구원을 열었다. 원래 2013년 대한화학회가 개설한 탄소문화원을 이은 것으로 현대과학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 교수는 탈원전에 대한 올바른 국민인식이 절실함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과거 70년간 쌓아온 '무한' 가치의 한국원전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린 격"이라며 "법적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은 엄연히 현행법 위반"이라고 질타했다.

6일 인터뷰 후 10일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인터뷰 때 이 교수는 대구에서 증가세가 꺾인다고 방심할 게 아니라며, 인구의 절반이 밀집한 수도권에 대한 경계를 특히 강조했었다. 12일 전화통화에서 이 교수는 서울 집단감염이 3차 감염의 '쓰나미'가 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지자체와 각 사업장이 더 촘촘한 방역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대구 경북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꺾인데 반해 서울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터졌습니다. '3차 대규모 감염'의 전조로 봐야 하나요.

"일단 소규모 지역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신천지의 경우 밀접접촉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일어난 경우이고 콜센터는 그와는 다른 경우인 것으로 보입니다. 겁이 나긴 하지만, 신천지와는 달라서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봐요. 다만, 이번 경우에도 정치인들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해 방역 창구가 혼선을 빚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감염 확산으로 갈 지는 일단 2~3일 더 지켜보고 빈틈없는 모니터링을 계속 해야 합니다. 진단도 신속하게 실시해 불투명성을 빨리 해소해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뒤늦게 '팬데믹'을 선언했는데요.

"선언적 의미일 뿐입니다. 언론들이 너무 늦었다고 비판하지만, WHO가 구체적인 조치를 할 여력은 없습니다. WHO의 팬데믹 선언은 세계 각국이 갖고 있는 감염병 경고 단계와는 다릅니다. 각국은 나름의 집행력을 갖고 있는 반면 WHO같은 국제기구는 행정력이 없습니다."

-마스크 스트레스도 심각합니다. 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도입했는데요.

"그 발상 자체가, 이건 배급제지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에서 배급제라니요? 이것도 끔직하지만 마스크는 방역에 핵심 정책이 될 수가 없어요. 마스크 대책은 주변이고요, 제가 이 사태가 생길 때부터 언론에 일관되게 주장해온 게,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정부도 문제지만 전문가들도 문제가 매우 심각한 것이 이게 그냥 개인적인 의사들의 주장이 아닙니다. 사스(SARS, 중증호흡기증후군)하고 신종플루를 겪으면서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유명학술지에 수십 편의 연구논문이 올라가 있어요. 일반인이 마스크 착용을 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이게 공통된 결론입니다. 그래서 WHO도 그렇고 미국의 CDC(질병통제예방센터)도 명백하게 일반인은 마스크 착용을 할 필요가 없다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에는 일반인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않을까요.

"그렇지요. 다만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빨리 병원에 가라. 그리고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을 돌보는 사람들은 반드시 마스크를 써라' 이렇게 돼 있습니다. 호흡기 증상이 없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면 오히려 불안감을 부추기고 부작용이 더 많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도 지금 심각한 것이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고 나니까 '세계보건기구하고 CDC에서 마스크의 재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보도를 하고 있는데요, 그 앞의 말을 빼먹었어요. 호흡기 증상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그런 사람이 사용한 마스크는 절대 재사용을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앞부분은 빼먹었으니 모든 마스크를 재사용하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처음부터 질병관리본부도 기침 등 호흡기 증상자는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돼있어요. 그게 세계보건기구의 권장사항을 그대로 옮긴 제대로 된 홍보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는 약간씩 다른 것 같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거두절미하고 마스크 쓰세요'라고 홍보를 했어요. 이게 무슨 말입니까? 전문가들이 일반인들한테 '마스크 쓰세요'라고 하면 대체 언제 쓰라는 겁니까? 잘 때도 쓰는 건가요? 어떤 마스크를 쓰라는 건가요? 전문가단체다워야지요. 어떤 마스크를 어떤 상황에서 써야 된다고 권고를 해야지, 거두절미하고 마스크 쓰세요라고 하는 것은 전문가다운 권고가 아닙니다. 그리고 언론에 노출되는 전문가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KF94만 강조를 하다가 KF80도 괜찮다고 하다가 이제는 면마스크도 괜찮다는 식으로 말을 하니까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지요."

