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부터 AI시대까지… ICT혁신 20年 발자취

IMF 사태 직후 포털시장 뛰어든 혁신기업들 디지털 변화 주도
대기업 출신 스타트업 창업 잇따라… 차별화된 서비스로 '명성'
5G 뛰어넘어 6G 시대 도래… 전산업서 SW·AI化 이미 시작돼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경제종합일간지 재창간 1년ㆍ창간 20년

뉴밀레니엄 20년


2000년 3월 10일. 연일 오르던 코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인 2834.40까지 솟구쳤다. 다이얼패드란 인터넷전화로 급부상한 새롬기술은 몇 개월 만에 주가가 100배 넘게 오르면서 한때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날을 정점으로 버블이 사그라들었다. 주가 폭락과 기업 옥석 가리기가 빠르게 일어났다. 미국 나스닥도 다르지 않았다. 같은 시기 많은 기업의 주가가 수십분의 1토막으로 내려앉았다. 주당 300달러를 넘겼던 아마존 주식은 2000년 3월 6달러까지 폭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같은 해 4월 3일 800억 달러가 증발했다. 인텔 역시 그해 9월 22일 하루에만 시가총액 907억4000만 달러가 사라졌다. 광풍으로까지 치달은 벤처와 닷컴열기는 버블 붕괴로 이어졌지만 ICT는 21세기 인류 문명을 바꿔놓았다.

혁신기업들은 주가폭락을 겪고도 살아남아 세상의 변화를 이끌었다. 20년이 지난 현재 아마존과 MS는 나란히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닷컴시대가 탄생시킨 기술과 사람들은 전 분야로 확산돼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2020년 3월. ICT는 미래 먹거리와 성장 키워드이자, 에너지, 우주, 기후변화까지 인류 난제를 풀 해결사가 됐다. 2000년 3월 3일 창간호를 발간한 디지털타임스는 디지털 문명 발전과 많은 이들의 도전을 응원하며 7306일간 역사를 함께 만들어왔다.

Y2K부터 AI시대까지… ICT혁신 20年 발자취


#디지털 밀레니엄의 개막

1999년 12월 31일 서울 종로구 정보통신부 15층 'Y2K 정부종합상황실'.

새 천년을 앞두고 수십명의 공무원과 IT 기술자들이 컴퓨터 연도표기 오류로 인한 대혼란에 대비해 국가 주요 시스템의 가동상황을 점검하고 있었다. 정부는 국민들에 Y2K 대처요령을 발표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했다. 재계도 Y2K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비상대응에 들어갔다.

세계 전역은 1900년대에 개발된 컴퓨터들이 1900년대와 2000년대를 구분하지 못해 금융·교통·에너지 등 국가 핵심 인프라에 문제가 생겨 재난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다행히 Y2K 이슈는 큰 사고 없이 종료되고, 뉴 밀레니엄이 시작됐다.

2000년 7월 12일. 정통부는 같은 건물 기자실에서 IMT2000(3세대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계획을 발표했다. IMT2000은 뉴 밀레니엄의 첫해에 글로벌 통신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였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데이터와 영상까지 주고받는 꿈의 이동통신 시대를 앞서 열기 위해 통신사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2000년 12월 KT와 SK텔레콤이 비동기식 사업자, 2001년 7월 LG텔레콤이 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되며 새로운 통신시대가 열렸다.

유선통신의 진화도 숨 가빴다. 정통부는 2000년 7월 6일 전국 107개 지역을 광통신망으로 이은 초고속 국가정보통신망을 개통했다. 도시 간에 전화선보다 9만배 빠른 정보고속도로가 뚫린 것. '산업화는 300년 늦었지만 정보화는 길어야 5년 격차밖에 나지 않는다'며 1995년 수립한 20년 대계를 통해 우리나라는 정보통신·인터넷 강국 대열에 올라섰다.

#새로운 기회의 땅, ICT

두려움 속에 열린 새 밀레니엄은 ICT가 연 기회의 시대였다. 2000년은 새로운 신대륙을 찾아 나서는 탐험가들로 떠들썩했다. 초고속통신망과 이동통신 인프라가 열어준 데이터통신과 인터넷이 도전의 무대였다.

IMF 구제금융 사태를 혹독하게 겪은 산업계는 PC와 인터넷이 가져다줄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온라인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너나 없이 닷컴기업을 세웠다. T는 산업과 문화, 삶의 방식을 뿌리째 바꾸기 시작했다. 기회를 잡으려는 이들은 안정된 직장을 나와 창업의 대열에 참여했다.

삼성SDS 1호 사내벤처로 출발해 1999년 6월 창업한 네이버는 야후가 장악한 포털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0년 4월 게임업체 한게임과의 합병이란 승부수를 던지며 안정적 매출 기반을 확보한 네이버는 이후 통합검색과 지식검색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창업 5년 만인 2004년에는 PC 검색시장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1999년 1000만명이던 인터넷 인구가 2001년 2000만명으로 폭증한 것도 성장을 도왔다.

2000년 매출 88억원에 영업손실 79억원을 기록한 네이버는 2008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작년 연 매출 6조6000억, 영업이익 7100억원을 기록했다. 창업 당시 42명이던 직원은 국내외 포함 1만명 규모로 커졌다. 네이버는 AI(인공지능)와 자율주행·로봇 기술을 결합해 또 한번 세상을 바꾸는 도전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에 이어 2000년 6월에는 삼성SDS 2호 사내벤처가 창업했다. SW전문가 조규곤 대표가 동료 6명과 설립한 파수닷컴이다. DRM(디지털권한관리)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과거에 없던 시장을 개척한 파수닷컴은 가장 뚫기 힘든 미국 시장에서 MS, IBM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거나 협력하며 당당히 승부하고 있다. 창업 20년 만에 직원 200여 명, 연매출 357억원의 알짜 보안기업으로 성장했고, 1700개 넘는 고객 중 100곳 이상이 해외 고객이다.