-마스크의 효용이 일반인들이 생각보다 많이 다른데요.

"마스크는 용도가 두 가지입니다. 침이 튀는 것을 막아주는 것과 튀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거지요. 그러니까 비말 차단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가 있습니다. 오염된 손이 얼굴에 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면마스크는 이 두 번 째 기능에서 확실하게 효과를 발휘합니다. 오염된 손에 의해서 감염되는 것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그래서 손 씻기를 굉장히 강조하는 겁니다. 그 효과가 크다는 증거가 올해 우리나라 독감 발병률이 굉장히 떨어졌습니다. 같은 시기에 퍼지면서 독감발병률은 많이 떨어졌어요. 미국은 굉장히 심각합니다. 그런데 독감이 확산이 줄어든 게 손씻기를 강조해서 그렇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일반인들한테는 면마스크가 더 적절합니다."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마스크 사려고 새벽잠 설쳐가며 몇 시간씩 줄 서서 기다립니다.

"마스크 대란은 전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겁니다.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마스크 수요를 불필요하게 부추겨놓은 측면이 있어요. 일반인이 이렇게 마스크에 매달릴 이유가 없는 겁니다. 마스크착용에 대해 학술연구를 한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은 마스크착용은 효과가 없더라는 게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에서 얻은 굉장히 중요한 결과입니다. 그것을 무시할 이유가 전혀 없는 거지요. 그냥 어설픈 상식을 가지고 KF94를 반드시 써야 한다고 주장했던 전문가들은 정말 좀 안타까운 일을 벌였던 거예요. 두 번째로는 정부의 역할이 완전히 무너져버렸습니다. 정부는 방역을 해야지요. 마스크 대책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니에요. 마스크 대책이라는 것도 시장을 모르고 사회 현실을 전혀 무시한 대책이에요. 마스크가 마약입니까? 이걸 배급제를 시행하겠다고 하니. 시장경제 자유민주제에서 배급제라니요? 이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 생산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요. 강제수매고 뭐고 원료가 없어요. 폴리프로필렌 부직포가 국내에서 생산되는 양이 턱없이 적습니다. 대부분이 중국에서 들여와요. 그런데 중국에서 지금 수입이 안 되고 있습니다. 생산할 원료가 없는데, 정부가 얘기하면 마스크가 쏟아져 나올 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거지요. 현장 파악을 제대로 안 하는 겁니다. 굉장히 심각합니다."

-국민들은 마스크를 안 쓰면 금세라도 감염에 노출되는 양 생각하고 있거든요.

"정부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는 것은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문제가 됐던 겁니다. 국민이 뽑아놓았으니 국민이 적응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중요한 게 국민들 각자가 깨어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제 정말 목소리를 가려서 들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요. 이게 과학적인 합리성, 제가 디지털타임스에 20년 가까이 칼럼을 연재하면서 가장 강조했던 게 과학적 합리주의였거든요. 남의 얘기를 비판적으로 듣는 능력, 이게 중요하다고 강조를 했는데, 지금이 어느 때보다고 중요합니다. 심지어는 전문가들의 말도 걸러서 들어야 합니다. 어떤 전문가의 말이 진실이고 어떤 전문가의 말이 내게 도움이 되는가를 정말 세밀하고 신중하게 가려서 듣는 능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고 그러면 언제 어떤 마스크를 어떻게 착용하라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야 하고 왜 그런 주의가 필요한지 가르쳐 줘야 하는 겁니다."

-전문가들의 잘못된 권고는 일반인의 잘못된 상식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데요.

"바이러스가 작기 때문에 KF94를 써야 한다는 게 지금까지 전문가들의 주장이었어요.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마스크로 걸러낼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습니다. KF94로 바이러스를 막아낸다는 것은 정말 소가 들어도 웃을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얘기입니다. 바이러스는 초미세먼지보다도, 그 10분의 1 이하보다도 작습니다. 그 바이러스를 마스크로 걸러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요, 처음부터 세계보건기구가 얘기하는 마스크의 용도는 내가 뱉어내는 비말이 다른 사람한테 가지 않도록 차단해주는 겁니다."