#안정된 대기업 나와 벤처사업가 길로

KT가 1999년 개통한 인터넷 포털 '한미르' 개발을 이끈 김학훈 당시 KT 멀티미디어연구소 신사업개발팀장은 2000년 안정된 직장을 나와 날리지큐브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꿈꿔온 포털을 마음껏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에 팀원 3명이 그와 함께 했다. 이달 20주년을 맞은 날리지큐브는 기업들이 네이버처럼 매일 쓰는 업무포털 시장을 석권했다.

B2B 핀테크 솔루션 기업 웹케시는 IMF 여파로 다니던 은행이 매각된 동남은행 은행원 8명이 뭉쳐 탄생했다. 석창규 회장은 1999년 7월 부산대 창업지원센터에 사무실을 열고 금융과 IT를 모두 잘 아는 전문가 드림팀을 꾸렸다. 이후 회사는 가상계좌, 편의점 ATM 서비스, 기업 인터넷뱅킹 등 기업과 금융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잇따라 쏟아냈다. 현재 3만1000개 이상 기업과 소상공인이 이 회사 자금관리 솔루션을 쓰고 있다.

국내 구매 SCM(공급망관리) 시장 1위 기업 엠로의 출발도 2000년 3월이다. 이 회사는 SAP,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을 기술에서 앞서며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포스코·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을 고객사로 뒀다. 벤처캐피털에서 일하던 송재민 대표가 2005년 경영난을 겪던 회사를 인수한 후 이뤄낸 성과다. 이 회사는 AI, 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에 특화된 관계사들을 통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대우통신을 나와 벤처를 세운 조송만 누리텔레콤 대표는 2000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고, 막 태동하던 AMI(원격검침인프라) 시장에서 본격적인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솔루션 개발과 글로벌 진출에 투자했다. 회사는 수출 천만불·이천만불·삼천만불 탑을 잇따라 수상하고, 작년 벤처 천억클럽에 가입했다. 46개 AMI 고객사 중 45곳이 해외 전력사다.

송영선 인프라닉스 대표는 삼성SDS를 나와 2000년 7월 ICT 인프라 관리솔루션 회사를 세웠다. LG CNS 출신 어세룡 인스웨이브시스템즈 대표는 IT UI·UX(사용자인터페이스·사용자경험) 솔루션을 승부처로 정하고 2002년 벤처기업 대표가 됐다.

#ICT 에브리웨어에서 AI 에브리웨어로

ICT는 생활과 산업,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엔진이 됐다. 2015년을 기점으로 태블릿 시장이 PC 매출을 넘어섰고 1년에 15억대 넘는 스마트폰이 세계적으로 팔리고 있다. 데이터는 2년마다 2배씩 증가해, 2000년과 비교하면 2020년 데이터가 1000배 이상이 됐다.

2GB 용량의 HD 영화 한편을 다운로드하는 데 3G 이동통신으로 약 18분, 2011년 7월 개통된 LTE로 약 3분 30초가 걸렸다면 작년 4월 상용화된 5G로는 1초 내에 끝난다. 이동통신 서비스가 없던 1994년 같은 용량의 영화를 유선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하려면 20일 6시간이 걸렸다. 2000년에는 2분 59초, 기가인터넷이 보급된 2015년에는 16초로 단축됐지만 5G의 속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2030년께 상용화될 전망인 6G는 5G보다 50배 빠른 1Tbps 최대 전송용량과 10배 우수한 1Gbps 사용자 체감속도를 구현, 테라급 통신시대를 열 전망이다.

디지털 기기에서 심장이자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와, 손 끝의 비서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전자는 한국 대표를 넘어 글로벌 대표 기업이 됐다. 국내 매출 1위 자리는 2000년 현대종합상사, 2001년 삼성물산에서 2002년부터 삼성전자가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의 매출은 1984년 1조3000억원에서 2000년 34조원, 2010년 112조2000억원, 2019년 23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세계 D램 시장과 5G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작년 기준 각각 45%와 43%에 달한다. 5G폰을 포함한 전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1.3%다. 삼성전자의 다음 성장 키워드는 시스템 반도체와 AI다. 파운드리, AI칩 등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세계 1위에 올라선다는 비전이다.

자동차 산업도 AI발 진화를 시작했다.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는 작년 33만3000대가 늘어난 데 이어 2023년 74만6000대 증가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 전후 인간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자동차는 2027년까지 완전자율차를 출시한다는 목표 하에 SW와 AI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구글은 작년 미국에서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 시범서비스를 시작하며 인터넷·스마트폰에 이어 자동차 시장 패권경쟁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모든 산업이 디지털화되면서 KT·SK텔레콤·현대자동차·LG전자·포스코·국민은행·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공통된 화두도 데이터·AI가 됐다. IT 산업의 경계는 사라지고 연결에서 초연결, 정보화에서 지능화, 컴퓨팅에서 AI 시대로 바뀌었다. 인류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기술을 통해 '디지털 원주민'으로 거듭난 데 이어 '포스트 휴먼'으로의 진화를 시작했다. 전염병부터 온난화, 환경까지 온갖 난제에서 AI의 힘을 얼마나 지혜롭게 활용하느냐에 인류 문명의 운명이 달렸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