-감염 차단의 출발점은 어디인가요?

"정말 안타까운데요, 우리는 모든 사람이 남이 나에게 피해를 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나를 지키라는 게 우리나라 방역의 패러다임입니다. 전문가들이 그렇게 요구를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감염시킬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는 것이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말하는 방역의 원칙이에요. 그런데 세계보건기구는 정반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나를 지키라는 게 아니라 남을 지켜달라, 남을 지켜주라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병들지 않도록 지켜주라는 게 방역의 출발입니다.

-그런 접근이 더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예, 그게 새로운 방역의 패러다임이고 그렇게 바뀐 지가 상당히 오래됐어요. 그런데 우리는 낡은 사고방식에 박혀서 모두가 전전긍긍하고 있는 겁니다. 남을 지켜주라는 패러다임은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이 스스로 자제하고 억제하자는 겁니다. 다른 사람 가까이 가지 않고 빨리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것,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은 걱정할 필요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행동을 할 수 있는 거지요. 이것이 새로운 방역의 패러다임입니다. 그런데 우리 전문가들은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 해요. 지금 세계보건기구 홈페이지에는 포스터가 떠있습니다. '프로텍트 아더스 프롬 게팅 씩'(Protect Others from Getting Sick) 다른 사람이 병들지 않도록 보호해주라는 거거든요. 이게 정말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원칙이에요. 그래서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이 스스로 조심하고 행동을 자제하면 나머지 수많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는 거지요. 그런데 실은 내 주변에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이 '적'이에요. 모든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가격리를 요청하고 또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띠고 있는데요.

"자가격리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를 일반인은 몰라요. 대상자에게 통보를 할 때 그 지침을 주기도 하고 안 주기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평소에 알고 있어야 되는 겁니다. 내가 감염이 됐다, 내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급박한 상황에서 주의사항을 읽을 여유가 어디 있습니까? 평소에 준비를 하고 있어야지요. 감염병이 돌 경우 내가 감염이 의심이 되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게 일반인들에게 평소에 교육이 돼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그런 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요. 초중고생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한테도 상식에 기반한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게 전혀 안 돼 있어서 이런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그런 교육이 언론이나 당국에 의해서 강력하게 홍보가 됐더라면 신천지 같은 사태도 안 일어났을 겁니다."

-많은 국민들도 바로 그 부분에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신천지에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신천지가 일반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종교단체인지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종교전문가가 아니라서. 하지만 그 사람들이 감염병을 의도적으로 확산시킨 것은 아니지요. 그 사람들은 평소에 하던 대로 신앙생활을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된 거지요. 또 이 문제는 복잡하고 민감한 얘기인데요, 어떤 종교단체가 이렇게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됐잖아요. 우리가 정말 반성이 필요합니다. 이런 현상도 과학적 합리주의가 결여된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 중의 하나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굉장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감염병 발생 주기는 더 짧아지고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얘기하는데요.

"현대 인류가 자연을 너무 많이 파괴시켜 바이러스들이 사람한테 응징을 하는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또 바이러스 더 독하게 공격할 거라는 얘기도 있고요. 그런데 그런 말은 정말 야만시대에 역병이 하늘의 저주라고 믿었던 시대에 나올 법한 사고방식입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자연과의 관계가 멀어졌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판단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불만스러워했지요. 도시화 산업화가 되면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거거든요. 그것이 환경론자와 생태주의자들의 주장이거든요. 그런데 그 주장은 어디로 갔습니까? 자연하고 멀어졌다고 하면서 또 자연과 접촉이 빈번해졌다고 그래요. 앞뒤가 안 맞는 말인데, 사실 이 말이 엄청난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에 의한 전염병은 어제오늘 생긴 게 아니거든요. 인류역사와 같이해온 겁니다. 바이러스 박테리아가 점점 독성이 강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입니다. 바이러스는 독성이 지나치게 강하면 숙주가 죽어버려요. 그러면 바이러스도 더 이상 못 살게 됩니다. 무차별적으로 독성을 강화시킬 이유가 없는 겁니다. 그보다 앞서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사람이 특별한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도 본능적으로 서식지를 넓히려 하는 것처럼 바이러스도 마찬가집니다. 바이러스는 숙주의 세포 속에 들어가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면역력도 강화돼 왔다고 볼 수 있겠군요.

"우리 몸에 열이 나고 문제가 생기는 것은 우리 면역체계가 바이러스 침입에 저항하고 싸우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면역력이 가동되는 것은 바이러스와 공생하는 과정일 뿐이지요. 바이러스가 무슨 하늘의 뜻을 갖고 하늘에서 내려온 게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문명의 시대에, 과학기술입국을 노래해온 대한민국에서 나온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지요."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도 감염 극복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바이러스는 굉장히 작은 미물이고 갖고 있는 능력이 정말 형편없습니다. 그러니까 생존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투쟁을 하게 되는데, 인간은 과학기술 등 여러 가지 대항 무기가 있잖아요. 바이러스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유일한 능력이 적응력입니다. 스스로 변신을 하는 거지요. 그 변신의 과정, 적응의 과정을 변종의 과정이라는 겁니다."

-이미 중국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변종이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옮겨왔다고 말하는데요, 박쥐와 코로나는 공생을 합니다. 우리 몸에도 프로바이러스가 있습니다. 우리한테 피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우리 건강에 도움을 주는 포로박테리아, 유익균이라는 게 있는데, 그것과 같이 바이러스도 우리 건강에 도움을 주는 프로바이러스가 있는 겁니다. 박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프로바이러스인 셈이지요. 그 프로바이러스가 다시 천산갑으로 옮아갔다고 다시 인간으로 왔다고 하는 것이 지금 감염 추정의 한 갈래입니다. 논리는 간단해요. 박쥐에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지금 문제가 되는 코로나19와 80% 닮았고요, 천산갑에서 공생하는 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거의 똑같은 것으로 알려졌어요. 더 세밀하게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긴 한데, 여기에다가 음모론을 갖다 대면 굉장히 드문 일이라면 그런 것도 가능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현대는 과학이 감염병 확산을 규명해 내지만, 페스트 등 인류 역사상 원인 불명(나중에 밝혀졌지만)의 바이러스 공격이 많았었잖아요.

"멀리 갈 것도 없이 1918년 3·1운동 직전에 있었습니다. 그때는 괴질이라고 했습니다만, 정체도 몰랐고 전파경로도 몰랐어요. 그 때 우리나라 인구가 1600만 명이었어요. 3·1운동이 일어난 해 1,2월에 20만명이 죽었습니다. 인구의 1.3% 되는 사람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염병으로 푹푹 스러져 죽었습니다. 그것이 스페인독감이라고 하는 건데, 어느 정도였냐 하면 아침에 열이 나면 저녁에 죽고, 저녁에 열이 나면 그 다음날 아침에 죽었습니다. 그 정도로 진행이 급속하고 치사율이 엄청나게 높았던 질병입니다. 그 원인을 찾아낸 게 2005년입니다."

-그렇게 늦게요?

"2005년에 와서야 1918년 스페인독감이 어떤 이유 때문에 생겼던가를 찾아냈습니다. 이게 과학의 힘이지요. 2005년에 미국 과학자들이 알래스카에 가가지고 동토에 묻혀있던 여인의 시신을 발굴해냈습니다. 그 여인의 가슴 속에 남아있던 바이러스의 흔적을 찾아가지고 분석을 했더니 그게 H1N1 인플루엔저A 바이러스였어요. 2009년 발병했던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똑같이 H1N1 인플루엔저A 바이러스였습니다. 이게 바이러스와 갈등의 역사입니다. 그럼 1918년이 그 바이러스의 시초냐? 아니지요. 그 전에는 뭐가 있었는지도 몰라요. 기록도 없습니다."

-인류는 바이러스와 함께해온 셈이군요.

"바이러스와 갈등은 우리한테 숙명과도 같은 거예요. 피할 수도 없고 항생제를 만들었는데 또 슈퍼박테리아아 나오고 그러지 않습니까? 바이러스는 항바이러스제도 없어요, 워낙 변신이 빠르기 때문에. 정말 속절없이 싸우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포기해야 하느냐? 아니지요. 지금은 정체를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라고 하는 변종 바이러스입니다. 이게 알려져 있어요. 적을 알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적이 어떻게 사람들 사이를 옮겨 다니는가를 알고 있습니다. 전파경로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감염원을 차단하는 방법, 위생적 환경을 갖춤으로써 바이러스가 무차별적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이 있는 거지요."

-그럼 바이러스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은 못하더라도 바이러스를 고립시켜서 고사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인간만 갖고 있는 능력이지요. 면역은 바이러스와 싸움인데, 이 싸움을 외부에서 도와주는 방법이지요. 바이러스와 인간의 전적을 보면 1승1패입니다. 우리도 살아남았고 바이러스도 살아남었어요. 우리가 확실하게 제거한 것은 천연두 바이러스 한 건 밖에 없습니다. 인간이 600만년을 살아남은 것은 면역체계 덕분이지요. 스페인 독감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중에도 우리 조상들은 면역력을 키웠고 살아남은 겁니다. 그러니까 바이러스 싸움에서 우리가 희망을 버릴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바이러스는 모든 세포에 들어가 사는데, 인간의 몸에서 왜 문제가 되냐면 세포 속에 들어온 것을 우리 면역체계가 도저히 받아들이지 않고 싸우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사이토카인폭풍'(cytokine storm)이라고 하는데, 지금 코로나19 감염증도 더 검토를 해봐야 하지만, 우리 면역체계가 너무 과도하게 반응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정신적 무장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중요한 것은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공포, 두려움이라는 비이성적 감성적 혼동에 빠지면 안 됩니다. 이성적으로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을 파악을 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 살아남아지요."

-정부 대응의 최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하나요.

"제일 중요한 것은 방역입니다. 방역은 그냥 어설픈 선무당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에겐 감염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제시할 수 있는 방역대책도 없습니다. 이게 문제지요. 대통령, 장관, 정치인들은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에 정치인, 장관, 대통령은 가능한 한 말을 아껴야 합니다. '어렵지만 희망을 갖자.' '좀 이성적으로 행동하자.' 이 정도의 이야기밖에 할 수 없어요. 대통령이 아직도 안하는 말이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를 믿어라.' 질병관리본부에서 엉뚱한 관료들을 빼내고 전문가집단으로 만들어야 되고요, 정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전문가 집단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가 그런 책임도 권한도 부여받지 못했어요.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문가보다는 직업 관료들, 엉터리 직업 관료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정말 필요한 전문가들하고 대화를 못하고 있어요."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은 어때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질병관리본부가 지금까지 해온 것은 감염자들의 동선을 소개하는 거였어요. 이게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질병관리본부장이 뉴스브리핑에 나와서 어느 집안에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어떻게 했고 하는 말은 질병관리본부장이 브리핑에서 할 얘기가 아니에요. 질병관리본부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언론에 나올 필요가 없습니다. 전국에 있는 모든 전문가들, 해외에 있는 전문가들까지도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우리 사회가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역대책을 만들기 위한 회의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할 질병관리본부장을 총리가 불러내고 장관이 불러내고, 요즘은 또 비선 얘기까지 나오더라고요. 이건 정말 재앙적 일입니다. 그리고 또 언론이 환호를 하는데 저는 이해를 못하겠어요. 왜 언론이 초분을 다퉈야 하는 질병관리본부장을 붙잡고 뭐 '어느 집에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얼마나 가까이 갔습니까? 1m 안에 갔습니까? 2m 안에 갔습니까?' 이런 질문을 쏟아내고 있는 언론도 반성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대변인 입을 통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거고 그런 것은 우리한테 필요한 게 아니지요. 정말 우리나라 방역대책이 어떤 원칙에 따라서 어떤 과학적 팩트에 의거해 어떻게 가고 있는가를 묻고 보도해야 하는데, 아까 말씀했듯이 세계보건기구 인터넷에 떠있는 사실까지 왜곡해서 국민한테 전하면 이건 정말 심각한 거지요."

-정부는 한국이 확진자가 많은 것은 검사방법이 뛰어나 검사의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3월 6일 현재)까지 15만 명 정도를 진단했습니다.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수치입니다. 원래 코로나바이러스를 진단하는 방법은 '판코로나키트'라는 게 있습니다. 24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400만원입니다. 미국에서 3700달러니까 400만원입니다. 우리도 초기에 그것을 썼습니다. 그런데 1월 20일 중국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 후 우리가 열흘이 채 안 돼 RTPCR이라는 실시간 진단키트를 만들었습니다. 판코로나키트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까지 전부 다 확인하는 키트인데,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RTPCR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만 찾아내는 키트입니다. 특화된 진단키트를 만든겁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겁니까.

"대전에 있는 씨젠이라는 회사가 만들었습니다. 조그만 회사인데, 코로나19가 터진 지 채 열흘도 안 돼 완성을 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 사용승인을 받아서 바로 투입을 했는데, 이것은 진단을 6시간에 끝냅니다. 비용은 16만원이고요. 단 한 건 가지고 그 한 개의 BT벤처회사가 지금까지 아껴준 돈만 해도 4000억원이 넘습니다."

-그에 상응한 보상이 있어야겠습니다.

"보상 정도가 아니지요. 15만 명을 검사했는데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못한 것을 한 겁니다. 이에 대해 제가 질문을 많이 받는데, 왜 미국 일본은 그런 것을 못하느냐고 하는데요, 거기도 기술은 있습니다. 진단키트 개발이 씨젠 혼자 한 것이 아니거든요. 그간 BT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었어요. 이번에 진단키트는 WHO가 공개한 염기서열을 갖고 만든 겁니다. 기술 개발은 굉장한 도박이지요. 씨젠이 서둘러 진단키트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씨젠이 그동안 연구해온 것이 코로나19가 발발하니까 빛을 발한 겁니다. 그러니까 타이밍이 중요한 겁니다. 씨젠과 같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더 있지만, 차이는 경영의 판단능력이지요. 다른 나라들은 타이밍을 놓쳐버린 거고요. 진단키트는 사람한테 쓰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한테 추출한 검체를 갖고 검사하니까 위험성이 없었고 신속하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거지요."

-치료제와 백신이 언제쯤 나와 감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백신과 치료제는 다릅니다.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절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효능과 부작용을 확인하는데 적어도 1년이 걸립니다. 비상시국이라고 해서 효능이 떨어지고 부작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데, 한 번 해보자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겁니다.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절대 도움이 안 됩니다. 미국 CDC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백신 얘기를 많이 하는데, 백신은 코로나19가 다시 재발하는 경우에 쓰기 위해서 개발하고 있는 것이고, 지금 현재 상황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 과도한 기대를 버려라. 또 치료제는 지금 시험을 하고 있는 것도 있고 할 예정인 것도 있다. 그런데 효능과 부작용은 절대 양보 못한다. 그것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1년 이상 걸린다. 너무 기대하지 말라.' 이게 CDC 소장이 대통령을 등 뒤에다 두고 기자회견에서 하는 말입니다."

-미국은 그만큼 전문가의 권위를 인정해주는 문화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전문가가 없어요. 대통령이 그런 기회를 주지도 않고. 또 대통령이 직접 그렇게 하는데, 그게 엉터리가 되는 거지요.(웃음) 백신을 개발해서 심각해진 지금 감염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습니다. 치료제는 지금 검토는 하고 있는데, 이미 부작용이 없다고 확인된 다른 치료제들의 효능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에이즈 치료제를 사용하거나 신종플루 치료제를 사용하는 중입니다. 코로나19 치료제는 아무리 빨라도 내년 이맘때나 나올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사스, 메르스, 코로나19는 다 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그런데 사스, 메르스 치료제도 없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치료제가 갑자기 출연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요.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는 지금까지 개발에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상황이 급박하니까 개발하는 것은 기술개발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의 무리한 요구입니다. 지금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은 다른 바이러스를 치료하는데 썼던 치료제들을 차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수십 년을 노력해왔지만 아직 개발하지 못했어요. 그게 현실입니다.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바이러스는 어떤 악조건에서도 살아남는 재주를 갖고 있어요. 그리고 변신을 잘 합니다. 약을 만들면 그 약을 무력화시키는 변신을 하는 겁니다. 생존 방식이 매우 독특하지요."

-치료제도 없고 백신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자기면역력에 대한 신뢰와 아주 효율적인 차단과 격리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해 죽이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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